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일어나!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우리 아이보고 어르신이 못마땅한 듯 큰소리친다. 자폐성장애 특성상 외모로 봐서는 어디가 장애인지 잘 모른다. 그런 어르신들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자리를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 것들은 애들 교육을 저렇게 시키니 문제라며 계속 구시렁거렸다. 듣고 있기도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려 옆 칸으로 갔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한숨 돌렸다.

신체적인 조건으로 보면 아이는 서서 가는 것도 별 무리는 없다. 그러나 펄펄 뛰는 아이를 붙들고 가기가 힘들어 자리에 앉게 하는 편이다.

자리에 앉아서 간다고 마음까지 편안한건 아니다. 노약자석이다 보니 주위에 어르신들이 많다. 어르신들의 시선은 곧 우리 아이한테로 쏟아진다. 우리 아이가 시선끌기에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소리를 낸다거나, 몸을 좌우로 흔든다거나, 손으로 벽이나 창문을 톡톡 친다거나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주위사람들을 심심찮게 해준다. 보통 사람들은 한두번 쳐다보고는 외면하는 편이지만, 어르신들은 계속 쳐다보고 옆 사람과 수군거린다. 물론 우리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모르는척하며 딴청을 부리지만 마음은 지옥과 같다.

지하철좌석뿐만이 아니라 모든 편의시설을 보면 거의 노약자가 같이 이용하게 되어 있다. 장애인셔틀버스, 재활체육센터, 재활병원 등 장애인과 노인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곳들이다.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노약자 공간은 신체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는 어르신과 발달장애인이 이용을 많이 하게 된다. 발달장애인들은 어르신들과 상대적으로 신체적인 어려움보다는 펄펄 뛰거나 산만함을 통제하기가 어렵다.

얼마 전에 운동이 끝나고 체육센터에서 나오던 자폐성장애인과 어르신이 부딪혔다. 당연히 힘이 없으신 어르신이 넘어졌다.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병원에서 이상여부 검사를 하는 병원비와 치료비는 고스란히 자폐성장애인 부모의 몫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폐성장애인들은 어르신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게 두렵다. 어르신들을 피하게 되다보니 지하철을 이용하기보다는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게 되고, 장애인셔틀버스도 꼭 보호자동반함에도 불구하고 불편함 때문에 이용을 못하게 되고, 어르신들을 피해서 운동을 하려다보니 결국은 운동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기저기서서 크고 작은 자폐성장애인들의 사건 사고 뉴스가 많이 전해진다. 그런 뉴스가 전해질 때마다 자폐성장애인들의 입지 조건은 점점 좁아지고, 그 모든 어려움은 가족이 특히 부모가 떠맡게 된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하나하나 새로 만들어지고 수정되어 가는 이때 자폐성장애인들의 복지 시설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자폐성장애인들의 복지 시간은 뒤로 가는 듯하다. 뒤로 가는 시계가 아닌 앞으로 가는 복지시계가 더욱 필요하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손창명 칼럼리스트
발달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인식개선 사업 차원으로 시내 고등학생, 거주시설장애인, 종사자들한테 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장애인당사자의 삶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 담아보려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