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마비,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들이 무슨 예술?

척수장애인들이 예술을 한다면 많이들 의아해 한다. 하지만 실제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사고 전에도 예술가로 활동하셨던 분들도 계시지만, 사고 후에 재활을 하는 과정에서 전문예술활동으로 전향(?)을 하신 분들이 많이 있어 사람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경이로움을 갖게 한다.

음대학장이면서 지휘자로 활동하시는 정상일 교수, 전문화가로 활동하시는 탁용준 화백, 한국장애인미술협회장으로 활동하시는 김충현 서예가, 최근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 더 크로스의 멤버 김혁건 씨가 있다.

또한 원주지역에서 판소리를 하시는 허정, 유엔 초청공연을 마치고 더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바리톤 이남현 등 이름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수한 척수장애인들이 활발한 활동을 통해 본인의 삶에 충실하며 모든 척수장애인에게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척수장애인들의 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척수협회에서는 2010년에 ‘척수장애인 문화예술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고민의 결과로 ‘3인3색’이라는 종합예술무대를 만들어 그림과 성악, 무용이 어우러지는 한편의 뮤지컬 같은 무대를 탄생시켰다.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장애인들에게는 문화향유의 기회제공과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인식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에는 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 사업으로 경기도 일산의 일산직업능력개발원, 충남 천안의 나사렛대학교, 제주도의 탐라복지관에서 발 디딜 틈 없는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 공연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3인3색의 주인공은 서양화가 김형희 씨와 휠체어무용가 김용우 씨, 성악가인 테너 황영택 씨가 함께하는 공연이다. 이들 모두는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지만 사고 후에 예술가로서의 길을 선택한 의지의 한국인이다.

김형희 씨는 무용을 전공한 유망주였으나 교통사고로 전동휠체어를 타야 하는 사지마비의 중증장애인이 되었다. 무용에 대한 열정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그림은 매우 화사하고 열정적이다.

뜻한 바가 있어 대학원에서 미술치료를 전공한 석사로 척수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미술치료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장애인들에게 화가로서의 길을 열어주는 귀한 일도 수년째 하고 있다.

김용우 씨는 두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휠체어 댄스스포츠 국가대표였고, 지금은 휠체어 무용수이다. 캐나다 어학연수 중 교통사고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지만 춤만을 생각하며 장애 이후의 삶을 살았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후학들에게 휠체어댄스스포츠 자리를 양보하고 남들이 하지 않은 휠체어 무용의 길을 선구자의 정신으로 개척하고 있다.

황영택 씨는 방송을 통해 유명인사가 되었다. 산업역군으로 일을 하다가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고,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를 길을 건다가 뜻한 바가 있어 늦은 나이에 음대에 입학하여 전문성악인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경우이다.

지금은 성악가와 합창단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고 전문 강사로서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세 사람이 모여 옴니버스형식으로 각각의 전문 분야 최고의 모습을 공연을 통해 보여주고, 후반부에 토크쇼를 통해 각자의 삶에 대한 진솔한 대담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재활의 의지를 보여준다.

아직은 적은 예산 때문에 많은 곳에서 공연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함께 감동을 나눌 기업체나 단체에서 함께 공연하기를 바라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공연을 통해 대한민국 척수장애인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현지의 척수장애인들과 함께 감동의 시간을 같이 하는 기획도 본격화하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 불가능이 가능하게 되는 수많은 과정을 직접 보았기에 우리의 꿈도 허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임을 믿는다.

앞으로도 많은 장애인 예술가에게 이런 무대를 통해 같이 성장하고 그 자신감으로 스스로의 삶을 살아나가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을 하고 싶다.

예술이라는 것은 그 결과물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스스로의 삶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여 새로운 것을 성취한 결과물이라면 그 감흥은 수 십 배가 될 것이다.

각색을 하지 않아도 각자의 삶이 예술 그 자체인 대한민국의 모든 장애인들이 예술로서 자기의 삶을 승화하는 시대를 그려본다.

김형희 화가와 무용수가 함께하는 현장 드로잉 장면. ⓒ이찬우

김용우 휠체어 무용가의 퍼포먼스 중 한 장면. ⓒ이찬우

테너 황영택 씨의 열창 모습. ⓒ이찬우

제주공연을 마치고 찬조 출연진과 함께 기념촬영. ⓒ이찬우

일산직업능력개발원 공연을 마치고 출연진과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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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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