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엄마로 살아가기 

장애인 엄마는 아이를 맡겨놓고

커피나 마시러 다닌다 

동지섣달 엄동설한 문풍지를 흔드는 매서운 바람보다

차가운 말들은

얼음이 되어 가슴에 쩍쩍 눌러 붙는다 

그렇구나

커피 한잔이 이렇게 큰 죄가 될 줄은 몰랐다.  

장애아이들은 빨리 찾아가야할 짐짝이 되고 

애써 강한 척 남의 일처럼 외면도 해보고, 딴청도 부려본다

뜨거운 커피를 아무리 들어부어도

떨어지지 않는 주홍글씨 같은

장애인 엄마 

누가 뭐라 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금니 꽉 깨물고

가슴에 쩌억 들러붙은 말을 삭힌다

어쩌다삶은 뻔뻔헤지고

그래도 식어버린 커피

다 마시고 일어나야지

애써 입가에 어색한 미소 바르지만

이미

풀죽은 마음 쓰디쓴 커피가 되어

닫혀버린 목구멍을 넘기지 못하고

입안에서 맴돈다

 

장애보다

더 두려운 건

얼음덩이 보다 더 차가운 말에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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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명 칼럼리스트
발달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인식개선 사업 차원으로 시내 고등학생, 거주시설장애인, 종사자들한테 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장애인당사자의 삶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에 근거해 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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