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농인분들의 자녀 결혼식이나 농인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가 있다. 갈 때마다 각기 다른 결혼식장의 분위기를 접하게 되는데 참으로 보기 흐뭇한 결혼식이 있는가하면 가끔은 씁쓸한 결혼식도 접하게 된다.

오래 전 일이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결혼식이 있다.

가깝게 알고 지내는 농인 부부의 딸이 결혼을 하게 되어 식장에 도착하니 혼주인 농인 부부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수어를 하는 모습이 평소와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손을 아래로 내려서 수어를 하고 있었다. 수어를 하는 모습을 누가 볼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주위를 자꾸 살피며 수어를 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혼주 부부는 농인 하객들에게는 식장으로 들어가지 말고 식당으로 바로 가라고 안내를 하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의아했지만 계속 반복되는 그 부부의 행동을 보면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농인 혼주는 최대한 자신들이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임을 알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리고 농인 하객들이 식장에서 수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농인 하객들을 식당으로 바로 안내한 것이었다.

사돈의 요청이 있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농인 부부가 불편해 할 사돈을 배려해 그랬는지 알 수 없었으나, 착잡한 마음을 안고 식장에 들어서니 유난히 큰 결혼식장에서 하객 대부분이 농인인 신부측 좌석은 자리가 텅텅 비어 있고 신랑측 하객석만 가득 채운 채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혼주인 농인 부부는 결혼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 못한 채 혼주석에 앉아 주례가 어떤 주례사를 하는 지 알지도 못한 채 두 눈으로 식의 순서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았다. 기쁘고 즐거워야 할 자녀의 결혼식이 농인 부부에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끼는 후배 농인의 결혼식에서는 가족들이 수화통역을 반대해 결혼식의 당사자인 신랑 신부가 주례사의 내용도 모른 채 식이 진행되는 내내 주례사가 언제 끝나는지 그 다음 순서는 무엇인지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신랑 신부가 농인인데 당연히 수화통역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지만 가족들은 우리 애들은 그 정도 눈치는 있다면서 상관하지 말라는 입장이었다.

며칠 전에는 친한 농인 언니가 조만간 아들이 결혼할 예정이라 상견례를 하게 된다며 통역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가까운 농인 친구가 자녀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를 했는데 상견례 후 상대측 부모의 반대로 결혼이 무산 된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자신도 농인이라는 이유로 사돈 될 사람들이 자녀와의 결혼을 반대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통역을 해달라고 하였다.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과의 사돈 맺기가 우리 사회에서는 부끄러운 일인가? 농인 또는 농인의 자녀가 결혼식을 할 때 식장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것이 체면을 구기는 일인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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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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