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하여. ⓒ이승범

사랑을 위하여

이상열(남, 1945년생, 전신마비) 시인

할 수만 있다면

아름드리 너도밤나무 조팝나무가 되겠습니다

발 아래 패랭이, 질경이, 금잔화, 맨드라미 더불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힘드시면

마음이라도 달려와서

내 거친 등걸에 기대어

잠시

안식을 느끼십시오

혹여

바람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의 그리움을 실어 나르겠습니다

어느 봄날 섬진강 강둑에 앉게 하여

당신의 추억 위로

봄 꽃잎 흩날리게 하겠습니다

정말

될 수만 있다면

크리스탈 유리잔이 되겠습니다

때로는 당신의 슬픔을,

깊은 외로움을,

한 방울의 기쁨을

칵테일 하여

당신의 순금같은 입술에

입맞춤을 하겠습니다.

故 이상열_구상솟대문학상 최우수상(1991), <조선문학> 신인상(1994). 구상솟대문학상 대상(1999) 외. 시집 <우리가 살다 힘들 때면> <우리 사는 동안> 수필집 <누운 사람 일어서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것> 외.

시평 : 사랑 시인이 사랑하는 법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솟대문학 창간호에 이상열 시인의 시 <앰브란스>가 실려 있다. 추락 사고로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어 가며 그것이 전신마비의 덫에 걸린 줄 모르고 어린 시절 주위의 자동차들이 모두 비켜주는 앰뷸런스를 보고 멋있어서 나도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고 시인은 장애가 된 순간을 담담히 노래하여 더 절절한 울림을 주었다.

시인은 공사 감독을 하다가 추락하였는데 당시는 응급 구조대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한 시간여 방치 끝에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흔들리는 차 속에서 중추신경이 끊겨나가 전신마비 장애를 갖게 되었다. 안전사고와 응급처치의 무지가 만든 불행으로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실이 부른 희생자였다.

전신마비 장애는 그의 인생에 찾아온 비극의 시작에 불과하였다. 부인과 두 딸 그리고 보금자리였던 집까지 빼앗기고 동생네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렸다.

그의 글과 그림을 본 사람들이 보내주는 격려와 찬사로 그는 자립생활을 하였다. 그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그의 시가 사랑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불만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이 헌신적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다.

이상열은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고 그가 사랑하는 법은 사랑을 받기보다 사랑을 주는 것이었다.

그는 솟대문학에도 무한사랑을 보냈다. 작은 수입이 생겼다며 솟대문학에 후원금을 보냈다.

“선생님, 무슨 후원금을 보내셨어요? 선생님도 쓰실 곳이 많을 텐데.”

“와요? 너무 적은교?” 라고 하여 내 말문을 막아버리는 위트가 있는, 편안하게 베풀 줄 아는 정말 멋진 시인이었다.

사랑을 위하여(영시)

For Love

Lee Sang-yeol

If only I could,

I would become a thick beech tree or bridalwreath.

I would be waiting for you

with pinks and plantains, marigolds and cockscombs at my feet.

If you are weary,

come to me, even just in spirit,

lean against my rough stump,

for a moment

feel rested.

If ever

I could become a breeze,

I would take your longing and carry it off.

I would set you down by the Seomjin River some spring day

and make spring petals flutter

above your memories.

Really

if only I could

I would become a crystal wineglass.

Now and then, making a cocktail

of your sadness,

deep loneliness,

with a single drop of joy,

I would lay a kiss

on your lips of pure gold.

Mr. Lee Sang-yeol (deceased). Born 1945. General paralysis.

Ku Sang Sosdae Literature Award - grand prizewinner (1991)

Joseon Munhak newcomer prize (1994)

Ku Sang Sosdae Literature Award - recipient (1999)

Poetry collections: At the Times in Life when we Falter; While we are Living

Essay collections: Standing up the Prostrate; The Things Between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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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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