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구 앞에서 전동휠체어 탑승 거부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장애인 일행들. ⓒ서인환

한국DPI는 매년 한중일 교류대회를 하는데, 올해는 중국에서 초청하는 순서로 한국에서는 8명이 대표로 참석하게 되었다.

여행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자 중국 국적 항공사를 이용하기로 하여 남방항공 티켓을 예약하였다. 남방항공은 중국 국적 항공사로서는 대표적인 항공사의 하나로, 이 정도의 큰 항공사이면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항공사에 전동휠체어를 가지고 탑승한다고 문의하자, 탑승시에 직원에게 말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 중국 3대 도시이자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광조우로 가는데 설마 문제가 있을라고.

12월 7일 오후 2시 반 비행기를 타기 위해 3시간 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2명 포함되어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가지고 국제 여행을 할 경우 비행기 탑승을 위해서는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분리하여 화물로 실어야 한다는 사전 지식이 있었기에 배터리 고정 나사를 풀 드라이버 공구를 지참하여 갔다.

전동휠체어를 출국 수속을 받기 전에 화물로 부치는 것보다 출국절차를 거쳐 비행기 탑승 바로 직전에 화물로 실으면 장애인도 편리하다고 하여 전동휠체어를 타고 출국심사대를 거치고 면세점을 통과하여 비행기 바로 앞 게이트까지 갔다.

그런데 출국심사에 앞서 소지품 검사에서 드라이버는 소지할 수 없다고 하여 압수를 당했다. 비행기를 코앞에 두고 전동휠체어 배터리를 분리하려 하니 드라이브가 없어 남방항공사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직원은 자기들도 공구는 없다며 도와줄 수 없다고 하였다.

어떤 이는 드라이버를 구하러 다니고, 어떤 사람은 전동휠체어를 이리저리 살피며 방안을 찾고 있는데 탑승시간은 지나가고 말았다.

출발 시간이 되자, 이미 좌석배정을 받고 비행기 앞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장애인 일행들을 두고, 기장의 직권으로 탑승을 거부하고 떠나 버렸다.

비행기가 떠날 시간에 지났는데 대책을 세워달라고 하자, 직원들은 아직 비행기가 떠난 것이 아니니 안심하라고 거짓말을 했다. 비행기가 떠나는 것을 직원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사전 설명도 없이 떠나버린 것이다.

비행기가 떠나고 나서 비행기가 떠났으니 들어갈 수 없다는 결과를 한참 후에 통보받자 장애인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기까지 3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굴려야 했다. 비행기가 하루에 여러 번 있는 터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직원들과 옥신각신하다가 겨우 3시간 후의 다음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었는데, 배터리를 분리할 수 없어 전원을 끊은 상태에서 그냥 비행기에 싣기로 다음 비행기 기장이 허락하여 겨우 탑승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허락할 수 있는 비행기를 왜 앞 비행기 기장은 거부하고 떠났는지 미운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은 탑승 직전에 전동휠체어 배터리가 건식인지 습식인지를 물었는데, 한 장애인은 습식이라고 했고, 다른 한 장애인은 건식이라고 답했다. 습식 배터리의 경우 화물로도 싣지 못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남방항공사 직원의 설명이었다.

사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본인도 배터리가 건식인지 습식인지 평소에 잘 모르는 것이 보통이다. 건식인지 습식인지 배터리 모델명과 사양이 적혀 있지만 알 수가 없다.

전동휠체어 모델을 남방항공사와 광조우 공항에서 조회를 하였는데 둘 다 습식이어서 장애인들이 거짓말을 하였다며 남방항공사에서 장애인 일행을 오히려 나무랐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에 전동휠체어로 인해 피곤한 신경전을 또 해야 했다.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전동휠체어를 찾으니 전동휠체어는 있는데, 배터리가 없었다. 왜 배터리가 없느냐고 남방항공사에 문의하자, 습식 배터리라 비행기에 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전에 미리 실을 수 없다고 알려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다음 비행기로 배터리가 오니 기다리라고 직원이 말해서 3시간 기다렸으나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배터리가 없으니 전동휠체어를 타고 집에 갈 수 없었고,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짐으로 집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화로 지속적으로 남방항공사에 배터리를 떼어먹는 것이냐, 왜 돌려주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자 다음 날 비행기 화물로 실어와 택배로 배달해 주었다. 이렇게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것을 왜 싣지 못한다고 하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장애인이 걷지 못하여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남방 광조우 공항 직원은 배터리를 분리하여 휴대하고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

전동휠체어에서 배터리 무게가 절반이다. 보통 전동휠체어가 95킬로그램 정도 되고 배터리가 그 절반인데, 장애인에게 그 무거운 것을 소지하고 탑승을 하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어떤 공항에서는 배터리를 소지할 수 없는 위험물이니 화물로 부쳐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공항에서사는 화물로 부칠 수 없으니 소지하고 타라고 한다.

남방항공사의 원칙이 무엇이든간에 최소한 비행기가 먼저 떠나니 다음 비행기를 이용하라든가 하는 안내는 해야 했다. 비행기 바로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 아무런 안내를 하지 않고 거짓말까지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건식인지 습식인지 알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건식은 실을 수 있다고 하니 건식이겠거니 한 것을 거짓말을 했다고 한 것도 문제가 있고, 실을 수 없다던 습식 배터리를 화물로 부쳐 배달해 주면서도 실을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칙은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면 왜 장애인 탑승시에 예외의 편의제공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위험한 물건을 실은 비행기는 왜 아무런 이상이 없었는지 말이다.

만약 장애인이 혼자 국제 여행을 한다면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가능할까? 아니면 중증 장애인은 반드시 동행자가 있어야만 여행이 가능할까?

배터리를 분리해야 하는데 어느 직원도 도와주지 않으니 스스로 분리하고, 스스로 무거운 배터리를 들고 걸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무거운 배터리를 소지하고 탑승할 힘이 없다면 혼자 여행은 불가능하다.

배터리를 분리하는 등 탑승에 필요한 편의제공을 하여 혼자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항공사 직원의 임무가 아닐까 한다.

노인이나 다른 약자는 보호와 편의를 제공받으면서 혼자 여행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런데 장애인은 혼자 여행할 수 없는 환경, 장애인은 직원이 실수하여 배터리가 고장났으니 변상하라고 트집을 부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는 푸대접이 현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항공사의 현실이다.

유엔이나 에스캅에서 각국의 장애인 인식교육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국제회의를 통하여 공통된 여행권리 보장을 위한 지침과 편의제공 협약이라도 주선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은 나라를 떠나는 순간 우주 위에 홀로 남겨지는 것이고, 미국으로 가면 천국이요 개발도상국으로 가면 지옥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자칫하면 공항 탑승대에서 중증 장애인은 국제미아가 될 것이다. 단체 여행이 이 정도이니 개인적으로 여행을 했다면 어떤 수모를 겪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중국 남방항공사는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매뉴얼이 없는 것이 분명하며, 기장 기분대로 허락하거나 거부하는 것 같다.

유엔이 나서서 이러한 국제 공통의 매뉴얼을 정하고 보급해야 한다. 아태 장애인 10년에서 접근이 가능한 공항을 평가지표로 삼은들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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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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