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은 호명과 관심을 통해 하나의 존재가 완전해지는 과정을 꽃에 비유했다. 하나의 존재가 완전해 지는 과정에는 ‘이름을 불러주는’ 행위처럼 타인의 관심과 인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그 동안 발달장애인은 사회적 존재로서 소외되어 왔고 사회 참여에서 배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2015년 11월부터 시행되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권리와 서비스를 보장한 헌정 사상 최초의 법으로서 뚜렷한 의의를 지닌다.

또한 그동안 다른 장애유형 보다 복지욕구가 높고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와 인프라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경험해온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발달장애인법에서 ‘개인별지원계획’은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생애주기별 욕구에 기반해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뜻한다. 더 나아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이 그들의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등 당사자 참여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일찍이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개인별지원계획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고, 이미 정착되어있다.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질문이 미국 사회에서 활발히 제기된 것은 1970년대의 일이며, 이에 따라 미 연방정부나 주정부에서는 서비스 이용자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IP(Individual Plan)를 개발하여왔다.

이러한 흐름과 필요성에 대한 요구는 발달장애인법의 ‘개인별지원계획’으로 수렴되는 결실을 가져왔다. 그러나 개인별지원계획이 발달장애인의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되고 질적으로도 담보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음의 사안들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첫째, 개인별지원계획에 포함되는 복지서비스를 제한하지 않고 열어두어야 한다. 현 발달장애인법에서는 개인별지원계획을 수립할 때 포함되는 복지서비스를 일부로 한정하고 있다(발달장애인법 제18조).

이는 개인별지원계획의 중요한 원칙이 발달장애인의 욕구에 기반한 목표설정에 있다는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공급자 중심, 프로그램 중심에서 벗어나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원하는 서비스가 계획에 포함될 수 있는 수요자(발달장애인) 중심으로의 전환이 개인별지원계획의 지속적인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 뿐 아니라 민간기관에 의해 제공되는 양질의 서비스까지 개인별지원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현재 개인별지원계획에서는 공적서비스에 국한해 서비스를 조정하도록 돼있으며, 민간기관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는 자율적인 영역으로 남겨져 있어 실질적으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서비스 대상의 욕구를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계획 수립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미국의 리저널센터(Regional Center)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이용자들에게 민간기관의 서비스까지 조정할 수 있는 구매권을 보장해준다면, 민간 서비스까지 포함해 선택권이 최대한 보장된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이 가능하며 단순 정보연계를 넘어 실질적인 서비스연계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별지원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모든 전문가들이 ‘당사자 중심의 관점’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가장 잘 안다는 태도, 혹은 당사자 의사에 기초하지 않은 채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전문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의 선호를 확인하기 위해 그림판 등의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는 등 발달장애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지원방법을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발달장애인법상의 개인별지원계획은 발달장애인이 법과 정책을 통해 진정한 사회구성원으로 호명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개인별지원계획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개인별 욕구가 존중되고 생애주기별로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이 제공됨으로써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이 제각기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길 고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변용찬님은 RI KOREA 정책과서비스 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장애인개발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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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 KOREA(한국장애인재활협회 전문위원회)'는 국내·외 장애 정책과 현안에 대한 공유와 대응을 위해 1999년 결성됐다. 현재 10개 분과와 2개의 특별위원회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천전략 이행,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국내외 현안에 관한 내용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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