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태 씨와 김인백 씨가 사막 모래 언덕을 내려오고 있다. ⓒ송경태

지열의 온도가 뜨거워지고 있음을 온몸의 세포가 먼저 느끼고 있다. 흐르는 땀이 금세 말라서 소금버캐가 끼었는지 살갖을 서걱거리며 갉아대고 있다. 18.5㎏의 배낭이 점점 무거워진다. 물을 마셨다. 금세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같다.

“앞쪽에 모래 언덕이 있어요. 아마도 모래 구릉이 계속 이어질 것 같은데요.”

레이스 파트너 인백 씨의 목소리에 긴장이 배어 있다. 지금까지는 지표면이 단단해서 그런대로 별 어려움 없이 달려왔지만, 듄이라 부르는 모래구릉 지대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체력을 흡수해버릴 것이기에. 모래 속에 발목까지 빠지면 걸음을 옮기는 것 자체가 힘이 들게 뻔했다.

나는 예각을 이룬 황금빛 모래구릉들이 펼쳐진 광경을 머릿속에 그리며 모래구릉의 경사면에 발을 디뎠다. 부드러운 모래 속으로 발목이 기분 좋게 빠져들어 갔다.

하지만 모래에 묻힌 발목을 빼서 걸음을 옮기기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경사면을 올라갈수록 모래 속으로 발목이 점점 깊게 빠져들어 갔다. 일곱 개의 모래구릉을 넘어서 지표면이 딱딱한 지역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곧이어 또 모래구릉이 주로를 가로막았다.

배낭을 추스르고 발목이 빠지는 모래구릉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것,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구릉 정상에 올라섰을 때였다.

“관장님, 내리막은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가요.”

인백 씨가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기라도 한듯 목소리를 돋우었다.

“배낭을 벗어서 그 위에 엎드려 있으면 모래에 밀려서 미끄러지겠지요.”

인백 씨 말대로 배낭을 벗어서 구릉의 경사면에 놓고 그 위에 엎드렸다. 2m가량 미끄러져 내려가는가 싶더니 이내 모래 속에 묻히고 말았다. 공짜로 내려온 2m 거리의 몇 배에 가까운 체력을 소모하며 모래에 묻힌 배낭을 꺼내서 둘러멨다.

모래구릉 지대를 겨우 벗어나 푸석거리는 지면을 밟고 달렸다. 배낭의 멜빵이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다. 누가 심술을 부려 뒤에서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배낭의 무게가 나를 주저 앉히려 하고 있다. 입안이 서걱거리고 온몸의 세포가 갈증으로 아우성이다.

주행을 멈추고 배낭 포켓에서 물병을 꺼냈다. 고개를 치켜들고 우선 얼굴에 먼저 물을 부었다. 안면 세포들이 환호를 한다. 입안에서 난리다. 어서 물을 달라고.

입안으로 물을 콸콸 쏟아 부었다. 미처 삼키지 못한 물이 역류해서 가슴팍으로 흘러내렸다. 흘러내리는 물을 세포들이 흡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몸도 사하라처럼 메말라가고 있었다.

“저 앞에 체크 포인트가 보여요.”

체크 포인트, 그럼 10㎞를 달려왔다. 오늘 주행거리의 삼분의 일을 주파한 셈이다.

“관장님, 물을 보충하고 갈까요?”

“다음 체크 포인트에서 보충해도 될 것 같은데.”

“그럼 그냥 통과하겠습니다.”

“오케이!”

스무 개가 넘는 체크 포인트 중에서 이제 겨우 하나를 지났는데도 뿌듯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인데 스물 몇 개쯤이야 하는 자신감에 부풀어 첫 번째 체크 포인트를 통과했다.

“관장님, 하얀 바위들이 즐비하게 있는데요.”

“백사막 지대가 시작되었나 보군.”

“바위에 하얀 조개들이 박혀 있네요.”

“이 일대가 예전에 바다여서 조개가 화석이 되었나 보네.”

사하라로 오기 전 나름대로 사하라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백문불여일견,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고 했는데.

내 마음 속에서 감정의 바이오리듬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 백사막 지대를 달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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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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