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과의 식사 불편하신가요? ⓒ에이블뉴스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성장하여 결혼 이후에 한국으로 와서 살게 된 지인이 있다. 양친이 모두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한국문화를 접할 수는 있었지만 막상 한국에 정착하여 살게 되면서 독일과는 확연히 다른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 때문에 적응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한국의 문화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며칠 전 같이 식사를 하면서 식사예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독일은 식사예절이 매우 엄격해서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의 식사예절에 대한 교육을 철저하게 해서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식사예절과 관련된 내용을 완벽하게 외울 정도라고 한다.

나라마다 식사예절이 다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팔뒤꿈치를 테이블에 올려 놓는 행동은 독일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행동으로 교육 받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식사 중에 태연하게 팔뒤꿈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문화적 충격이 컸다고 한다.

그러면 청인들이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농인과 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서로 다른 식사예절로 인한 이질감을 느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농인과 식사할 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은 문화적 차이라기 보다는 농인이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면 농인은 자신이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차는 있지만 청인들에 비해 음식 씹는 소리를 많이 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트림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농인은 어떤 형태의 소리로 표현되는지 알 수 없으니 상대에게 어떤 불편함을 끼칠 수 있는지 인식할 수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행위인 것이다.

어렸을 때 너무 엄격한 식사예절을 강조하는 아버지 때문에 식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후루룩~~ 국 먹는 소리를 내도 안되고, 숟가락으로 밥그릇을 긁는 소리가 나도 안되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 소리가 나도 안되고, 음식을 씹을 때 소리를 내어서도 안되고 등등,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아버지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농인은 자라면서 수어를 할 수 없는 청인 부모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정 안에서 부모로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주의를 요구 받거나 행동의 수정을 요구하는 지시를 받아본 경험이 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밥상머리에서 오가는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식사예절도 배울 기회가 없었던 농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농인이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그들에게 알려주고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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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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