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장 추천과정은 너무나 비공개적이고 비밀리에 추진되는 것이라 진실은 알 수가 없다. 실무 담당자는 누가 후보추천 신청을 하였는지도 알려줄 수 없으며, 복지부의 우려에 의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알 수 있는 전부다.

현재 원장으로 재직 중인 변용찬 원장의 임기는 9월말까지였는데, 10월에 와서야 추천위원회가 구성된 것 역시 이상하다. 소문에는 복지부에서 원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 정하였으나, 원장 후임자가 되기를 원하는 어떤 분에 의해 정치권으로부터 복지부가 외압을 받아 임기 연장이 뒤늦게 취소되었다는 말이 돌았다.

원장이 그 동안 장애인계나 개발원에 어떤 기여를 하였으며,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연장을 하는 것이 다행인지 새로이 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사람마다 현 원장이 무난하다는 사람도 있고, 소통이 부족하거나, 장애인들의 주장에 발맞추어 강력한 뒷받침을 하지 못한다거나,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연구보다는 복지부 사업대행사로 변해간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어 이는 개인 한 사람이 감히 평가하기엔 너무 무겁다.

결정권을 가진 복지부가 그런 인사의 외압에 흔들렸을까? 그토록 장애인들의 강력한 정책 요구에 눈을 감고 있는 복지부인데 단 한 사람의 언변에 결정을 번복하였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 소문의 신빙성이 매우 약하다고 생각되지만, 소문이 회자 과정에서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주장이라 하니 믿지 않기도 애매하다.

하지만 1차 공모에 응시한 10명의 후보자 중 2명이 최종 추천되었으나 그 누구도 낙점을 받지 못하고 ‘적격자 없음’으로 재공고를 내기에 이르렀고, 이런 상황에서 한 후보자가 정치권에 힘을 사용하여 임기를 중단시켰다는 말은 믿기 어려웠다. 그랬다면 그는 추천의 대상이 되었어야 하겠으나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직에 가게 할 권력은 없으나 가지 못하게 시비는 충분히 걸 수 있다는 한 야당 의원의 힘에 의해 그 힘있는 분의 원장 진출이 좌절되었다는 소문도 있어 이런 소문의 진실은 사실 확인이 어렵고, 개인 명예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불편하다.

다만, 한국장애인개발원장 추천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다. 적격자 없음으로 인하여 모두 패자가 됐다. 누구에게나 도전할 기회가 권리로 주어지는 것이고, 낙점이 되는 것보다 되지 못할 확률이 훨씬 많은 높은 경쟁력이라 낙마는 다반사이지만, 그래도 주위의 시선으로 인하여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공모 응시인 것이다.

원장의 인사를 심사할 추천위원회를 보면, 장애 내부 이사 4인, 외부인사 3인으로, 외부인사로는 언론계, 사회복지계, 장애인계로 비교적 균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첫째 과거 개발원 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장애인들의 비토에 의해 그만둔 사람이 추천위원이라는 것은 좀 이상하다.

그 분의 인격이 추천을 하지 못할 위치는 분명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직분 역시 사회복지 시민단체(거의 관변단체?)의 장으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그만 둔 상황에서도 개발원의 핵심 방향결정에 관여한다는 것은 좀 맞지 않아 보인다. 아니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계속 장애인계를 사랑하여 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 국립재활원 원장이었고 현재 모 병원장을 하고 있는 의료인이 추천위원으로 있는 것은 좀 더 이상하다. 원장이 장애가 있는지 판정하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의 정책에 의사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의료권력이 아직 장애인정책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쨌든 친복지부적이거나 복지부의 비공식적 역할을 대신 처리해 줄 인사가 4명이나 되어 추천위원회는 사실상 복지부가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 결정은 복지부의 직접 목소리는 아니지만 복지부의 나팔수에 의해 복지부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면접심사에서 ‘후보자 모두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말이 그런 인사에서 나오고 적격자 없음이 결정되었으니 그런 추론도 가능하지만, 그렇다면 스스로 추천한 사람을 스스로 부정하고 적격자 없다고 한 모양새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원장 선출을 위해 재공고를 하여 다시 8명이 응시하였고, 최종 2인이 추천되었다고는 하나 사실상 3차 재공고라는 말도 나돌고, 현 원장의 임기 연장을 어쩔 수 없이 결정할 것이라는 풍문도 있다.

현 원장이 일을 잘 해서 다시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체하기로 하였는데, 적임자가 없어 할 수 없이 연장한다면 현 원장은 신명나게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낙마한 18명의 장애인 지도자들의 상처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18명이나 인사를 내고도 적격하지 않다는 면에서 인재바닥을 드러낸 장애인계의 모습은 결국 장애인들의 '능력 없음'으로 자책해야 하는가?

물론 낙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선출되면 ‘나도 자격은 있었고, 더 좋은 사람이 선정되었다는 경선의 양보 같은 미덕이라도 남는데, 지금의 방식은 모두 자격도 안 되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버린다.

이는 두 가지 현상과 닮아 있다. 첫째는 이것이 복지부 장애인정책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차선으로 적절히 예산에 맞춰 뭉개고 가는 것이 원장 선출과정의 처리 방식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의 이러한 행태는 최근 청와대 인사개입과 VIP 측근 동향분석 자료 유출의 공방과 닮아 있다. 주장은 있으나 진실은 모른다. 누구도 함부로 언급하기가 거북하다. 그러나 소문은 많다. 권력개입으로 망가진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등등이 닮은꼴이다.

현 정부의 인사문제는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는 것이고, 관피아의 척결이라면서 사실은 가능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고, 관피아가 빠진 자리에 보은인사가 아주 손쉽게 이루어지고 있어 결국 보은인사를 위해 관피아 척결이 나온 말이라 생각될 정도다.

아무리 인사개혁을 하고, 별도의 전문조직을 만들어 시스템화한다고 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추천하는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추천 구조만 바뀌었을 뿐 오히려 복잡하고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추천된 사람이 거부되는 상처만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기관장의 인사가 최근 사건들에서 언급되고 있는 청와대인사개입설처럼 인사벨트화되고 있다면 학연, 지연처럼 특정 인사 밑에 줄서기나 줄대기를 하지 못한 인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고, 능력이 아닌 정치를 잘 하는 사람만 살아남을 것이다.

새로운 인사라인이 생기면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줄대기 라인만 바뀐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최근 문체부, 노동부, 복지부 등 장애인관련 기관의 인사 선발 과정들은 모두가 명쾌하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감에서 금융권에 정치인 낙하인사가 있다고 실명으로 거론된 사람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여버리기도 하고, 국회로 진출한 장애인단체 지도자였던 분들이 퍼즐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장애인에게 누구나 인정할만한 인물 하나 내세울만큼 인재양성을 하지 못한다는 점, 장례식장에서 실컷 울고 누가 죽었느냐고 물어보듯이 아무것도 모르고 주변인으로 나중에 결과만 듣게 된다는 것, 장애인 단체들이 정책 결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종합적으로 장애인계의 비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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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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