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서울의 직업재활시설을 두루 둘러보고 경기도의 성남시 00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았다. 복지관 안에 그룹홈이 있어 복지관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었다. 부모가 집에서 돌보기 어려운 경우가 우선 이용 대상자였다.

서울의 그룹홈은 당시 조순 서울시장 시절에 보라매공원 내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해 운영하였고, 총 11채의 아파트와 4채의 전세 아파트가 그룹홈으로 활용되었다.

장애인의 생활을 도와주는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이 주기적으로 시행되었고, 운영의 관리는 체계적이었다. 그룹홈 운영의 목적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모습이 이후 그룹홈들의 샘플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방문했던 경기도 성남의 00장애인복지관에서는 그룹홈의 본래 운영 목적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었으며, 장애인 30여 명이 훈련 중인 직업훈련실 역시 높은 곳에 작은 크기의 창문이 닫혀 있었을뿐 아무리 둘러보아도 환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 복지관은 △△복지관이 시청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 관장님을 찾아가 건의를 했다. 그룹홈 운영을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할 것과 직업훈련실에 환기가 안되니 방법을 찾아달라고. 그런데 관장님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시청에서 시설을 그렇게 해 놓았고 맡아서 운영만 할 뿐입니다.”라는 한 마디 말만 할 뿐이었다.

시청의 담당자를 찾아갔다. 시청 담당자는 더 어이없는 대답을 해왔다.

“저는 3년만 있다가 가기 때문에 잘 모릅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행정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 속에서 우리 장애인들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며,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가?

20년이 지난 며칠 전 일이다. 성남의 □□복지관은 설치 시 주민들의 반대로 장애인복지관이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못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복지관으로 시작했다.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비장애인과 경증의 장애인만 이용하였다. 인근의 특수학교 부모들은 복지관이 개설되면서 이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나 3년이 지나도록 중증의 학생들에게는 이용 기회가 오지 않았다.

급기야는 복지관의 담당자를 만나 건의를 했고, 문제는 시청에서 운영하라고 하는 조직과 체계가 문제였다.

시청 담당자를 만나는 날, 만나기 전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시청 담당자는 부모들에게 복지관 담당자와 함께 와줄 것을 요구하였고, 부모들은 복지관 담당자는 시청에서 상담을 요청할 일이라고 생각하여 복지관 담당자와 동행하지 않았다.

상담 시각에 도착하겠다는 연락을 취할 때 시청 담당자는 복지관 담당자와 함께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부모에게 “말을 바꾸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시작을 했다. 역할을 바르게 알지 못하는 담당자를 만나면서 제안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었다.

“~학교 교감입니다.” 라고 인사하자 “명함 주세요.” 라고 한다.

“죄송하지만 명함을 가져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더니 “교감 맞아요?”한다.

알릴 길을 찾다가 며칠 전 사진을 몇 장 보여주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진이라서 보여 주었더니 “홍보하러 왔어요?”한다.

만나기 전부터 예견이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슴이 막혀온다. 그러나 목적이 있으니 방문 목적을 알리기 시작했다.

“중증장애 학생들이 복지관 프로그램 중에서 한 가지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복지관에 사회복무요원이 28명 있으니 프로그램에 지원해 주시면 좋겠고, 부모들은 활동보조인을 투입해서 지도 선생님을 돕도록 해보겠습니다.”

“안 됩니다. 공익요원과 활동보조인은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에 안 됩니다.”

“저희 학교는 6명의 공익요원을 수업보조로 지원하도록 하여 교사들의 수업을 크게 도와줍니다. 학교와 복지관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것은 같은데 학교는 가능하고 왜 복지관은 안 되는지요?”

하지만 안된다고만 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 시청의 담당자는 경악할 말을 늘어놓았다.

“장애인들은 주의집중도 되지 않아서 돌아다니고, 자해도 하는데 그런 장애인을 어떻게 교육을 합니까?”

더 이상 말을 잇기 어려웠으나 진정을 하고 후회스럽게 돌아오지는 말아야 하기에 덧붙여 대답했다.

“그렇게 중증의 학생이기에 교육이 필요하고 최종 취업하여 사회인으로 자립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특수교육의 목적이고 사명입니다. 한 개의 프로그램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살펴봐 주실 것을 당부 드리며, 학교와 부모님들이 함께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어느 분야에 전공을 하셨는지요? "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모르면서 시청의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의아스러워 물었다.

“행정직입니다.”

우선 전공자가 배치되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만 전공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연수나 교육을 통하고, 복지관 현장을 방문하여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당연 할 터인데, 담당자는 어떤 것도 갖추지 못하였다.

정리를 해보자면, 시청 담당자는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고 △비전공자라면 교육 등을 통해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시청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고객 중심의 기본자세가 없고 서비스 정신이 결여되었다.

이렇듯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보이지 않으니 국가는 과연 발전했다고 할 수 있을까? 국가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기관의 발전을 저해하고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중증장애인이 우리 사회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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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의 칼럼리스트
특수학교 성은학교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특수교육과 직업재활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실현하면서 장애학생 진로직업교육에 매진하고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학교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장애학생을 사회자립 시키는데 부단히 노력했다. 칼럼을 통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동향,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간절한 바람, 장애인의 사회통합관련 국가의 정책과 적용 현실 등을 알려서 현재보다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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