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발달장애인 부모 모임인 '서울시 함께하는 부모회'(부모연대 소속)와 '서울특수교육부모회협의회'(특협)가 공동으로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하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조례제정과 평생교육센터 확대설치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에 대하여 한국 DPI 장애인 이동권연대와 한국 DPI가 지지 성명을 내고, 집회에도 참가하여 힘을 실어 주었다.

집회에 참여한 부모들은 각자 발달장애인 자녀들을 대동하고 집회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강남구 1개구에서 지원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2016년에 4개구로 확대하고, 박원순 시장의 임기 중에 전 구청별로 평생교육센터를 설치, 운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장애인 가족지원센터 설치와 발달장애인의 지속적인 지원을 위하여 조례를 제정하고, 부모가 포함된 장기 정책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T/F팀을 구성, 상시적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였다.

서울시는 중앙차선제도 개선과 관련한 단체에서 20일간 시청로비에서 집회를 한 직후이고, 시청로비가 집회장소가 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우려로 시청로비에서의 집회가 있는 경우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한 후 첫 번째 집회였다.

서울시는 10일 2시경 기자들에게 브리핑 자료를 통해 내년도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센터 4개 추가 설치는 원래 계획에도 있던 것으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요구와 거의 일치하며, 중증장애인이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사회복지사를 2명 배치하였다고 발표하였고, 많은 언론들은 서울시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였다.

서울시 로비에서는 이명박 시장 집권 때까지 서울시가 지고 있는 부채가 28조원이고, 박원순 시장이 그동안 절약하여 갚은 부채가 7조원 정도이며, 현재의 총부채액과 줄어든 부채 상황을 전광판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전광판이 서울시가 부채가 이 정도이니 시민들이 힘을 합하여 부채를 줄이는 데에 앞장서고 서울시의 절감정책에 협력해 달라는 의미보다는 전 시장의 과오가 부채이고, 현 시장이 그것을 줄이는 치적을 행하고 있는 선전 광고판처럼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서울시 로비가 신문고라 여기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장애인의 집회는 일반적인 집회와는 좀 다른 특별한 것으로 보아 대화를 할 만한데, 언론을 통하여 이미 서울시는 그것을 다 들어주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식의 발표를 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요구는 4개 소의 평생교육센터의 설치가 아니라 추가 확대였으며, 임기 내 전 구별로 설치할 것이 들어 있었으나 여기에 대하여는 요구가 없는 것처럼 왜곡하고 기자 브리핑을 했다.

더군다나 사회복지사 2명을 배치하여 상당히 치밀한 배려까지 하는 것처럼 한 것이다.

이 브리핑 자료를 본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아연실색하였다. 그리고 화를 참지 못하고 담당자를 만나야겠다며 진입을 시도하여 거센 몸싸움이 있었고, 실신하는 부모도 있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사회복지사를 배치하였으니 그들에게 우리 아이를 하루 맡기고 실제로 얼마나 힘이 드는지 경험할 기회를 주자며 장애인 자녀들만 농성장에 남기고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차마 자녀를 두고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부모들과,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걱정 속에 이탈하거나 밖에서 숨어서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들이 있었으나, 그러한 행동이 집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결국 모두 보이지 않는 주변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하였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자리를 떠나자, 이것은 아동학대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공무원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러자 부모들은 사회복지사를 배치한다고 광고를 해 놓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여 옷을 버리게 하고, 잠깐 경증 장애인에게 식사지원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버린 복지사가 방임한 것이라며 맞섰다.

그리고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우리가 아이를 방임하고 학대한 부모이고 자수를 하니 처벌해 달라고 하였다.

11일은 농성장에 부모들이 없자 서울시에서는 햄버그와 콜라를 준비하여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 아침을 먹도록 하였는데, 와상 장애인들은 스스로 먹지 못하여 굶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햄버그를 아침에 먹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장애인이 있는가 하면, 대변을 가리지 못한 장애인, 찬 바닥에 엎드려 잠을 자서 체온이 올라 병원을 찾는 장애인 등이 속출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집회는 처음 집회를 시작할 당시의 이슈보다 자녀의 돌봄이 이루어지지 않고 방임되고 있는 것에 대한 거센 항의로 양상이 변해가고 있었다.

