우리 장애인과 의료서비스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障碍)를 지니게 되는 순간부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그 관계는 계속된다.

그런데 필자(筆者)를 포함하는 우리 장애인들이 이렇듯 중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는 또한 여러 가지 장벽과 마주치게 된다.

의료서비스 이용의 대표적인 장벽은 장애인들에게 상대적인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되는 의료비용(費用)과 이동성의 부족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편의시설 부족 등의 접근성 부재(不在) 등이다.

이러한 양대 제한점의 효율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원격의료(遠隔醫療) 서비스의 활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서비스의 본격 실시를 두고 의료서비스의 주체(主體)인 의료단체와 정책 주체인 행정부(行政府)는 불협화음(不協和音)을 빚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정책적 측면에서 주된 수혜(受惠)대상으로 지목(指目)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이 정책의 기획, 입안, 검토의 과정과 심지어, 이러한 논란 과정에서도 소외(疏外)되고 있는 현실이 더더욱 답답할 따름이다.

따라서 원격의료 실시에 대한 논란 내용과 실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장애인 입장에서의 원격의료의 확대 실시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자 한다.

원격의료 서비스의 적용과 그 실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09년 1월에 고(高)부가서비스 분야로 글로벌 헬스케어, 글로벌 교육서비스, 녹색금융, 콘텐츠·SW, MICE. 융합관광 등 5대 신(新)성장 동력을 선정하고 제도개선, 금융 . 세제 지원, R&D, 인력 양성 등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중에서 헬스케어 분야는 2009년 대비 외국인 환자 유치 2배, 진료수익 3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냈지만,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핵심적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일부 평가했다.

그러나 부산광역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 의료관광의 유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사활을 걸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들의 성형 관광을 겸한 의료관광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은 우리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업 도입을 위한 의료선진화 입법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되어 관련 산업의 발전이 미미한 상태에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지지부진(遲遲不進)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는 ‘원격진료 도입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교도소 수감자, 오지 거주민 등 의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그 시행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원격의료 서비스의 안전성과 효과성, 이용자 개인의 의료정보 보호방안, 의료전달 체계의 왜곡(歪曲) 초래(招來), 그리고 아이러니(irony)하게도 원격의료 서비스의 초기 구축에 소요되는 고비용의 분담(分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로 인하여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원격의료의 양대 기반기술(基盤技術)인 의료기술은 앞서 잠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인프라(infra)구축은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만큼 최고의 수준에 이르러 원격의료 실시에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해도 과언(過言)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1차 2차 의료기관을 생략하고 자본과 고가(高價)의 첨단(尖端)의료장비를 무기로 한 몇몇 유명(有名)3차 대형 의료기관으로의 집중현상(集中現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원격진료 전면실시(全面實施)에 앞서, 정부의 발표내용과 같이 산간오지(山間奧地)와 도서낙도(島嶼落島)의 국민과 이동성과 접근성에 제한을 지닌 장애인, 노약자 그리고 먼 바다에서 공무(公務)를 수행중인 해경(海警)대원 등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서 제기(提起)된 여러 문제점들의 해결방법(解決方法)을 찾는 것이 원격의료 실시를 한없이 미루는 것보다 좀 더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첫술에 배 부르랴'라는 옛 속담(俗談)이 떠 오르는 지금이다.

앞서 언급된 문제점에 대해 보다 상세히 살펴보면, 제일 먼저 ‘의료인이 행하는 원격의료가 안전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의학적 안전성을 검증하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러한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원격의료 적용과 원격관리의 의학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조차 찾기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이미 2000년대 초반에 휴대폰을 기반으로 혈당체크, 혈압체크 등의 기초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으나, 관련 제도나 법규 미비로 본격적인 실시가 무산된 바 있으며, 최근의 스마트 폰(smart phone)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식이량(食餌量)과 운동량 그리고 기초대사량(基礎代謝量)측정(測定)등의 서비스로 이른바 '손 안의 헬스 트레이너(health trainer)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모바일(mobile)기기를 활용한 건강 모니터링 기능은 최근 장애계에서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장애인 비만(肥滿)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적용 가능할 것이다.

또한, ‘원격의료기기와 장비는 안전한가?’ 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장비의 표준화와 인증제도 등 안전성 확보를 위한 사전조치가 선결(先決)되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 의료법 개정안 내용 중 ‘환자가 원격지 의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경우’와 ‘환자가 갖춘 장비의 결함으로 인한 경우’ 환자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 등의 민감한 책임소재(責任所在) 문제도 큰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

이러한 표준화와 인증제도 등 안전성 확보 문제에서도 '임상절차'라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의료기 규격(規格) 관련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규정 획득(獲得)과 제정(制定)에 힘써 이러한 우려(憂慮)를 불식(拂拭)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원격의료 관련 국내(國內) 규격의 정비(整備)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렵지만 이러한 힘든 노력을 통해 원격의료 관련 국내 규격이 다양한 국제(國際)규격으로 채택(採擇)됨으로써 관련 의료기기 산업(産業)발전에 확실한 조력자(助力者)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원격의료기술의 적용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자.

