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나 척수장애인들이 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네팔의 척수장애인의 삶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서 희망을 보았고 현실을 이겨내려는 긍정의 빛을 보았다. 네팔에서 만난 그들을 소개한다.

버림받은 여성척수장애인

네팔은 농촌사회이고 가부장적 사회이다. 농촌에서의 여성들의 삶은 곤고하다. 온가족이 동동거려야 겨우 먹고 산다. 네팔에서는 여성들이 힘든 일을 많이 한다. 바깥일부터 집안일까지 쉴 틈이 없다.

이 여성은 망고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다가 떨어져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수술 후 네팔척수재활센터(이하 SIRC)에서 훈련을 받고 집으로 온지 1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30세초반이지만 조혼 풍습이 있는 네팔에서 일찍 결혼을 하여 커다란 아이가 둘이나 있지만 엄마로서의 역할도 못하고 있다.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고 버림받은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지만 녹녹치 않은 시골살림에 가난을 덧댔다. 남자형제들은 외국으로 일하러 가고 노부모와 여형제가 어렵게 생활을 하고 있다.

집수리를 하여 마당으로 출입이 가능하지만 간이 나무변기가 있는 1층의 나무침대만이 그녀의 고된 삶을 보여준다. 부엌이라도 고쳤으면 밥이라도 지어서 가족에게 줄 텐데 예산이 없어 부엌은 언감생심이었다. 마을로 나가는 유일한 길목은 돌부리와 진흙으로 나갈 수도 없다.

그녀의 쾡 한 눈동자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들의 천진난만한 눈동자가 오버랩이 되어 지금도 필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가녀린 체구보다 훨씬 큰 휠체어가 그녀의 고단한 삶을 말해주는 것 같다. ⓒ이찬우

매일 2층을 업혀 오르내리는 여성척수장애인

네팔의 농촌의 일반적인 가옥구조는 2층이다. 1층에는 부엌과 거실이 있고 사다리를 올라가는 2층은 침실이 있다. 이곳에 사는 여성 척수장애인은 밤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2층 사다리에서 떨어져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곳은 주택개조를 하지 못해서 출입구도 엄청나게 높은 턱이 있고 침실도 2층에 있다. 그래서 이 분을 매일 아침마다 딸이 업혀서 마당에 내려놓고 하루 종일 마당에서 소일거리를 하시다가 저녁에 업혀서 2층으로 올라가신다.

제법 몸집이 있으신 이분을 어떻게 나무계단으로 오르내리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이다.

마당에는 돌들과 진흙이 있어 그마나 내려와도 자유롭지가 않다. 마당에 가득히 모여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와 개, 염소, 소들이 그녀의 유일한 말동무이다.

맨발로 다니는 이곳의 습관으로 그녀의 발은 성하지가 않다. 화상으로 욕창으로 일그러진 발은 그녀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곳은 집안의 접근과 1충에 침대를 놓는 개조가 필요하고 다리의 치료가 급선무였다.

주변의 환경이 우리 일행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작은 사진은 치료받지 못한 발. ⓒ이찬우

진정한 용사 척수장애인을 만나다

타망(Tamang)은 최근에 네팔에서 이슈가 된 사나이다. 올해 4월, 차량도 다니기 어려운 네팔의 산악도로를 편도 366km를 26일 동안 완주하며 네팔에 척수장애를 알리는 엄청난 일을 한 사나이이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용기와 에너지가 나왔는지 존경스럽게 쳐다보았다.

건설현장에서 떨어져 척수장애인이 되었고 그의 아내와 함께 SIRC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나마 척수장애인으로 직장이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센터 직원들의 숙소에 두 평 남짓한 그의 방에서 부인과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에너지를 재충전하여 50개의 지역을 휠체어로 도전하는 계획이다. 기회가 되면 그와 함께 네팔을 달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용기있는 자만이 사회를 변화시킨다.

그의 방에 머물면서 조심스럽게 부부관계에 대해 물어봤다. 사고 후 5년간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는 숙연한 그의 모습에서 이곳 네팔에서도 성재활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재활센터에 자랑스럽게 게시되고 있는 여정 판넬. 그리고 작은 사진은 활동모습. ⓒ이찬우

바나나장사를 하는 여성 척수장애인

네팔은 아스팔트만 깔리면 하이웨이라고 부른다. 군데군데 움푹 파이고 관리가 엉망인 왕복2차선도로인데 하이웨이이다.

