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올해부터 특수학교 초·중·고등부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화교육에 대한 전산화를 의무화했다.

이중 중등부 개별화교육 전산화를 위한 네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개별화교육계획 전산화 운영 사용자 설명서를 살펴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네이스는 학적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는데, 장애학생 학적을 개별화교육 계획으로 하여 입력하는 것이다.

개별화는 장애유형과 개별적 특성을 고려하여 개인 맞춤형으로 교육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개별화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개별화된 수준평가가 가능해야 하고, 개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문서화된 개별화된 교육(WIEP, written individualized educational programs)이 의무화되어 있다. 고용계획에서도 문서화된 고용계획(WIEP, written individualized employment programs)을 운영하고 있고, 복지 서비스에서도 문서화된 개인별 지원계획(WISP, written individualized service programs)을 수립하여 운영하도록 미국재활법에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문서화시켜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말이다. 기록으로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 하는 것은 안 된다. 그러나 이 기록이 전산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산화를 하면 더욱 편리할 수 있다고 우선은 가정할 수 있다.

특수교육법 제2조의 정의에 의하면, “개별화교육”이란 각급 학교의 장이 특수교육대상자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하여 장애유형 및 장애특성에 적합한 교육목표·교육방법·교육내용·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등이 포함된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교육과정은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이 있고, 지역별 교육과정이 있으며, 학교별 교육과정이 있다. 법에서 개별화교육계획은 각급 학교의 장이 세우는 것이라 하였으므로, 국가별 교육과정에 근거를 둔 학교별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개별화교육 계획은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국의 교육평가에 대한 표준이 필요하므로 학교별 교육과정에 기반을 둘 수 없으며, 이는 교사의 재량권이 반영되어야 하는 개별화와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다음으로 개별화교육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지원팀 구성을 2주 내에 실시하고, 다시 2주 내에 개별화교육 계획을 수립하여 입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뢰, 진단평가, 선정, 배치가 이뤄지고 매학기 30일 이내에 학기별 개별화교육계획을 수립하다 보면 매학기 초 1개월은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시간을 사용하게 되므로 이 또한 실정에 맞지 않다.

학부모들은 전산화가 되면, 언제든지 자녀의 교육계획을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네이스의 접속 권한에서 교육지원팀이 아니므로 배제된다. 다만 교육평가에 대하여 학부모에게 통보되므로 그것을 볼 수는 있지만 이는 전산화와 무관하다.

학습을 설계하려면 교육과정에서의 과업이 정해지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에는 발달의 단계가 분석되어 있어야 하고, 그 발달단계 중에서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사회성, 언어성, 지능, 인지, 운동능력, 의사소통 능력, 대체감각 능력, 일상생활능력 등 스킬별 발달단계가 총망라되어 정리되어 있고, 이것이 단계별로 구성되어 제시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네이스에는 단지 교사가 직접 입력하는 문장만을 요구하고 있다.

전산화의 목적은 학적관리가 아니라 개별화를 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교사의 시간을 절약하고 체계적으로 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이 맞다.

프로그램에서 각 영역별 발달단계가 제시되고, 체크리스트에 의해 평가를 하면 현재의 발달단계가 평가되고, 평가된 수준의 다음 단계가 학습목표가 되며, 그 학습목표에 해당하는 교육내용이 전산에서 제공되고, 참고자료와 교안이 제시되고,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나면 다시 평가를 통해 달성도를 평가하도록 전산화되어야 진정한 개별화교육계획의 전산화가 아닌가 한다.

네이스는 그러한 빅 데이터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교사가 직접 학과목별 목표를 입력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물건과 단어를 서로 짝지을 수 있다’라는 학기별 목표에서 월별, 주간별 목표로 세부적으로 오면 ‘의자에 앉아 말을 잘 청취하는 자세를 가진다’ 등으로 표현하여 입력하게 된다.

원래 목표는 평가 가능한 문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동은 한 자리 숫자의 더하기 문제를 10개 문제 중 5개는 풀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이어야 한다.

네이스에 입력되는 문장은 매우 주관적이고, 측정 시기에 따라 달성된 것으로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리에 앉아 청취하는 자세는 항상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어와 과업수행 정도,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능력을 표현하는 문장 구성이 아닌 이상 평가는 정확하지 않다.

교육부는 개별화교육 계획을 의무화하기 전에 먼저 개별화교육을 위한 서비스 기반확충이 충분한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할 시설과 인력배치가 먼저 되어야 하고, 그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사정을 통해 서비스의 량과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

교육지원팀 중 교사 외에 관련 서비스 종사자는 네이스 개별화 계획에서 별로 사실상 할 일이 없다. 사정은 외부 의뢰로 이루어지며, 서비스 내용 역시 개별화기록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지 학교에서 작성하는 학적관리를 개별화하여 전산화한 것인데, 사실상 학생마다 학적이 다르므로 기록이 다를 것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개별화교육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전국교원노동조합에서는 과도한 자료의 집적화와 보안의 완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 교육과정의 몰이해와 획일화로 수준저하가 우려된다는 점, 전산화 정책에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 학부모의 전산화 거부에 대해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전산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교사의 학교별 교육과정에 기반한 개별화교육 계획 외에 별도의 교육과정을 개별화하여 입력해야 한다는 이중 행정적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으며 진단과 평가, 교육내용의 제공과 참고자료의 제시, 교육전략 등 빅 데이터의 제공이 없는 전산입력은 단순한 성적표 입력하기에 불과할 뿐 개별화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외부전문기관에 심리검사 몇 가지 의뢰하고 교육내용과 주관적 달성평가를 기록하여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기록된 견해에 대하여 다른 표현으로 재수정하면 성적조작과 같이 처벌을 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개별화교육은 교육지원팀의 재량권을 최대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개별적 특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

현재의 전산 시스템은 단순한 목표를 간단한 문장으로 입력하고 평가 역시 측정 가능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단지 교사가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조사 자료에 불과할 수 있다.

외국의 제대로 된 개별화교육 계획을 요구하는 주장에 한국형이라고 언제까지 변명하며 제대로 된 연구를 외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흉내 내기가 한국형은 아니다. 그리고 장애아동이 특수교육의 실험대상은 더욱 아니다.

자료를 수집하는 전산화가 아니라, 자료를 제공하는 전산화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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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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