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SNS서비스의 이모티콘 모음. 이미지출처 : 다음 카카오톡

‘0124’ ( 영원히 사랑해 ), ‘1052’ ( I LOVE YOU )에서 ‘ㅎㄷㄷ’( 후덜덜 ), 'ㄷㄷ'

( 덜덜 ).

이전 필자가 학생시절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를 이용하던 시절에 숫자만 표현할 수 있었던 무선호출기의 특성에 맞춰 간단한 내용의 메시지를 숫자로 바꾸어 표현했었다.

세월이 지나 모바일 (mobile)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다수의 스마트폰 (Smart Phone) 사용자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주요 소통 채널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텍스트와 함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이모티콘 사용이 증가하면서 이모티콘(emoticon)은 대화의 재미를 제공하는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었다.

이모티콘을 순 우리말로 하면 ‘그림문자’라고 하는데, 이모티콘은 ‘감정’을 의미하는 영어 ‘emotion’과 ‘유사기호’를 의미하는 ‘icon’을 합쳐서 만든 말로, 아스키 문자를 이용하여 감정을 표시하는 기호들을 말한다.

채팅과 이메일, 인터넷 게시판,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메시지가 보편화되면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사용되기 시작한 이모티콘이 웃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스마일리’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모티콘을 이용한 실제 SNS 대화의 예. ⓒ김경식

이모티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이전 선사시대 동굴벽화를 이모티콘의 시초로 보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1982년 9월 19일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스콧 팰만 교수는 온라인 게시판에 :-) 를 웃음으로, :-( 는 엄숙하거나 불만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최초의 이모티콘 탄생이다.

물론 팰만 교수 이전에도 이모티콘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한 상형문자에는 심장을 지금의 하트 모양으로 표현했다. 그런가하면 문학 비평가 레비 스탈은 1648년 영국시인 로버트 헤릭이 이모티콘을 시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1862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링컨 대통령의 연설문 속 ;) 문양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이모티콘으로 봐야 한단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불특정 다수가 직관적으로 뜻을 이해하고 공유한다는 현재의 이모티콘의 개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집트의 하트 성형문자가 이모티콘보단 하나의 상징(symbol)으로 읽히는 이유다. 1963년 미국의 예술가 하비 볼이 디자인한 노란 얼굴의 웃는 얼굴도 상징에 가깝다.

이모티콘의 등장으로 문자가 가진 감정 전달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알았어” 라고 쓰는 것보다 “알았어^^”라고 하면 훨씬 부드럽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반면 “알겠어ㅠㅠ”라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팰만 교수가 이모티콘을 제안한 것도 비 대면 소통으로 인한 오해와 다툼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이모티콘 문화에는 긍정적인 측면만이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모티콘 이전 인터넷의 등장 이후 ‘한글 파괴’에 대한 지적은 늘 끊이지 않았다. 맞춤법을 뛰어 넘는 한글 파괴 현상이 크게 확산된 데는 SNS가 기폭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SNS 언어의 유행은 장차 SNS 이용자와 비이용자 간 ‘소통격차’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이 막을 수 없는 흐름이듯, SNS 언어의 사용 역시 저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SNS의 출현과 언어파괴 현상에 대해 'SNS 언어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결과물’이라고 여러 학자들이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대표적 SNS로 자리 잡은 트위터의 경우, 한 번에 게시할 수 있는 메시지의 길이가 140자를 넘지 못한다.

이 같은 제한은 메시지의 핵심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이용자들에게는 전하고 싶은 바를 140자에 압축해야 하는 숙제를 남겼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음 언어나 축약어를 사용하게 됐고, SNS가 일상 생활과 밀접해지면서 SNS 언어도 함께 현실로 스며들게 됐다는 것이다.

AAC (보완대체 의사소통 시스템)를 이용하여 의사표현 하는 장애아동. 이미지 출처 : 유투브 동영상

이런 시대상황에서 우리 장애인에게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남달리 느껴진다. 가령 요사이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의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통신기기의 활용에 있어서 간단하거나, 일상적인 내용의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이모티콘‘ 활용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선천적 혹은 후천적 요인으로 인해 ’상지 기능의 장애가 있는 사용자‘의 경우 그 해결책 또는 보완하는 방법으로 자주 고려되는 방안이 바로 터치(touch)횟수의 최소화’ 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방안 즉, 터치를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모티콘을 이용한 문장의 작성이 유효한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모티콘의 미래는 과거에 키보드로 단순히 기쁨, 혹은 슬픈 표정을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원시적인 형태에서 시작해 발전을 거듭해 왔다. 현재 사용자들은 조깅하는 사람의 이미지 아이콘을 통해 자신이 운동을 계획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이모티콘을 사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가족, 동물, 음식 등도 표현할 수 있다. 이모티콘을 늘어 놓는 것만으로 자신만의 문장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독립기념일 문자메시지에 단순히 행복한 얼굴, 손을 들어올린 모습, 햄버거, 불꽃놀이를 포함시켜 자신이 축하하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

얼마 전 읽은 신문기사에 따르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청각장애인 학생들의 수업에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수업은 휴대전화가 아니라 교실 내에서 PC를 활용한 형태로 약간 다른 형태의 접근방식이기는 하지만, 이모티콘 활용의 확장성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다.

외국의 경우도 ‘포브스 인터넷판’ 에 따르면 “두 명의 영국인이 설립한 이모즐리(Emoj.li)라는 인터넷 업체가 글 대신 각종 감정을 표현한 이미지만으로 소통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당신은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라는 홍보영상을 통해 서비스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모티콘 표현 체계의 발전과 대중화’는 장애인의 측면에서 ‘보완대체 의사소통 : AAC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의 접목에도 그 영역의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보완대체 의사소통 시스탬‘의 궁국적인 목적은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환경 내에서 사용자 자신의 의사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이라는 것과 일맥상통(一脈相通)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점과 우려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장애인의 이모티콘 이용방안’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및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