산이 높고 험한 언덕길 하이웨이 옆에서 바나나 장사를 하는 여성척수장애인을 만나러 갔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었건만 보상은 커녕 그나마 살아있는 것도 다행이라며 당시 사고로 화상을 입은 팔뚝을 보여준다.

아직 사회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네팔은 자동차보험제도도 정착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약자는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한다.

그래도 성실한 남편이 극진한 보살핌으로 바나나장사를 하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무슬림에서는 다른 남자가 자기 여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엄청난 결례인데도 안타까움에 퉁퉁 부은 다리를 만져 봐도 되냐고 하니 인상 좋게 허락을 하셨다.

보장구의 보급이 원활치 않아 퇴원할 때 받았을 스폰지 침대는 눌려서 납작하게 되었다. 산모기가 극성인 곳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을 그녀의 욕창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라고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이찬우

동료상담가와 직업훈련사로 활동하는 척수장애인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로 급증하는 인구유입으로 많이 팽창이 되었다. 어찌어찌하여 네팔시내의 변두리에 척수장애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척수장애인들이 있다.

상아에 있는 SIRC까지 출퇴근을 하는 두 명의 척수장애인 집을 찾아 가다 휴대폰 수리를 한다는 척수장애인도 거리에서 만났고 오다가다 간간히 휠체어를 탄 척수장애인들과 눈인사를 했을 정도이다.

그들의 집은 외곽 농촌보다는 그마나 나았지만 어려운 생활을 못 면했다. SIRC는 훈련을 마친 일부 척수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임시직인 경우가 많지만 그들은 열심히 환자들과 상담하고 일을 가르치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노력을 한다.

그들의 현실을 곤궁하지만 그들의 삶을 탓하지는 않는다. 종교적인 영향도 있겠으나 낙천적인 국민성이 그렇게 보이게 했을지도 있겠다.

센터에서 동료상담을 하고 있는 척수장애인. 직업이 있어서인지 당당하다. ⓒ이찬우

센터에서 직업교육을 하고 있는 척수장애인. 사진 오른쪽에 똑똑한 그의 딸. ⓒ이찬우

자기 삶을 개척하는 멋쟁이 여성척수장애인

외곽의 척수장애인을 방문하면서 카투만두 시내에 제대로(?) 사는 척수장애인을 만나고 싶었다. 밤늦게 찾아간 척수장애인은 휠체어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는 미인이었다. 2년 전 한국에도 온 적이 있는 이 분은 당당한 삶을 살고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암리타(Amrita)는 3살 때 버스 사고로 부모님들은 돌아가시고 그때의 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고아원인 SOS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독립을 해서 혼자살고 있다. 거실과 부엌, 침실, 화장실이 갖추어진 집에서 사회활동도 하고 Water AID라는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픔을 이겨내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활동 중인 암리타. 그녀의 거실에서. ⓒ이찬우

그리고 마지막 날, SIRC의 이사들과 최종 미팅을 하였다. 현지방문에서 느낀 점을 브리핑을 하고 여러 가지 조언과 향후의 계획을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곳에 휠체어를 타고 오신 척수장애인이 계셨다.

사회 지도층인데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되었고 인도에서 수술과 재활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많은 척수장애인을 만났지만 로호쿠숀을 사용하는 내가 본 첫 번째 척수장애인이었다.

네팔의 사고가 현대화 되고 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고전적인 사고에서 자동차사고, 건설현장에서의 사고로 점점 척수장애인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카투만두 시내에 있는 척수장애인들은 동아리모임도 하고 스포츠 활동도 한다. 하지만 시골에 사는 척수장애인들은 마당만 나와도 다행이다. 4년 동안이나 어두컴컴한 흙벽의 집안에만 갇혀있던 척수장애인도 있었다.

그들을 위해 척수장애인협회에서는 접근성확보를 위한 집수리사업과 지역사회에 장애인인식개선과 장애발생예방사업을 위해 KOICA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하려고 한다. 아직 사업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분명히 길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세계 어디에 있던 척수장애인은 소수인이고 소외계층이다. 그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회에서 당당히 그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활발하게 활동을 했으면 한다. 그곳에 대한민국의 척수장애인이 함께 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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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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