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의학적 인류학자인 노라 앨렌 그로스의 저서 “ 마서즈 비니어드 섬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 ”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미국 보스턴 남부에 있는 마서즈 비니어드 섬에서 이루어진 농인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기술하고 있다.

그녀의 저서에서 인상적인 부문은 그녀의 질적 연구에 참여하였던 청인들이 당시를 회상하며 자신들이 기억하는 농인에 대해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 그들은 좋은 이웃이었어요 ” , “ 그는 고기를 잡았고 농사를 지었어요 ”

마서즈 비니어드 섬의 청인들은 자신들이 만났던 농인들을 농인으로 기억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한명의 독특한 개인으로만 기억하였고 그 누구도 그들을 농인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다.

그 책을 읽으면서 ‘당시를 살았던 농인들은 참으로 행복한 시대를 살았구나’ 라는 생각과 ‘한국에서도 마서즈 비니어드가 실현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우리들이 흔히 경험하는 일로 외국에 나갔을 때 생면부지의 외국인이 자신이 한국인인 것을 알아보고 “안녕하세요” 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면 왠지 알 수 없는 반가움과 친근함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상 농인들이 청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수화통역사와 같이 수어를 잘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인사말 “안녕하세요” , “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즉, 자신의 언어로 말을 걸어주는 것이다.

우리 같은 전문 수화통역사는 농인들로부터 수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기 힘들어도 전혀 예상치 않았던 청인이 수어로 인사를 하면 농인들이 “ 안녕하세요” 간단한 수어 한마디에 얼굴에 함박 웃음꽃이 피어나며 “ 어디서 수어를 배웠나요? 수어를 정말 잘하시네요” 라며 말 그대로 폭픙 칭찬으로 응수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전 국민이 간단한 수어 몇 개 정도는 알아두고 농인을 만날 때 수어로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애계에 관련된 분들 중에는 농인을 만났을 때 자연스럽게 수어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이제는 흔연스럽게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전 국민으로까지 확산은 아직도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2015년, 을미년을 맞이하면서 한국수어법 제정을 통해 이미 오래전 마서드 비니어드 섬 사람들이 농인과 청인이라는 구분 없이 수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이웃으로 더불어 살아갔던 것처럼 곧 우리 농인들의 삶의 현장에도 마서즈 비니어드가 재현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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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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