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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탄스러운 웹접근성 인증마크 정부시책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12-03 15:35:29
국가정보화기본법에 의하여 장애인 등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웹접근성 인증마크인 와(WA)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나 민간이 개발한 웹접근성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자동 프로그램이 있는데, 보통 기업들은 자동 프로그램으로 체크를 하고 일정 점수가 나오면 웹접근성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정확한 점검을 하는 평가도구가 아니라 웹접근성의 개략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용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홈페이지 사이트 어느 페이지에 사진이 있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누구의 사진이라든가, 어떤 표정을 한 사진이라든가, 어떤 행사의 사진이라는 설명이 없이 단지 “사진”이라고만 설명을 하고 있으면 자동 프로그램은 설명하는 말인 ‘사진’이라는 내용이 있으니 웹접근성을 갖춘 것으로 체크하게 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사진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으며, 사진이 있다는 것만 알면 된다는 것이니 오히려 무슨 사진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경우 시각장애가 있으니 그림이 있다는 존재만 알고 내용을 몰라도 된다고 약을 올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법률에서는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이용가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웹 사용에 있어 동등하게 사용가능한지는 실제 장애인이 사용해 보아야 한다.

홈페이지 관리자들은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라고 강제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지만, 자동 프로그램이면 된다는 법 역시 없다. 동등하게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말은 결국 장애인 사용자가 해보아야 한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전문 인증기관이 그러한 사용자 심사과정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장애인 사용자의 사용이 가능한 후에야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것이 맞다.

장애인들이 일일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게 되면 구제를 받을 수 있고, 진정이 되면 기업들은 언론 등에 보도되어 불명예를 입게 되어 인증마크를 강제 하지 않았지만 권장하거나 유도는 하고 있다고 말하는 정부 인사도 있다.

이는 장애인과 기업들을 서로 원고와 피고로 만나게 만들고, 갈등을 빚게 만드는 것으로, 서로의 시간과 힘을 낭비하게 만들어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접근성을 체크하며 사이트를 이용해 보는 것이 사용자 평가인데, 그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단지 자동 웹접근성 체크 프로그램만 실행해 보고는 접근성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기업과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다는 장애인들이 서로 다투게 해 놓고 정부는 강제화하는 부담을 덜면서 싸움 구경을 하고 있다.

웹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접근성을 갖추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것도 정부의 시책이다.

그런데 법에서는 의무적으로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라고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모든 공기관이나 기업들은 인증마크 획득을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기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시책이 강제는 아니더라도 유인하는 권장시책이라면 유인하거나 권장하는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공기관에서 웹접근성을 갖추어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면 기관평가에 가산점을 준다거나, 웹접근성 인증심사에 대한 비용이나 홈페이지 개선사업의 지원을 한다거나, 정부 조달에서 웹 사이트 개발 사업을 용역할 때 웹접근성 인증마크 획득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거나, 지자체 조례에서 지자체와 산하 공공기관은 웹접근성 인증을 필수적으로 하고 지자체 입찰 기업 역시 반드시 접근성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시책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일부 프로그램 개발 용역에서 웹접근성 인증마크 획득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개발하는 당시에만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고 인증마크의 유효기간인 1년이 지나면 다시 마크를 획득하지 않는다. 재심사 비용이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재심사를 받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배려에 대한 불감증이다. 이런 불감증으로 우리는 훨씬 비싼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마치 건물 신축 공사에서 준공검사를 받을 때만 소방시설을 갖추고 준공을 받고 나면 외면해 버리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웹접근성 인증 마크를 획득한 공공기관의 과반수 정도가 1년만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홈페이지에 달고 있다가 1년 후면 인증마크를 부착하지 않는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직접 인증심사를 할 때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달고 있던 홈페이지에서 민간 심사기관 위탁 1년 만에 인증마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웹접근성의 유지를 위하여 별도의 유지보수 예산이 없다는 것은 1년간만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하겠다는 말과 같다. 프로그램은 한 번 만들면 계속 프로그램을 수정하기도 하고, 데이터를 업로드하기 때문에 새로 추가된 정보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민간에게 위탁했으니 나몰라라가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민간 위탁 심사기관의 신청접수 업무와 위탁 기관의 관리를 맡고 있으면서 단 1원도 이를 위한 예산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민간기관에 위탁하기 전에는 그나마 정부 기관인 정보화진흥원에서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심사하여 부여하였으므로 그 기관의 실적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다른 공공기관의 웹접근성 품질 인증 마크 획득을 독려하였으나, 민간 위탁 후에는 그저 불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대한민국 수백만 사이트 중 불과 1200개 정도의 사이트만 웹접근성 인증마크를 획득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편다면 굳이 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일일이 진정을 하고 법정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장애인들이 수백만 개의 사이트들과 접근성 논쟁을 하는 낭비와 고생을 정부가 조장하고 있으면서, 장애인들 하기 나름이라는 변명은 너무나 무책임한 말이다.

장애인 화장실이 청소도구함으로 변하거나 고장수리 팻말을 붙이고 방치되는 현상이 IT 강국 e-편한 세상에서도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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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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