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즐겨 마시는 나는 카페에 들어서서 주문을 할 때 메뉴판을 먼저 흝어 본 후에 카운터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말을 할 수 있지만, 청인에 비해 확실한 음성으로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내 메모장에 '카페라떼 R 아이스로 주세요'라고 입력한 후에 점원에게 보여준다. 점원은 그걸 보고 바로 인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음성으로 이야기를 한다.

나는 전에 주문할 때 '청각장애인입니다. 카페라떼 R 아이스로 주세요'라고 입력해서 보여줬던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간간히 등장하는 청각장애인 역할이 있어서 어느 정도 인식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청각장애인입니다'라는 첫 문장을 빼고 주문 내용만 보여줬는데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다시한번 '청각장애인입니다. 하실 말씀은 종이에 적어주시겠나요?'라고 해야만 그제서야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라는 말은 어디가도 똑같은 대답이다.

어떻게 하면 '청각장애인' 보다 '농인'이라고 했을 때에 바로 인식하고 배려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해본다.

'청각장애인'이라 함은 병리적인 의미도 있어서 별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미 이 사회에서 익숙한 터라 계속해서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 '농인'이라고 인식을 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간혹 '청각장애인입니다'라고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음성으로 말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내가 먼저 종이에 적어달라고 하면 종이에 쓰다 말고 잊어버린다는 상황에서 나는 마음이 속상할 뿐이다.

대중매체에도 등장하고 있는 '청각장애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알리고자 한다. 농인은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못' 듣는 것에 대한 부정보다 '잘' 보는 것에 대한 긍정을 더 드러내고자 한다.

'잘' 보는 사람인 '농인'을 위해 더욱 잘 보일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마음을 크게 적어주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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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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