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 이후 보급된 전동휠체어는 중증장애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놓았다.

집안에만 있던 중증의 장애인들을 집밖으로 나오게 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자립생활(IL)운동이 활기를 띄게 되었고 이동권, 접근권, 노동권에 대한 욕구가 발생되어 활동보조지원제도, 근로지원제도 등의 서비스가 생기게 되었다.

이런 전동 휠체어가 전국적으로 15만대가 보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바라보는 이미지는 장애를 대변하는 낙인의 이미지와 시혜적이고 수동적인 이미지가 있다.

뇌병변, 척수, 근육장애등 장애 중에서도 최중증 또는 중복의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다 보니 비장애인의 시각에서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장애의 투쟁현장에 선봉대로 나서는 전동휠체어는 거칠고 막무가내인 불복과 반항의 이미지로 보여 졌다.

이렇듯 위협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의 전동휠체어가 긍정적이고 활기찬 이미지로 전환될 기미가 보인다.

전동휠체어는 단순히 이동의 수단뿐만이 아니라 스포츠의 도구로도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중중장애인들에게 있어 스포츠란 보기만 하는 수단이었고, 그들만의 리그여서 도저히 당사자와는 관계가 없는 매체였다.

아시안게임에서 바로 이어질 장애인아시안게임도 언론에 도배는 되겠지만 전동휠체어를 타야 하는 중중장애인과는 큰 관계가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전동휠체어를 타고는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9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서울시 강서구 소재의 88체육관에서 열린 대한전동휠체어축구협회의 ‘전국전동휠체어 최강동호회대회’는 그 신선함을 더해주기에 충분했다.

보기만 하던 스포츠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생겼다는 것은 중중장애인의 삶에 큰 변화를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는 스포츠가 주는 다양한 긍정적 산출물은 말로 다 표현을 할 수 없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한 축구대회는 휠체어가 단순하게 이동수단이 아닌 신체기능향상(순발력, 스트레스 완화 등)과 협동심, 팀웤, 희생과 배려 등 스포츠 활동으로서의 기능 이상으로 많은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이다.

전국에서 10개 팀이 참여한 이 대회를 통하여 전동휠체어의 새로운 도전과 이전까지 충분치 않았던 중중장애인의 여가활동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기를 바란다.

국제적으로는 300개 이상의 팀들이 창단되어 스포츠를 통한 국제교류가 활발해지면 중증장애인의 역량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FIFA 산하 기관으로 국제전동휠체어축구대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Powerchair Football Association ; FIPFA)에서 4년마다 한 번씩 개최지를 달리하며 열리는 국제전동휠체어축구 월드컵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이제는 꿈만은 아니다.

200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회 FIPFA월드컵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의 모습. ⓒ이찬우

2007년 일본 도쿄대회와 2011년 프랑스 파리대회에서 2연패한 미국전동휠체어축구대표팀. ⓒ이찬우

그렇지만 아직 국내의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외국처럼 전용의 휠체어가 없어 휠체어 앞에 탈부착이 가능한 가드를 붙여서 하는 경기이고, 아직까지는 전술이니 전략이니 하는 것 없이 패스하고 공을 따라 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의 신명나는 에너지로 멋진 스포츠로 발 돋움 할 것이다.

대한민국 동호회 팀들의 시합모습.(88체육관) ⓒ이찬우

외국팀들의 시합 모습. ⓒ이찬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기업들도 중증장애인의 스포츠를 통한 삶의 질 개선과 운동으로 발생된 좋은 에너지를 위하여 장비의 보급과 심판진 양성, 대회지원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장애인 스포츠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짧은 시간 안에 성장했던 것은 당사자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함께 했음을 알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도 생활체육과 재활체육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동휠체어축구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라는 바이다.

이로서 전동휠체어가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장애인식개선이고, 이것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이다. 전국 어디서나 중증장애인들이 땀을 흘리면서 휠체어축구에 전념하는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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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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