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정찬 박사 저서 '치매 희망이 있습니다' 표지. ⓒ서인환

차바이오텍에서는 지난 주 눈의 망막에 질환이 있어 거의 실명에 이른 환자를 대상으로 배아줄기세포로 실명치료를 하였는데, 4명 중 3명이 시력개선 효과를 보았다.

이미 공동개발을 하고 있는 미국 오카타 세러퓨틱스사에서는 지난 해 10월 18명을 대상으로 실험에 성공하였으며, 이 논문은 송원경 교수 등의 이름으로 스템 셀 리포트지에 실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장애예방 관련 줄기세포 소식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의 실명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치료실험을 성공하였다고 하고, 2018년 즈음에 실용화된다고 하니 망막질환 시각장애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지만, 시력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것이 나에게도 영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시신경은 말초신경이 아니라 중추신경이므로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그동안 믿어져 왔으나 줄기세포 기술은 중추신경 재생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국내에서 배아줄기세포로 장애가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황우석 박사였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는 장애치료에 대해서는 적용 가능성만 제시하였고, 실제 장애와 관련된 실적은 별로 없었다. 주로 복제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럼에도 황우석 박사 구명운동까지 하면서 장애인들 특히 척수장애나 뉴게릭병 환자(근위축성 측삭경화증-서서히 신경이 파괴됨)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다음으로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준 사람은 알엔엘 바이오사의 라정찬 박사였다.

그는 생명윤리문제에 비교적 자유로운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연구를 하였다. 우리 몸의 복부에 있는 지방에는 성체줄기세포가 매우 많으며, 이를 추출, 배양하여 정맥혈관을 통해 자기 몸에 다시 투입하여 치료하는 방식이었다.

국내에서 의료법이나 의약품법상 줄기세포 치료제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고, 임상실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부작용과 효능을 검증해야 하므로 성급한 확산은 해외 원정시술 시비에 휘말리기도 하였다.

또한 내부 비공개 자료를 이용하여 주가조작 혐의를 받아 감옥살이 신세가 되기도 하였다.

그 동안 관절염, 버거씨병의 치료제 개발을 거의 끝내고 있었고, 녹내장, 희귀성 난치병 치료제, 뇌성마비 등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줄기세포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지난 2014년 1월에 출소한 라정찬 박사는 회장직을 내려놓고 이제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알엔엘 바이오사는 코스탁 상장이 취소되었고, 회사명을 케이스템셀사로 변경하였다. 라정찬 박사는 희귀난치성 질환과 치매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겠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 천여 개가 넘는다. 그 중 유전인자에 의한 것도 있지만 기능저하나 신경계 질환들이 많아 손상되지 않은 성체세포를 생성할 수 있다면 희귀성질환 치료에는 획기적인 방안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유전성이라 하더라도 이상 현상을 개선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라 박사는 감옥에 있으면서 처음에는 연구를 중단하고 영하의 몸이 된 결과에 대한 반성을 하였다. 그러다가 온갖 질병을 간직한채 감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치매환자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앞으로 이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그는 감옥에서 집필을 위한 원고를 써나갔다. 먼저 편지글 서두에는 아내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치매에 대한 설명과 희망에 대한 글을 써서 집으로 보냈으며, 출소 후 그 원고들을 모아 출간을 하게 되었다.

국내 50만이 넘는 치매 환자들을 위해 그는 감옥에서도 쉬지 않고 글을 썼다. 치매란 성인기에 정신 기능이 감퇴된 것을 말하며, 발달장애는 발달기에 기능이 저하된 것을 말한다.

치매와 발달장애는 원인과 발생시기는 다르지만 발육이 늦은 것과 감퇴된 것을 활성화하거나 증진시키는 점에서는 유사한 연관성이 있다.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세포에 침착되어 뇌기능을 저하시키는 병으로, 40% 정도는 유전성이며, 유전인자 21, 14. 1번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 등과 관계가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은 유정인자와 환경이 상호작용하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안정떨림, 경직, 느린 운동 및 자세불안정성 등이 초기 증상이다.

뇌졸중은 급속히 진행되는 치매증상을 보이며, 뇌혈관의 이상을 일컫는 말이다. 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뇌세포에 영양과 산소 공급이 어렵게 되고,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진 도파민 등의 신경물질 전달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전에 경증인지장애가 먼저 나타나게 되는데, 라정찬 박사는 꾸준한 몸의 운동으로 당뇨나 고혈압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뇌 운동 역시 활발하게 하고, 올바른 식생활을 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식생활에서 고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중금속 음식을 피해야 하며, 술과 담배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채소, 현미, 콩, 과일, 견과류 등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치매가 발병하면, 불안하고 우울해 하면 더욱 증세가 악화되므로 받아들이기, 내려놓기, 평안찾기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치매환자와 함께 하는 것은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평안과 웃음을 찾고 겸손과 순수함을 가지라고 한다. 정신적 안정에는 기도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라정찬 박사는 과거의 성급한 사업확장과 자가지방유래 성체줄기세포 제품화에서 온 구속이라는 결과에 대해 참담해하였을 것이고, 그러한 과거의 실패를 잊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잊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치매환자가 더욱 가까이 다가왔을 것이다.

세포는 생명 에너지이며, 뇌세포에서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이 기억을 만드는 것이며, 성체줄기세포는 하나님의 선물인 것을 확신하고 있다.

자가성체줄기세포는 재활, 재생의 원천이고 과거에 뇌는 재생이 불가능하다는 학설이 정설이었으나 1990년대에 와서 그것이 잘못임이 입증된 이상 줄기세포로 재활을 해결해보고자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천기술 연구에서 후속 연구로 확장된다면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해진다.

치매에 대해서도 시기의 문제일 뿐 행동장애와, 정신적 장애를 수반하므로 법적으로 장애인임을 인정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라정찬 박사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약품으로 보면 하나의 약으로 취급되므로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복잡한 절차로 인하여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약품이 아니라 의료소재로 보면 의사의 권한으로 시술이 가능해진다. 수술은 의사가 하지 약품이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의료소재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의 효능이 아니라 의료기술이라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의약품으로 보는 국가도 있고 중국이나 일본 등과 같이 의료소재로 보는 국가도 있는데, 자가줄기세포는 부작용 없음이 입증된 만큼 의료소재로 인정되어야 개발과 시술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라정찬 박사는 수감생활 동안 쓴 원고를 모아 ‘치매 희망 있습니다’라는 책의 출간을 시작으로 줄기세포 보관사업을 위해 바이오스타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우리 장애인 가족들은 다시 줄기세포기술에 대해 기대와 관심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라정찬 박사의 시련이 오히려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의료계에 기여하고,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큰 나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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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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