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숨을 쉬어야 산다. 그러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숨쉬기는 의료행위이다. 그렇다고 숨 쉬는 것을 의사에게 물어보거나 하진 않는다. 숨쉬기를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인가?

장애인의 재활에서 의료재활 분야가 있다. 손상에 대해 기능을 회복하거나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료적 행위가 의료재활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건강과 관계된 것을 의사의 소견을 참고로 하거나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재활훈련에 있어 신체기능 회복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의사의 업무가 되겠으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의사의 의견과 상담은 자립과 사회적응 훈련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상담과 자립, 생활적응 훈련이 의사의 업무일까? 그렇다면 사회복지사들도 현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재활상담사 민간자격 운영을 신청한 서류에 전인적 재활이라고 하였으니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업무로서 의료가 포함된다고 복지부는 해석한 것 같다.

교육에서도 전인적 교육이란 말을 사용한다. 그렇다고 교육이 의료행위라고 하지는 않는다. 생활의 전반적인 능력을 가지도록 재활상담을 한다는 것이지, 의료행위를 포함한다는 의미는 분명히 아니다.

민간자격 신청서에 재활상담사의 업무에 ‘건강상태 평가’라는 말이 들어 있고, 이는 의료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건강상태를 물어보는 것은 의료의 초기업무인 문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과거에는 의료법에서 의료행위가 무엇인지 일일이 나열하는 방식을 취했으나, 나열하게 되면 나열되지 않은 것은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무면허로 단속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어 현재는 법에서 의료행위의 범위를 정하지 않고 있다.

의료행위의 범위는 판례에 의해 축적되어 가는 방식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 동안 미용문신을 비롯한 많은 시비가 법정에서 있었다.

재활상담이 의료행위라는 법원의 판단이 있지 않은 한 재활상담을 의료행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의료행위의 판단은 복지부가 아니라 법원의 판단업무이다.

환자의 건강이 식생활과 매우 연관성이 있어 의사의 조언이 필요하지만, 의사가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무면허라고 하면 의료행위라는 확정이 있어야 하고, 그 행위에 대하여 돈을 받아야 한다. 효도를 위해 부모에게 안마를 했다고 해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상담에서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것은 의료적 진단이나 처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

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장애인 서비스를 결정하기 위한 판정이나 상담에서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것은 사회복지 상담자의 업무로, 활동보조 서비스나 근로능력 평가 등에서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야맹증이 있는지는 의사가 판정하지만, 야맹증이 있는지 물어서 밤길보행을 지도하는 사람은 복지전문가이다.

건강상태를 묻거나 알아보는 것으로 비용을 요구하지도 않고, 의료적 처방이나 진단을 하지 않음에도 의료행위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주의가 산만한 경우나 피로를 자주 느끼는 장애인에게 자주 휴식을 제공해야 한다거나, 장애에 대해 이해를 해야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할 수 있다거나, 재활훈련을 받을 체력이 충분하다거나 하는 등의 판단을 위한 참고는 복지전문가에게 필요한 일이다.

약에 관한 사항이 약사 몫이라고 하여 상비약 판매조차 약사 외에는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약의 복용행위까지도 의사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조기구 중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건강이나 장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휠체어나 의지보조기 등에 관한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의료행위이다. 그러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은 의료행위가 아니다. 그리고 보조기구 중 상당수는 일상생활용구일 수도 있다.

전인적 재활이라고 하여 의료가 포함되어 있으니 의료행위라고 보거나, 건강상태를 알아보고 생활을 상담하는 것이 의료행위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자격기본법 제17조에서 민간자격에서는 의료행위를 금한다는 말이 없다.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에 관한 자격을 신설하는 것을 제외한다고 한 것이다.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것이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고, 안전이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문제의 가능성을 배제시킬 것이다. 더구나 어떠한 의료행위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재활상담은 의사와 팀을 이루거나 도움을 받아 팀접근으로 이루어지는 업무이다.

자격기본법 제4조의 국가의 책무에서 산업계 현장을 존중한다거나, 자격을 활성화한다거나, 국제적 통용성과 호환성을 확보하라는 의무를 외면한 행위가 아닌가 한다.

복지부 산하 의료단체들에게 의견서를 요구하여 장애인 삶의 전반이 의료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특정 장애 상태에 따라서는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어 재활 자체를 의료행위라고 의견을 받은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잘못하면 의료권력이 장애의 모든 것을 책임지지 못하면서 모든 권한은 독차지하게 되는 사태를 정부가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상담사가 건강상태조차 체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장애인 재활에서는 문제이다.

복지부는 시간낭비와 소모적 논쟁을 즉시 중단하고 자격제도를 허용하고 활성화하는 본연의 자세를 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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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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