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생활환경에 적응하면서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진화하며, 생존경쟁에 적합한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 학설이 진화론이다.

이 진화론의 신 개념적인 변수는 무엇일까? 그것은 해보고자 하는 도전정신이 있던 생물은 진화를 했을 것이고, 수동적인 것들은 도태되었을 것이다.

장애인이던 아니던 새로운 환경을 만난다는 것은 두렵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그 두려움을 이기고 한발자국 전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장애인의 삶이 도전과 극복의 삶이 아닌 것이 어디 있을까마는 기꺼이 해보려는 사람의 삶이 훨씬 가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척수장애인은 중도, 중증, 중복의 장애의 3중 장애인이다. 하루아침에 걸을 수도 없고 감각도 없고 소·대변도 못 가리는 앞이 캄캄한 인생이 되었을 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척수장애인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부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경우를 왕왕 본다. 척수장애인이 외출을 한다는 것은 많은 준비와 도전이 필요하다.

특히 화장실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 때문에 물도 잘 안마시고 식사도 안 하거나 조심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활동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협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을 갈 기회가 많아졌다. 그때마다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고 했으면 활발한 활동을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성장을 한다. 그러면서 적응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100개 이상의 변기에 도전하자. 한 회원은 5년 동안 한 번도 외출을 안 하신 분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외부에 나가면 화장실의 변기의 높이가 달라서 두려워서 못나갔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직접들은 적이 있다.

100개의 변기를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화장실의 사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화장실은 비장애인에게는 가벼운 공간이지만 척수장애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휠체어를 타고 가야하는 공간은 매우 공학적인 센스가 있어야 사용이 가능한 구역이다.

문이 좁을 수도 있고 안에서 휠체어를 돌리지도 못 할 수도 있고 잠금장치가 허술할 수도 있고 물이 안 나올 수도 있는 다양한 경우의 변수를 가진 공간이다.

그런 다양한 공간을 지배할 줄 알아야 사회활동의 우선권을 선점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본래의 목적인 배설을 하고 몸을 추스르고 한 숨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변기들을 만나려면 많은 곳을 방문해야 하고 그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고 볼 것도 많다.

스위스, 네덜란드, 네팔 등 각 나라의 변기모습. ⓒ이찬우

작년에 뉴질랜드를 견학차 재활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퇴원 전에 한 달여 동안 사회복귀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되면 외부로 많이 외출을 한다.

쇼핑센터, 볼링장, 박물관, 사격장 등 다양한 곳을 다니는 이유 중에 하나가 다양한 화장실을 만나서 변기에 대한 적응을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들었다. 다양한 환경을 경험함으로써 사회적응력과 자신감을 기르는 것이다.

최근에 네팔을 갔다 왔는데 화장실의 상황이 최악이었다. 아마 수십 개의 변기를 만난 경험이 없었다면 적잖이 고민과 고생을 했을 텐데 태연히 잘 지내고 왔다.

네팔 코이카 사무실을 방문하고 화장실을 쓰려니 화장실의 문은 넓은데 그 앞에 있는 파티션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물론 남에게 몸을 들어달라고 해서 변기에 앉는 방법도 있었겠으나 과거에 사용했던 방법이 생각났다. 필자의 휠체어는 바퀴가 분리되는 휠체어라 뒤에서 휠체어를 잡아주고 바퀴를 분리했다가 파티션을 지나 다시 조립하는 방법으로 화장실을 사용했다. 경험은 지혜를 준다.

우리나라의 각 지방마다 있는 KTX 역사의 화장실이나 숙박시설의 화장실의 구조와 변기의 모양이 많이 다르다. 외국의 경우도 높이가 다 제각각이고 모양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가?

변기 커버의 크기도 다 달라서 뉴질랜드의 경우는 잘못하면 꼬리뼈부분이 까질 수도 있을 정도로 작다. 네팔은 변기커버가 크고... KTX 화장실의 변기도 작은 편이다.

사회복지학사전에 환경적응능력이라는 말이 나온다. 개체가 환경에 적응해가는 능력을 의미하고 생물의 일생은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며 환경의 적합여부가 곧 생사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환경적응 능력은 화학적·물리적 환경과 사회적·문화적 환경 양자 모두를 포함한다. 어차피 인간은 수천만년동안 환경의 적응하며 오늘날의 인류가 되었다.

장애도 그렇다. 시간이 흘러서 그냥 순응하며 살 것인지, 먼저 앞서 도전하여 환경을 지배하고 살 것인지는 우리의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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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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