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하나 키우며. ⓒ이승범

모과 하나 키우며

남인우(남, 1945년생, 지체장애) 시인

한 생에

가꾸어야 할 땅이라

스스로 주인이 되고

과목이 되어

때 없이 무성해지며

자라나는 절망을

마른 가지이듯 잘라내고 있었네

빛 좋은 사과 한 알 보다

속이 익은 모과 한 개로 익고자

그 긴 가뭄에도

내 눈물 길어 내어 물을 주었네

밤이면 고단한 몸 풀어 이슬 담고

가을 볕 한 자락에도 감사해 하며

안으로, 안으로 익으려 했네

못생긴 몸뚱이에 향내 담아 보고자.

남인우 : 구상솟대문학상 대상(1996) 외. 시집 <남은 것을 위하여> 초등학교 2년 피난시절, 옆집 형이 동생을 울리는 바람에 말다툼이 벌어졌는데 시끄럽다고 아줌마가 형을 나무라고 가자 홧김에 형이 남인우의 얼굴을 걷어찼고, 아픔을 견디지 못해 방바닥에 엎드려 울자 다시 그의 등을 짓밟는 바람에 척추뼈가 부러져 척추장애인이 되었음.

시평 : 모과 같은 사람이 되자

방귀희(솟대문학 발행인)

모과는 모과나무의 열매로 크기는 큼직한 배 정도이다. 모양은 타원형이고 울퉁불퉁하다. 황색 열매는 향기가 좋고 신맛이 난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칼슘, 철분, 무기질, 비타민 C 등이 풍부해 민간 약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감기나 기침, 가래가 있을 때 차로 끓여 마시면 좋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모과가 장미과의 낙엽 교목인 것은 잘 모르고 있다. 모과는 장미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는 못하는 대신 그 열매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하다. 이렇듯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는 모과이지만 그 외양이 화려하지 않아 사람들 곁에서 떨어져 있다.

그래서 시인은 시어를 통해 모과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었다. 모과는 자신의 눈물로 물을 주어가며 안으로 안으로 익어갔기 때문에 그 향기가 그윽한 것이다. 사람도 자기 희생으로 성장해야 인간적인 향기를 풍길 수 있다.

그런데 당장 눈길을 잡는 장미의 아름다움에 빠져 모과 같은 사람의 진가를 모른다. 시인은 모과를 키우며 모과의 인내와 진실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기에 모과 같은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모과 하나 키우며(영문)

Growing a Quince Tree

Nam In-u

Told that this was the land I should cultivate

for a whole lifetime,

I set myself up as the master,

became a fruit tree,

and began pruning away the despair,

that kept growing thick and lush,

like withered branches

Eager to ripen as a quince ripe to the core

rather than a well-coloured apple,

all through the long drought

I gave water, drawing from the well of my tears.

At night relaxing my weary body, soaking in the dew

giving thanks for evey scrap of autumn sunshine

I set about ripening inwards, ever inwards,

longing to imbue this ugly body with fragrance.

Mr. Nam In-u. Born 1945. Physical disability.

Ku Sang Sosdae Literature Award - recipient (1996)

Poetry collection: Here’s to What’s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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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대문학 칼럼리스트
1991년 봄, 장애문인의 창작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통권 96호(2014년 겨울호) 까지 발간하며 장애인문학의 금자탑을 세웠다. '솟대문학'의 중단 없는 간행은 장애문인의 등용문이 되었으며, 1991년부터 매년 솟대문학상 시상으로 역량 있는 장애문인을 배출하고 있다. 2015년 12월 '솟대문학' 통권 100호 발간을 위해 현재 “100호 프로젝트”로 풍성한 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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