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20도를 넘나드는 혹한이다. 더욱이 인천의 해안가 옆이니 그 칼바람은 뼛속까지 아리도록 스며드는 날씨다.

석수가 마트 ▢▢지점으로 전근을 갔다. 팀장님께 인사드리고 석수도 보고 싶어서 사후지도를 하러 갔다. 마트의 입구를 지나는데 알아볼 수 없도록 두툼한 겉옷에 모자를 쓴 석수를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모자 밑으로 보이는 코와 턱이 석수와도 비슷하다. 설마 이 추위에 실외 주차를 석수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이 차는 앞으로 갔지만, "석수야~~!"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사무실로 찾아드는 길에 직원 아가씨에게 물었다.

“석수 어디 근무하나요?”

“마트 입구에서 근무합니다. 지금 교대 시간이에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를 돌아본 순간 석수가 무빙 워크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달려가 석수의 모자를 들치고 얼굴을 쓰다듬어 주신다. 꽁꽁 언 얼굴은 실내로 들어와 홍조되어 추위를 내리고 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3년을 지나면서 석수가 갖고 있었던 어려움은 남의 말이 지시나 명령처럼 들리면 즉시 반항하거나 거부하는 것이었다. 같은 동년배 친구간에도 생일이 빠른 석수는 생일이 늦은 친구에게 상사가 아랫사람에게 대하듯 하고, 친구의 나무람은 싫어했다.

특히 선생님의 말씀이 야단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교실을 나가 학교의 어딘가에 있으면서 수업을 거부하고, 휴대전화 문자로 ‘선생님, 경찰에 신고 할 것이에요. 홈페이지에 욕할 것이에요.’라며 교사의 타이름에 적응하지 못했다.

석수는 아침 등교시간에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의 복장 등을 바르게 선도하는 선도부의 일원이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을 좋아했고, 체육대회 때는 체육선생님 옆에 따라다니며 퇴장을 시켜야 하는 학생에게 석수가 호루라기를 불어 퇴장 시키는 활동을 매우 좋아했다.

석수의 적성은 누구를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 매번 되풀이되는 삐짐으로 선생님들은 고민한다. ‘사회는 삐짐의 기회가 더 많은데 어떻게 취업을 시킬까?’ ‘도저히 취업은 어렵겠고 실습이라도 보내보면 좋으련만’

3학년 3월 말 마트에서 구인의뢰가 왔다. 직무는 주차관리로 처음 개발된 직무이다. 언뜻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주차관리는 매우 위험하고 수행하기 어려운 직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마트는 안전하게 비장애인과 함께 하도록 하고 익숙하게 익혔을 때 혼자 하도록 한다.

누구를 배치해야 할까? 직무의 성격과 학생의 적성이 적합한 지를 고려할 때 “맞다! 석수다! 주차관리는 차를 지시하고 차 속의 사람에게 이쪽으로 가라, 저쪽으로 가라고 명령한다. 석수에게 적합한 일자리다. 그러나 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 왕삐짐으로 적응이 어려운데. 그러나 모험하고 도전해 봅시다.”

선생님들과 어머니, 석수는 해보기로 결정했다. 면접을 보면서 팀장님께 석수의 어려움을 말씀드리고 참고하시라고 했다.

마음을 조이며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일을 익히기는 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지시이고 명령이었다. 석수는 역시 삐졌고 근무를 거부했다. 그 수가 거듭되고 3개월이 지나면서 급기야 퇴사조치를 받았다.

석수는 학교로 돌아왔고 자신의 잘못으로 퇴사 조치된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과 즐겁기만 했다.

학교에서 직업훈련을 할 때 아이들을 사장으로 만들고 역할극을 한다. 석수는 사장이고 직원이 잘 삐지는 역할을 한다. 석수는 삐지는 직원은 싫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시를 하고 가르치기도 했으나, 막상 자신의 삐짐은 수정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갔다.

우리 아이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비장애인들은 간접 경험으로도 충분히 상황에 대처할 수 있으나 삐지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경험이 없었던 석수는 퇴사를 하면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는 냉혹하지 않았다. 따뜻하다. 팀장님은 석수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고, 그 곳은 적은 수의 근로자가 있어서 석수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곳이었다.

○○점에서 △△점으로 배치되었고 석수는 퇴사조치라는 경험으로 삐지면 안됨을 깨닫게 되면서 서서히 사회 속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통장을 재킷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쉬는 날에는 학교에 와서는 교장선생님께 월급타서 모은 돈을 자랑한다.

석수는 목표가 뚜렷하다. 그래서 늘 말했다.

"나는 한 달 월급이 200만원이 되도록 일할 거야. 그래서 돈을 모아서 집도 사고 예쁜 색시와 결혼할거야."라고.

됐다. 목표가 있으니 힘들어도 인내하고 자신의 어려움인 삐짐도 고치고 갈 것이다.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석수는 ▢▢지점으로 다시 전근을 갔다. 혹한에 찾아간 선생님을 보며 석수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그 눈물은 자신이 자랑스럽고 자신 있고 강인함에 감동하는 눈물이었다.

“선생님, 저 이렇게 추운 데에도 밖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 이제는 힘들어도 참을 수 있어요.”

우리 사회는 너무도 아름답다. 사랑과 배려 그리고 격려가 있기에 석수는 사회자립에 성공했다. 어려움을 나누어 더불어 살고 있는 세상에 석수는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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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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