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를 처음 봤을 때 ‘이 애니메이션은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을까?’ 궁금했었다.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기에 한국식 이름이 ‘뽀로로’일까 생각했는데, ‘Pororo’란 영문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당시에 ‘뽀로로’는 그렇게 놀랄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처음 보는 어린이용 프로그램이 국내 제작인지 해외 제작인지를 구별하려면 다음 요소들을 살펴보면 되었다.

이야기 마지막에는 교훈을 말해 줄 것, 권선징악일 것, 주인공은 어려움을 극복할 것, 감동적일 것, 어른이 옳을 것, 지식이나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유익할 것, 한국 전통적 요소를 갖추고 있을 것 등이다.

국내에서 제작된 어린이용 프로그램들은 이들 중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이 들어 있었고, 어떤 요소는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랬기에 처음 ‘뽀로로’를 본 이후로 필자는 매번 마지막 순간까지 ‘그러니까 어린이 여러분 이러이러하면 안 되고 저러저러 해야 해요.’라는 말을 기다렸었다.

그러나 뽀로로와 친구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고 끝났다. 애들 노는 것만 보여줄 뿐 딱히 유익한 정보도 없이 말이다. 굳이 분석하고 따지고 보면 교육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직접적으로 가르치려 드느냐 그저 보여주기만 하느냐의 문제이다.

뽀로로가 나온 것은 2003년 무렵이다. 뽀로로의 성공은 어느 정도 변화된 사회 분위기 덕분이기도 하다. 십여 년 정도 더 일찍 나왔더라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오랫동안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많은 철학적인 답변들을 해 왔다. 교양서적으로든 전문서적으로든 얼마든지 훌륭한 답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로 돌아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무엇인가를 주입시켜 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고 만다.

이를 통해 이런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주는 교훈주기는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며, 교육 대상자에게는 가장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교훈을 주려고 하는 순간 사용되는 말은 명령형이거나 잔소리가 되기 쉽다. 그리고 누구라도 명령을 받거나 잔소리를 듣는 것이 좋을 수는 없다.

직접적으로 교훈을 말해 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애는 왜 이럴까요?’라고 부모는 묻지만 제3자가 볼 때 아이는 부모를 가장 많이 따라한다. 가장 많이 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모는 모습에 익숙하게 되고 자연히 그 모습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거울보기’가 권장되기도 한다. 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효과가 있다.

자폐성 장애로 인해 의사소통에 문제를 나타내는 경우에도 보여주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지시나 명령보다 보여주고 기다리는 쪽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냥 보여준다고 해서 아이들이 기대행동을 따라하지는 않는다. 보기 좋아야 하고, 즐거워야 한다. 아이들이 마냥 신나게 놀기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를 잊어야 한다. 마냥 신나는 것 또한 아이들이 해내야 할 과업인 것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은 이제 그만 하자. 발달기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매분 매초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아이를 위해 포기하고 희생했던 것들을 계산하지 말자. 거기서부터 시작해 보자.

‘보여주기’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보여 주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뽀로로와 그 친구들처럼 즐겁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의 어깨도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이나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 그리고 배움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보여주기가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교훈을 주는 것은 쉽지만 책 읽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

실천이란 것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 스스로도 짐을 조금 덜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이웃, 지역 사회의 도움으로 덜어낼 수 있는 고민들은 조금씩 덜어내자. 그리고 아이에게 즐겁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때로는 즐거운 것 하나만으로 충분한 교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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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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