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낮이가 다른 지하철의 손잡이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의 이념이 숨어 있다. ⓒ김경식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간략하게 ‘모든 사람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일상의 제품 및 주변 생활환경을 디자인하는 것 ’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유니버설’ 이라는 단어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 디자인’ 의 기본적인 개념이 ‘모든 사람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 및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 ’이라고 정의하여도 과언(過言)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별도의 ‘유니버설 디자인’ 이라는 용어가 생겼을까? 그것은 급속한 산업화에 따르는 다양성(多樣性) 배제에 대한 뒤늦은 반성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筆者)도 그 견해에 일정부분 동의한다.

산업혁명(産業革命) 이후 산업의 특징은 ‘대량생산과 이에 따르는 대량소비’로 축약(縮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제품생산에도 반영되어서 ‘다수자(多數者), 다시 말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일반적인 비장애인 근로자와 이들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하는 계층 또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일반적인 비장애인을 소비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금세기(今世紀) 이전의 법률을 포함한 사회 전반(全般)의 제도 및 건축물을 포함한 거의 모든 물리적 환경이 위에서 언급한 다수자를 위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다수자들만을 위한 사회제도 및 생활환경 위주의 사회에서 그동안 간과(看過) 되었던 흑인, 여성, 노령자,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들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배려하고 인정한다는 의미를 포괄적으로 내포한 것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이전에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여기서 다시 한번 유니버설 디자인의 7원칙을 되짚어 보기로 하자.

제 1 원칙: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제 2 원칙 : 사용방법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제 3 원칙: 사용방법이 간단하도록

제 4 원칙: 사용방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제 5 원칙 :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잘못 조작하였더라고 바로 정정할 수 있도록

제 6 원칙: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 7 원칙 : 사용하기 적당한 공간과 크기를 가지도록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 건물 내 경사로. 휠체어 이용 학생의 편리한 이동을 돕고 있다. ⓒ김경식

각각의 원칙에 대해 실제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제1 원칙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은 제품과 주변 생활환경 뿐 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형의 규칙, 법률 등의 제도 또한 인종, 성별, 장애유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만약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이라는 원칙이 현재의 여건상 불가능하다면, 이러한 여건의 개선 또는 제거하여야 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당연한 모습으로 여겨지는 아파트 현관출입구의 경사로는 처음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는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노약자 또한 유모차를 이용하는 젊은 부모들에게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어 그 유용성의 재론에는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상구 표시. 이 표시는 거의 만국공통의 기호로, 모든 사람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김경식

‘제2 원칙 : 사용방법의 선택이 가능하도록’은 대상자의 기호(嗜好)와 활용능력에 따라 대상자가 사용방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통행수단인 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이러한 물리적 환경을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의 구비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 투쟁’이 이슈화된 적이 있다. 이것은 우리 장애인의 이동권(移動權) 보장의 한 가지로, 무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 지하철 승차장에 접근할 수 없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원활하고 안전한 접근을 위한 투쟁이었다.

간혹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의 지하철 승차장이나 일부 지하상가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제3 원칙: 사용방법이 간단하도록’을 달리 표현하면 ‘복잡한 구조는 피하면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이다.

그 의미는 사용하고자 하는 제품의 복잡한 외관과 구조로 인해 사용하는 사람이 그 사용방법을 바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품의 활용목적을 명확히 하여 이용에 편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로 현대의 대부분 제품들은 다기능(多技能)을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트 폰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우리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항목을 충실히 자사 제품에 반영하고 있는 아이폰이 대표적인 IOS 운영체계로 널리 알려진 겔럭시 시리즈의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의 신제품들과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신제품의 경우 기존의 휴대폰의 기본적인 기능인 통화와 문자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 기능과 음악듣기 등의 기본적인 멀티미디어 기능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는 스마트 폰을 이용해 각종 모바일 게임과 동영상, 정보검색, 모바일 뱅킹과 모바일 페이에 이르기까지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다기능에 멀티 테스킹 기능까지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다기능을 추구하는 첨단 스마트 폰이 오히려, 지적(知的), 육체적 제한 요소를 지니는 다문화인, 노령층과 우리 장애인에게는 여러 가지 사용상의 어려움으로 다가와 역으로 ‘정보통신 소외계층’에 처하도록 하여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전에 국내 모(某) 통신사에서 출시한 바 있는 이른바 ‘카톡폰’이 첨단 스마트 폰이 범람(氾濫)하는 시대에 ‘제 3 원칙: 사용방법이 간단하도록’을 나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이념을 내포하고 있는 제품의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품은 기존의 ‘실버폰 또는 효도폰’ 이라 불리던 휴대폰 형태에 최근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카카오톡’이라는 SNS기능과 인터넷 검색 기능을 접목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제4 원칙: 사용방법을 쉽게 알 수 있도록’의 의미는 사용방법을 한 눈에 직감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쉬운 예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상구 표시’를 들 수 있다. 또한 이와 유사한 사례로 제품의 설명서에 만화 등의 삽화를 활용해 쉬운 이해를 돕고 있는 것도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은행자동화 창구의 휠체어이용 고객을 위한 ATM기기,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확대 기능과 음성안내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김경식

‘제5 원칙 :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잘못 조작하였더라고 바로 정정할 수 있도록’의 의미는 인지(認知)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화재발생 시 긴급피난정보가 경보음만을 사용하여 제공된다면 불충분하다.

왜냐하면 경보램프를 사용하여 청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 상황을 알려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의 경우도 운행층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표시창과 음성안내 두 가지를 병행하여 이용자가 장애유형에 구분 없이 확실하게 현 상황을 인지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정수기에도 ‘제 5 원칙 :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잘못 조작하였더라고 바로 정정할 수 있도록’의 의미가 숨어있는데 바로 정수기 온수꼭지의 이중(二重)안전장치 이다.

이를 통해 혹 이용자가 정수기의 온수꼭지를 의도치 않게 작동시켰을 때에도 화상(火傷)을 입지 않도록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제6 원칙: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의 의미는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는 잘 정리되어서 어떤 사람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표현되고 제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이나 공공시설의 경우에, 사용에 필요한 정보는 연령, 학력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알기 쉽도록 적절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 적절한 예로 내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항과 터미널, 기차역의 경우, 안내표지판과 안내방송이 우리나라의 말과 글뿐만 아니라 만국공통어인 영어와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어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공공시설의 입구에 설치된 촉지도(觸肢圖)와 엘리베이터 버튼과 계단의 시작과 끝에 설치된 점자와 점자블럭도 이러한 의미의 대표적인 예이다.

마지막으로 ‘제7 원칙 : 사용하기 적당한 공간과 크기를 가지도록’의 의미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제품 또는 설비 및 공간을 본연의 용도(用度)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은행 자동화 창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휠체어 이용고객을 위한 폭이 일반기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은 ATM(automated teller machine)기기를 들 수 있고, 휠체어 이용 고객용 ATM기기의 낮은 높이는 저신장자(低身長者)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다.

요즈음 버스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높낮이가 다른 손잡이의 경우도 저신장자와 어린이를 베려한 동일한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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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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