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아버지라는 단어에 어떤 장면이 연상되시나요?

아버지들은 말수가 적고 피곤하며, 무뚝뚝해서 쉽게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재잘거리는 자식들의 애교에 살갑게 반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아버지 '료타'도 그렇습니다. 료타는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시속 230km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입니다. 이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퇴근은 늘 아이가 잠들 때 쯤 하고, "조만간에 시간 내서 휴일에 가족 여행가자"라는 말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다시 말해 료타의 친아들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케이타가 아니라 시골 전파상 첫째 아들 류세이 라는 겁니다. 두 가족은 아이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아이들이 바뀔 부모를 서서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만남의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

두 가족이 만나면서 영화는 부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완전히 반대인 두 아버지를 보여줍니다. 류세이(료타의 친아들)의 아버지 유다이는 늘 아들과 함께 뒹굴며 놀아줍니다. 같이 볼풀장에 들어가 쓰러지고 미끄러지고, 두두두두 총싸움 놀이를 하면 '으악'하고 쓰러지는 시늉으로 반응해줍니다. 목욕도 좁은 욕조에 같이 들어가 입에 물을 머금고 가슴을 누르면 입으로 물을 '주욱' 하고 뿜어내는 장난도 칩니다.

반면 료타는 아들에게 비싼 사교육을 제공하고 고급 장난감을 사주지만 함께 하지는 않습니다.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중 한 장면 캡쳐. ⓒ정희정

두 가족이 아들을 바꾸기로 결정했을 즈음 료타는 회사에서 새로운 발령을 받습니다. 230km 속도가 갑자기 90km로 줄어들게 되었지요. 료타는 속도가 줄어들면서 창밖으로 쌩쌩 스쳐지나간 아들을 보게 됩니다. 인터넷을 보고 텐트 치는 법도 배우고, 기타를 거꾸로 매고 아들과 총싸움도 하는 아.버.지 매뉴얼을 익혀갑니다.

료타가 이렇게 노력을 하지만 류세이는 몰래 지하철을 타고 원래 아버지 유다이에게 돌아갑니다. 전파상에 류세이를 찾으러온 료타를 본 케이타는 집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아빠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기 위해 나타났다는 것이 어린 케이타에게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한참을 뛰어가다 두 부자는 작은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갈래길을 걷습니다. 그간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벌어진 거리 만큼입니다. 갈래길은 점점 좁아지고 부자는 만납니다. 그리고 서툴렀던 남자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갑니다.

수중 활동 아버지=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서울대학교 'FUN & KICK'에서 부모참여 수중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아버지가 많았습니다. 특수체육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아버지들을 수업시간에 만나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수중활동은 물의 성질을 이용하여 수중에서 아쿠아로빅, 재활, 게임 등 다양한 수중활동을 하는 수영보다 조금 광의의 개념을 가진 신체활동을 말합니다.

물은 부력, 정수압, 저항, 수온 이렇게 4가지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빨리 움직이지 못하고 힘들다는 걸 느껴 보셨지요.

이는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인 부력과 물의 저항 때문에 그러한데, 물의 입자들은 단단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그걸 밀치면서 가려면 그만큼 저항이 강해지기 때문에 지상운동에 비해 많이 움직이지 않는데도 에너지 소비량은 큰 효율성이 높은 활동입니다.

또 부력 때문에 몸이 뜨는 느낌을 좋아해서 인지 다수의 발달장애 학생들이 선호하는 활동입니다.

첫째 날, 장애아동 옆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딘가 어색한 모습입니다. 물 속에 들어와서도 그 어색함은 쉽게 유유해지지 않습니다. 그냥 아들 옆에 서 있습니다. 다섯 동작을 채 따라하지 못하고 옆으로 도망가는 아이들을 잡으러 갑니다. 그리고 또 아들 옆에 서서 앞만 보고 동작 따라하기를 시작합니다.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아이를 잡고 발차기 시키기를 반복한 아버지는 곧 지칩니다. 급기야 수업 마지막엔 아들은 아들대로 잠수를 하고 놀고,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수영을 하는 독립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출렁이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두리둥실 떠가듯 자연스럽게 아들의 움직임에 맞춰서 시간을 보냈으면. 함께 하는 것이 아직은 어색한가 봅니다.

세 번째 부모참여 수중운동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첫째 날과는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교사가 제시하는 동작을 아들과 같이 하기 위해 아들 뒤에 서서 잘 펴지 않는 팔을 잡고 옆으로 스트레칭을 시키기도 하고, 무릎을 위로 올리는 동작을 하기 위해 물 밑에 들어가 무릎을 올리기도 합니다.

아들이 발차기를 하도록 아버지가 앞에서 키판을 잡고 끌어주면서 움파 움파 호흡연습을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열정적인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수영 시합을 하고 열정의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은 서툴고 어색한 모습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들 마음 속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는 씨앗은 무거운 흙을 밀어내며 움틀 움틀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보다 나아진 오늘의 모습. 그렇게 더 따뜻한 아버지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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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건강운동과학연구실 특수체육전공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재학 중 이며, 서울대학교 'FUN&KICK'에서 발달장애학생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 장애인의 움직이는 몸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다. 칼럼을 통해 발달장애학생들의 움직임과 영화 및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장애인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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