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지난 20일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장애계의 원로들과 실무자들이 넓은 식장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수상자들은 긴장된 표정 반, 기쁨 반의 표정으로 좌석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해 보다 많이 참석을 한 각 언론사에서 온 기자들은 VIP석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다. 장애인의 날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른 관심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식장의 바닥이 카펫으로 되어있어 휠체어를 탄 필자는 이동이 불편하여 테이블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찾아와 주어 인사를 나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드디어 식이 시작이 되고 VIP들의 입장이 시작되면서 참 보기 언짢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총리와 보건복지부장관 등 인사들이 그 넓은 회의장을 의기당당하게 잰걸음으로 입장을 하고 그 뒤를 이어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개발원장과 장애인 단체장이 허둥지둥 따라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오늘이 다른 날도 아니고 장애인의 날인데 다리가 불편한 장애계 지도자들을 모시고 같이 들어가지는 못 할망정 경보하듯 걷는 상황이 조금은 서글펐다. 올해 장애인의 날의 슬로건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이다.

생각이 있었다면 오늘 하루 쇼맨십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 그나마 장애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으니 그런 생각도 못한다 싶었다.

이 사회 전반에 걸친 장애인을 바라보는 수준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이러한 행동들은 귀감이 안 된다. 작은 배려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배어나올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인권헌장을 낭독하는 홍보대사 차승원씨와 장애아동 신은성양. ⓒ이찬우

홍보대사로 임명된 분과 휠체어를 탄 장애 아동의 장애인인권헌장 낭독도 서로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홍보대사가 의자에 앉아서 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수상자로 호명된 분들이 안전하게 내려가도록 시간을 주어서 배려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팡이나 클러치를 사용하는 분들은 경사로를 내려갈 때 더욱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정홍원 전 총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무릎을 꿇고 시상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배석한 분에게 들었다. 그 분의 인품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 표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늘 우리 주변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하자고 귀가 닳도록 이야기를 해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진정한 마음이 없다면 바로 행동으로 표시가 난다.

동물은 약육강식하며 생존과 번식하기 위해 진화하지만 사람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나눔 그리고 존중을 하면서 진화 전에 먼저 진보하고 진화한다고 한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 사회교육의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교육만이 약자에 대한 문화를 정착할 수 있다. 10년, 20년 아니 100년의 교육이 이루어지어 우리의 DNA가 변화될 때까지 꾸준한 장애인식개선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전반에 걸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전혀 낮설지 않는 그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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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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