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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의 치열한 '삶의 현장' 속으로

부드러운 카리스마 광주IL센터 정연옥 소장을 만나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1-23 12:57:26
소탈한 모습의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연옥 소장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체험홈시절, 동료상담가 양성교육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만난 그는 늘 당당한 모습의 상남자였다. 시설에서 살며, 세상이 두려워 집으로 돌아온 내게 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후 그를 알게 되고, 만나면서 차츰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지워져갔다. 이제 그를 만나러 간다, 그의 인생이야기를 듣기 위해.

장수영 : 안녕하세요 소장님. 만나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소장님께선 장애를 언제 어떻게 입게 되었으며, 현재 어떤 상태인지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연옥 : 1992년 교통사고로 경추 3,4,5번에 손상을 입어서 목 아래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11년 동안 집에서만 생활하던 저는 2000년 우리이웃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님을 우연히 만나면서 서서히 장애인자립생활을 알게 되고 누워있는 생활을 벗어나서 지금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수영 : 지금 어떤 일을 하시는지 구체적 말씀해주십시오.

정연옥 : 2005년부터 지금까지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근무하며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센터주요업무는 운영 전반에 있어서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지만 때론 실무적인 일들도 경영하며 살고 있답니다. 물론 외부적으로 활동보조인 교육, 동료상담, 장애인인권강사 활동도 하고 있고 지역 장애인단체 임원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

장수영 : 자립생활을 몇 년째 하고 있으며,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요.

정연옥 : 자립생활을 시작한지 15년이 되었는데 처음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지역사회에 나와서 같이 살아보자고 할 때 많이 거부했었어요.

2000년 그 때는 자립생활이 뭔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집안에서나 시설에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자립생활센터에서 1년 동안 설득 받고 나서 마음의 동요가 생겨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처음 자립생활을 할 때는 활동지원서비스나 교통약자이동지원서비스와 같은 사회적 인프라가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자원봉사자에 의해서만 생활했기 때문에 자립생활을 잘 하고 싶어도 맘 놓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2005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의 변화 속에서 중중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가면서 조금씩 자립생활에 대한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많은 장애인들의 투쟁과 희생이 있었겠지요.

장수영 : 그 과정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일은?

정연옥 : 그건 바로 전동휠체어가 생긴 것입니다. 침대형 수동휠체어를 타던 제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1시간 반 동안 일을 배우기 위해 달리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생활하다가 자립생활을 해보기로 결정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고, 사회를 바꾸는 자립생활 운동도 하게 되었습니다.

장수영 : 자립생활 중 일상생활은 어떻게 하시는지?

정연옥 : 글쎄요. 별 다른 것은 없구요. 활동보조인이 아침 8시에 와서 출근준비 하고 사무실에 나와 센터 업무를 보죠. 지역회의가 있으면 외출도 하고 출장갈 일 있으면 다녀오기도 하면서요. 업무시간이 끝나면 친구들 만나 술도 한잔하기도 하고 집에 와서는 활동보조인의 보조를 받아 하루 일과를 정리합니다.

월~금은 센터 업무와 출장이고 휴일에는 여행을 하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이렇게 해서 다양한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었지요.

장수영 :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한 지는 몇 년째이며, 자립생활을 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정연옥 : 2004년 말, 2005년부터 민간단체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할 때부터 지금 이 시각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지원서비스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입니다.

장수영 :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연옥 :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는 월평균 추가 시간을 포함해 456시간을 이용하고 있는데, 저와 같은 사지마비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하루 14, 15시간 밖에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위급상황이 발생 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지금 정부는 독거 장애인에게 최대 391시간을 주고 있는데, 나머지 시간은 시 자체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독거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에게도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한만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만 자립생활이 활발해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시간 보장만이 전부는 아니지만요.

장수영 : 자립생활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

정연옥 : 자신의 장애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고 세상과 맞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저도 처음엔 장애라는 게 개인의 문제인줄 알고 집안에서만 생활했어요. 나 자신을 놔버리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았지요. 그땐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었거든요. 그렇지만 자립생활 이념을 알아가고 실천하면서부터 삶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었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아무리 두렵고 힘들더라도 세상 밖으로 나와 보세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보세요.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더 나아가 꿈이 생기겠지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로 바뀔 것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시고 꿈을 꾸시라고요.

필자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평범하게 살아오던 한 청년이 어느 날 갑자기 장애인이 되고, 자기 몸을 남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는 장애를 가지면서 좌절의 순간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든 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내 희망으로 바꿔나가는 모습을 보며 경외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 만약 자립생활 이념이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집안에서의 삶만을 이어갔을 것이다.

장애를 수용하고 수용하지 못함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장애를 수용하면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솔직히 중도 장애인이 장애를 수용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장애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멋져보였다. 언제나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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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장수영 (wkdal02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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