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사 내 이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것이 엘리베이터이다.

2001년 1월 지하철 오이도역에서 당시 장애인이동시설인 수직형 리프트 추락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이후 서울시내 지하철역 장애인·노약자용 엘리베이터 설치 사업이 시작되었으며, 현재 엘리베이터는 전국 지하철역의 수직이동의 절대수단으로 인지되었다.

이후 지하철역과 KTX역사에는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엘리베이터 이외 다른 수직이동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고장이나 정전, 화재 등의 재난으로 인한 긴급사항에는 휠체어 장애인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최근 기차여행을 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역사마다 당당히 서있는 엘리베이터의 편리성에 고마움을 느끼지만 만일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른 이동방법이 없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비장애인들은 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장애인들은 엘리베이터만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선택의 다양성측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화재나 재난 시에는 치명적이다.

올 초 스위스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머물렀던 호텔 근처에 있던 제네바역의 다양한 이동경로에 적잖이 놀랐다. 기차를 타는 승강장으로의 이동에 계단, 엘리베이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사로가 있었던 것이다.

경사로는 짐을 든 여행객과 휠체어, 유모차 이용자에게도 편리하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도 유용하다.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의 개념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스위스라는 나라가 효율성만을 위해서 역사에 경사로를 놓았을까?

아마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의 이동약자에 대한 배려와 재난에 대한 대비로 모든 이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도입했을 것으로 믿고 싶다.

필자가 가본 스위스의 제네바역, 베른역, 인터라켄오스트역에 경사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스위스의 일반적인 시스템일 것이라 여겨진다.

제네바역의 기차승강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좌측부터 경사로, 엘리베이터, 계단) ⓒ이찬우

제네바역의 기차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는 모두에게 편한 유니버설디자인이다. ⓒ이찬우

스위스 베른역의 모든 이를 위한 경사로. ⓒ이찬우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들이 많이 이용하는 역사에 수직이동수단인 엘리베이터를 대신할만한 경사로가 있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가장 최근(2012년 말)에 신축된 KTX 진주역을 가보았는데 역시 경사로는 없었다. 오래된 역사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신축 역사임에도 엘리베이터만을 이동 수단으로 삼은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긴급재난을 대비하는 생각이 부족한 것이다.

관계 부처는 깊게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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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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