원격의료의 정확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은 실제 장애인 또는 노령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 기술은 고정밀도(高精密度)의 수준을 요구하는 판독기술(判讀技術)보다는 장애 또는 고령화에 기인(起因)하는 만성질환(慢性疾患)또는 재활치료(再活治療)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일반적인 수준의 기술로 구현(具現)이 가능한 것으로, 앞서 언급한 고수준(高水準)의 기술을 요구하는 판독기술은 실제 의료진 간에 의견교환 등과 함께 협진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별도(別途)의 차원(次元)으로 생각하여도 무방(無妨)할 것이다.

둘째로, 이용자 개인 의료정보 보호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의사-환자간 원격의료가 개인 의료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 라는 문제에 대해선 인터넷상에 개인정보 노출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민영(民營)보험사는 의료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의 사업 모델은 건강관리회사가 개인의 건강정보를 민영보험사에게 제공하도록 되어 있어 건강관리서비스업자와 민영보험사들이 영리목적(營利目的)으로 개인 건강정보, 의료정보를 이용토록 하고 있다.

이는 의료의 공공성(公共性) 확대 측면에서의 원격의료 서비스 시행이라는 점과 대치(對峙)되는 면이 강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원격의료 실시의 민영화에 대한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료 공공성을 고려한 꼼꼼한 운영주체運營主體) 선정(選定)과 운영이 필수적일 것이며, 운영주체에 주된 대상으로 장애인 당사자 또는 장애인 단체의 참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물론 장애인 당사자 또는 장애인 단체의 원격의료 운영주체 참여에는 그에 따르는 책임(權利)이 뒤따른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銘心)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대형 의료기관 또는 3차 의료기관 중심의 원격의료 확대(擴大)는 거주지 또는 동네 의료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의료를 축소시켜 의료전달 체계를 더욱 왜곡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음이 사실이다.

물론 장애 및 노령화 등으로 수반(隨伴)되는 만성(慢性)질환에 대한 관리를 3차 의료기관 즉, 대형병원에서 맡을 필요는 없겠다.

1차 의료기관, 동네의원과 중소병원들의 입장에서는 대형병원들이 자본력(資本力)과 상대적으로 우위(優位)에 있는 의료인력 인프라(infra)를 앞세워 우수한 의료진, 장비들과 함께 원격의료를 내세워 원격의료 수혜 대상들을 지속관리하거나 잠재적 대상자인 외래환자 확대에 나설 경우, 일차의료가 무너지고 국민의료비는 오히려 더욱 증가하게 될 것으로 염려하는 것이다.

원격의료를 주관(主管)할 의료기관에 대한 문제는 개인적으로 원격의료의 공공성을 담보(擔保)하기 위해 각 보건소의 활용을 제안해 본다.

앞서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초기의 막대한 구축비용(構築費用)등을 감안(勘案)하여 지역의 거점(據點)역할을 할 수 있는 대형 보건소 라인(line)의 형성(形成)과 이용이 타당할 것으로 사료(思料)된다.

네 번째 문제점으로 원격의료 서비스 구축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고가의 원격의료 장비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또한 '원격의료는 직접 대면(對面)서비스보다 의료진의 노동이 많이 투여되고 따라서 수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간과(看過)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무부처(主務部處)인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수가를 책정할 필요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은 높은데 효과는 명확하지 않으며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심도(深度) 있는 논의(論議)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제 의료현장의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와 제도적 미비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 서비스는 장애 또는 고령을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빈번한 의료서비스 요구(要求)와 이동성의 제악과 부족(不足)을 탈피(脫皮)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으로, 또한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거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 직접적인 진료를 받을 수는 상황을 극복(克服)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유효적절하다 생각된다.

아울러, 기본적인 치료와 처방(處方) 목적 이외 지리적, 시간적, 비용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전문적인 장애인의 심리치료(心理治療) 및 상담(相談)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채널 (channel)로의 적용가능성을 고려해 볼 만할 것이다.

또한, 앞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원격의료 서비스의 일환(一環)인 원격모니터링 (Tele-monitoring)기술을 활용하여,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의학적 정보가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을 때 보다 시의적절(時宜適切)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얻어지는 각종 의료관련 데이터는 장애인과 노령자를 위한 의료정책 기획과 입안시에 더없이 소중한 원천자료로 활용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원격의료 서비스 관련 다양한 논의에 소비자(consumer)입장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와 의견수렴 등이 이뤄져야 하며, 더불어 관련 정책에도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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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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