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월요일, 나사렛대학교 창학관 7층 세미나실에서 나사렛대와 충남대, 배재대 등 3개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청각장애 대학생들의 구직역량 강화를 위한 소리 없는 취업캠프를 개최했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나는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후배들 앞에 섰다. 나의 강연은 '당신의 취업을 디자인하라'라는 주제로 시작됐다.

얼핏 어려운 제목이겠지만, '디자인'이라 함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이기에,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농인은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일이 제격이기에 이러한 주제를 정하게 됐다.

약 40명의 학생들 앞에 첫 번째 순서로 나선 터라 속으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내 이야기를 통해 어떤 영향이 있을까? 잘 못하면 어떨까? 등등 여러 가지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막상 후배들 앞에 서서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보니 '아, 이들에게 '취업'은 어떤 숙제이면서도 하나의 산을 넘어가야 하는 일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세 분의 강연이 더 있었지만 대게 비슷한 내용이었다. '농인'이라고 해서 움츠러 있지 말고, 당당하게 서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나도 그 내용에 충분히 공감했다. '농인'은 '수화언어'를 통해 살아가며, 본인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기에.

'당신의 취업을 디자인하라'의 주요 내용은 어떻게 계획하고 설계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가에 따라 멋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학점’은 당신의 ‘졸업장’을 주고, ‘포트폴리오’는 당신의 회사를 결정짓는다.'라는 문구를 만들어 이에 대한 내용을 들려주었는데, 나중에 이 문구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점이 좋든 나쁘든 졸업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서 공부를 하되,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라는 뜻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간 이상, 후배들이 ‘취업’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대내·외적인 활동을 많이 경험했으면 한다. 대학교는 곧 '작은 사회’이기에 이 곳에서 경험을 많이 해보지 않으면 졸업하고 나서 만나는 사회에서 큰 ‘무게’를 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연 주제가 ‘디자인’분야라 ‘포트폴리오’를 거듭 강조했다. 강의 때마다 주어지는 과제에 충실할수록 멋들어진 한 권의 ‘포트폴리오’가 나올 수 있다. 평소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당신의 '취업'을 디자인하라'로 시작한 강의는 디자인 분야에 취업하고자 하는 농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큰 기대를 하진 않지만 작은 '힘'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는 농인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농인이고 수화를 만난 나는 지금도, 내일도 행복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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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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