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발견

한 때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책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0kg의 무게를 가진 긍정적 반응이 160톤에 육박하는 고래를 움직이게 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릴 때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얼핏 보기에 내가 해내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되는 과제를 주셨습니다. 자신이 없어 풀이 죽어있는 저에게 몇 가지의 힌트를 주시면서 “내가 사람보는 눈은 좀 있다. 네가 할 수 없을거면 이런 과제 주지 않아. 이 힌트를 가지고 잘 생각해봐. 네가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야.” 라고 하셨습니다.

누군가 나도 모르는 나의 능력을 믿어 준다고 생각하니 등 뒤에서 날개가 돋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물지도처럼 힌트를 두 손에 꼭 쥐고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갔고 시간이 좀 걸렸지만 2달 후에 보물 같은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가능성을 알아봐주는 것만큼 신나고 설레는 일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능성이 숨어 있는 곳

러시아 심리학자 비고츠키(L. Vygotsky)는 모든 아동은 잠재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발달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이론 중 가장 유명한 것이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인데요. ▲현재 실제적 발달 수준(actual development level)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면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으로 스스로 발전해가고, 결국 자신도 알 수 없었던 ▲잠재적 수준으로 성장을 확장시켜나간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 가슴 뛰는 일이지 않습니까?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정희정

장애학생의 차단된 가능성

장애학생의 고유한 잠재 가능성을 교사나 비장애인이 차단해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엄수정(2014)은 ‘누구를 위한 특수교육인가’(한국장애인재단 장애의 재해석 논문집 중)논문에서 장애학생들이 겪는 이러한 문제를 보여주었습니다. 22p의 학생 인터뷰를 인용해 보면 이렇습니다.

- 중학교 때 너무나 교사의 기대수준이 낮아서 응용문제를 풀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짜증나서 그거 풀고 싶다고 해서 응용문제를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너무나 어려운 걸 주시는 거예요. 짜증이 나서 ‘이거 풀면 저 앞으로 응용문제로 풀게 해주세요’ 했어요. 3일 밤낮으로 풀어서 보여드렸어요. 선생님이 놀라셨죠. 그 때부터 심화학습도 하게 해주셨어요.(장애의 재해석 2014 논문집, 22p)

- 제가 특수교육을 받았다고 하면 사람들이 저를 굉장히 낮게 봐요.너는 특수교육을 받으니까 이 정도 밖에 못한다라는 사람들의 편견과 그런 벽을 뚫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제 안에서 계속 충돌해요. 벽을 막 뚫고 나가려다가 벽이 너무 높으니까 제가 지치죠.(24p)

발달장애학생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생깁니다니다. 인지, 운동 능력이 부족하니까 쉽고 단순한 과제만 반복하면서 ‘이 정도면 잘 하는거야’하고 교사가 먼저 만족하고 '잘했어'라고 칭찬만 해줍니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건 매번 같은 칭찬이 아니라 그들의 가능성을 믿고 '좀 더 해볼까? 더 할 수 있을꺼야'라고 해주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고스키가 말하는 근접달영역, 즉 잠재영역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적 선생님이 나의 가능성을 믿어준 만큼, 돌아오는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의 가능성을 더 믿어주어야 겠습니다.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안에서 춤출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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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칼럼리스트
현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건강운동과학연구실 특수체육전공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재학 중 이며, 서울대학교 'FUN&KICK'에서 발달장애학생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체 표현에서 장애인의 움직이는 몸은 새로운 움직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다. 칼럼을 통해 발달장애학생들의 움직임과 영화 및 예술을 통해 표현되는 장애인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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