11시에 박마루 시의원과 우창윤 시의원이 주선하여 실무자와 부모간 협의가 이루어졌는데, 시에서는 집회를 먼저 풀어야만 합의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반복하였고, 어떠한 약속도 문서로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서울시는 1층 로비를 폐쇄하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장애인 자녀의 부모가 아니면 누구든지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하자, 집회에 참여하고자 방문한 장애인 관계자들은 출입구 밖에 자리를 깔고 농성을 하는 모습을 갖추어 결국 농성장은 이분화되었다.

시에서는 협의를 위해 들어온 부모들이 일단 밖으로 나가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다고 하자, 시의원의 주선으로 시 담당자와의 회의를 위해 시청 로비 안으로 들어온 부모들이 장애인 자녀들과 함께 밤을 새우게 되어, 첫째 날에는 9명의 장애인만 있었으나 다음 날에는 30여명의 부모들이 함께 밤샘 농성하는 모습이 되었다.

서울시가 농성을 풀기 전에는 어떠한 문서도 제시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자, 장애인 시의원 두 사람이 대신 서명을 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였는데, 처음에는 시청 담당자와 협의하여 시의원이 서명한다는 문구를 넣으려고 하였으나, 시에서 거부하여 이마저 실패하였다.

시의원들이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합의문만으로는 해산의 명분이 되지 않자, 두 시의원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농성장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이는 시청에 대한 압박과 부모들에 대한 설득의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결국 시의원들이 부모들의 요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문서에 서명하였고, 시청에서는 구두로 앞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부모들은 모두 철수 준비를 마치고 집무실로 올라오면 구두로 협의하겠다는 말은 마치 반성문을 쓰라는 식의 분위기로 느껴졌다고 말하였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더 이상의 양보는 어렵다며, 실무자가 농성장에 와서 구두로 앞으로의 T/F팀 운영을 약속하면 해산하겠다고 하여, 장기전으로 가는 것에 대한 양측의 부담을 해소하는 차원의 상호 구두 합의로 집회는 종료되었다.

발달장애인들이 12일 오후 7시경 집회를 해산해 월요일 학교를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요구에 대한 협상과 서울시의 발달장애인 정책의 장기 계획 수립이 얼마나 만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상호 노력에 달려 있게 되었다.

강남의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가 연 3억 6천의 예산을 소요하는데, 서울시 전 구마다 평생교육세터를 설치할 경우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4, 5년 이후의 점차적인 증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고, 한 교육센터에서 수용 가능한 발달장애인은 불과 15명 정도이니 서울시의 1만 8천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의 서비스 욕구에는 미치지 못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이번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집회에서 서울시가 보여준 불통은 언론을 통해 부모들의 요구가 이미 수용된 것임에도 부모들이 떼를 쓰는 것처럼 보도하게 한 것이라든가, 예외 없는 원칙이라며 집회를 풀지 않으면 협상을 하기지 않겠다는 것, 복지사를 배치하였다며 사실은 100여 명의 공무원들이 주변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는 것, 집회를 하고 있는 부모들이 굴복하도록 압박만 하였지 협상할 자세가 아니었다는 점 등이다.

이는 소통을 원칙으로 해 온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집무실을 성역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아쉬운 점이며, 그렇게 무협상주의 승리를 이끌어낸 공무원이 앞으로 일 잘하는 공무원으로 평가될까 한 시민으로서 너무나 걱정된다.

또한, 시의원이 서명을 하였을뿐 서울시는 모르겠다며 무시하고 안면몰수하는 태도도 예상된다.

농성을 풀어야 협상을 하겠다고 하여 놓고 자진해산하면 협상카드가 없으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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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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