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분야에서 재활상담이란 장애로 인한 심리적 및 사회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거나 장애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사회자립과 재활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재활상담은 장애인 재활과 사회자립에 주요한 영역으로써 장애인 복지·재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전문 지식이다.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34조(재활상담 등의 조치)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재활상담을 하고 필요한 경우 장애인이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주거편의·상담·치료·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한 동 조에서는 공공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이나 사업장 내 직업훈련시설에서 하는 직업훈련 또는 취업알선을 필요로 하는 자를 관련 시설이나 직업안정업무기관에 소개하는 경우에도 재활상담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재활상담은 장애인복지법에서도 장애인의 재활이나 자립에 필요한 서비스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으며, 장애인은 신청 또는 재활상담 등을 통해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한 장애인복지시설(예를 들어, 장애인 생활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유료복지시설,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장애인복지관, 자립생활센터, 직업재활관련 시설, 생활시설 등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의 수많은 사회복지학, 재활학, 심리학, 상담학이 개설된 대학에서 장애와 관련된 재활상담 내용을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상담의 정의·업무내용·범위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는 2015년 5월 1일에 서울 고등법원(서울고법 2015누39127)에 제출한 공식적인 의견서에서 재활상담의 의미와 범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장애인자립기반과의 공식적인 의견에 의하면 재활상담은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분야가 많으며, 의료법 제27조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자립기반과는 상담부터가 의료행위인 문진의 시작인 점에 비추어볼 때 장애인 재활상담은 의사의 업무범위를 침해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이며 재활상담을 위해 실시하는 건강상태 평가는 명백한 의료행위라서 의사가 아닌 자가 건강상태를 물어보는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등 자원을 연계하는 것도 재활의학전문의가 해야 할 의료행위로써 이러한 역할을 의사가 아닌 다른 전문가가 행하는 것 역시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이며, 장애인 직업재활계획은 재활의학전문의만이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두뇌활동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심장에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판단 없이 심장 장애인에게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상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예시를 들면서 장애인 상담이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의 근거로 장애인자립기반과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재활의학과, 개원의사회 등으로부터 받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자립기반과의 의견은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실로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이다.

장애인 재활상담은 의료행위이고 의사만이 재활상담을 실시할 수 있으며 재활의학전문의만 보조기기를 연계하고 직업재활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재활상담은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라고 주장하는 장애인자립기반과의 의견은 장애의 당사자주의, 동료상담, 장애인의 재활 및 사회자립 등을 기본 근간으로 하는 현재의 장애 패러다임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또한 의사만이 재활상담을 할 수 있다는 장애인자립기반과의 의견은 장애인을 단순히 환자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며, 이러한 구태의연한 사고는 과거 50년 전의 의료적 관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관점은 1960년대부터 전 세계 장애인이 주장해 온 장애의 사회적 패러다임, 장애인 당사자에 의한 사회자립·통합의 기본 철학, 장애인의 천부적인 인권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더욱이 장애인의 직업재활·소득보장·일자리창출·직업재활 전문인력·보조기구 등과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 및 사회자립과 관련된 핵심적인 국가 정책·제도를 담당하는 부처인 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가 이러한 구시대적이며 낡은 사고방식을 아직도 갖고 있다는 점은 정말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와 같은 장애인자립기반과의 공식적인 자료는 장애인자립기반과의 존재를 부인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의견이며, 장애인 재활과 자립을 의료정책으로 간주해버리는 어이없고 무책임한 처사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장애의 의료적 관점을 배제하였고, 장애인 재활을 단순한 재활의학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 교육, 직업 등을 포괄한 종합적인 재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활을 통한 사회자립·통합을 가장 바람직한 장애인 재활로 여기고 있다.

필자 역시 이러한 재활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에 기초해 비록 의사는 아니었지만 미국에서 재활상담사로써 장애인의 재활을 위해 헌신하였다.

또한 필자는 전맹 1급 시각장애인의 실제적인 장애 경험을 토대로 여러 장애인에게 재활상담을 함으로써 장애인이 장애를 수용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애인자립기반과에서 제시한 의견에 따르면 현재 수많은 복지관, 자립생활센터, 직업재활시설, 생활시설 등에서 장애인의 건강상태 확인을 위한 초기면접질문, 자립 혹은 직업재활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장애인에게 조언하는 것 등은 모두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이다.

그리고 전맹 시각장애인에게 화면독서프로그램과 같은 보조기기를 연계하거나 구직을 위해 직업재활계획 수립을 도와주는 것 역시 시각장애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인 것이다.

장애인자립기반과의 재활에 대한 이러한 편협한 의료적 이해와 재활상담을 의사들만이 독차지하는 전유물로 인식하여 재활상담을 하고 있는 사회복지학, 재활학, 심리학, 상담학을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심각한 국가적 재앙이며, 현재 국내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장애의 사회적·환경적인 패러다임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자립기반과의 장애인 재활에 대한 몰이해와 비전문적인 인식은 한 국가의 장애인 재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이다.

끝으로, 직업재활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을 궁극적인 목표로 추구한다는 장애인자립기반과가 대한의사협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재활의학과, 개원의사회 등의 의사와 관련된 특정 이익집단의 의견만을 근거자료로 제시했다는 점은 장애인자립기반과의 재활에 대한 무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지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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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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