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데크 산책로. ⓒ윤순희

화려한 여름날은 지나가고 어느 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 삶이 늘상 똑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다른 느낌인 것처럼 숲도 매일매일이 다르다. 가을 문턱의 숲은 봄, 여름과 다른 이야기가 있다.

봄이 희망과 생명의 20대 신혼부부와 같다면, 여름은 어린 자녀를 양육하기 바쁜 가정과 같다. 반면 초가을의 숲은 자녀가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하는 중년 부부의 느낌이 있다. 추석이 다가오는 가을 문턱 숲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숲 산책을 떠나본다.

절물휴양림의 산책로는 삼나무 데크로 연결되어 있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도 휠체어를 타고 탐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절물오름 중턱의 둘레에다 산책길을 추가로 연결하여 휠체어를 타고 중산간의 풍광을 느낄 수 있다.

탐방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만나게 되고, 중간 중간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편리하다. 매표소에는 수동 휠체어가 비치되어 있어 신분증을 맡기면 임대할 수 있고, 화장실 또한 장애인 전용화장실이 있어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에겐 최적의 휴양림이다.

늘씬한 삼나무. ⓒ윤순희

산책로는 크게 삼나무와 소나무로 구성된 단일림과 혼합림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단일림의 숲은 4계절 푸르다.

계절의 변화를 확연하게 살필 수 는 없지만 그래도 푸르름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다.

매표소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늘씬한 삼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숲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전히 뜨거운 태양에 시달린 눈이 먼저 편안해진다.

숲 한가운데 평상이 놓여 있어서 누워서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누워서 보는 삼나무의 늘씬함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 풍경은 또 다른 감흥이 있다.

나무의 얼굴은 나뭇잎이다. 삼나무의 잎은 바늘잎이다. 바늘잎의 삼나무는 겹잎으로 증산작용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햇빛을 받기에는 홑잎보다 적지만 뜨거운 여름철 잎의 온도를 낮추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익살스런 낭하르방. ⓒ윤순희

숲 중간에 익살스런 낭하르방(나무하루방)이 놓여있다. 어떤 하르방은 ‘오빤 강남 스타일‘하며 춤추고 있다.

숲에 있어도 강한 바람이 불면 늘씬한 삼나무는 꺽이기 마련이다. 쓰러진 삼나무를 이용하여 유쾌한 조각들이 숲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선 따라 웃어보자, 그리고 조용히 노래도 불러보자.

절물약수. ⓒ윤순희

‘절물’은 절 옆에 물이 있다는 데서 생겨난 지명이다.

이곳의 물은 예전부터 마르지 않는 용천수로 유명하다. 화산섬 제주에서 바다가 아닌 산에서 흐르는 물을 만난다는 것은 아주 귀한 일이다.

이곳의 물 효능은 유명하여 예전부터 위궤양 치료 등 몸을 고치기 위하여 새벽부터 물을 길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이 물로 지은 밥을 먹으면 학생들 학과성적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효험이 전해지는 신성한 물이다.

약수터 바로 옆은 ‘생이소리길’이 이어진다. 종류가 다른 새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이처럼 종이 다른 새 들이 있으려면 먹이 또한 다양해야 한다. 이곳은 주변에 다양한 나무들이 얽혀 있어 어수선하게 보이지만, 이러한 환경이 새 들에게는 최적의 삶터이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워야 생명이 풍요로워진다.

영글어 가는 때죽나무 열매. ⓒ윤순희

봄에 화려하게 핀 꽃에는 어느 덧 열매가 맺혀져 있고, 여름날 나뭇잎들은 뜨거운 태양을 기꺼이 받으며 그 열매를 키워냈다.

어린 자식을 키우느라 애 쓰는 3~40대의 부모마음이 나무에서도 느껴진다. 때죽나무도 그러했다.

봄에 잎 아래 하얗게 피운 꽃에서 어느 덧 작은 종 모양의 열매가 무럭무럭 자라 영글어 가고 있다.

소나무 숲. ⓒ윤순희

어느덧 소나무 숲이다. 이곳에도 나무 평상이 놓여있다.

사람들은 소나무를 외로운 나무라고 여긴다. 소나무의 송화 가루가 다른 생명체가 싹 트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혼자만 서식하기 때문이다.

산책로 위에 소나무 잎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초등학교 소풍 때 놀이가 생각난다. 두 사람이 소나무 잎 1개를 각각 쥐고서 소나무잎을 서로 연결시켜 당겨 잎이 갈라지는 쪽이 지는 놀이다.

이 놀이는 이기려고 힘을 강하게 쓰면 소나무 잎이 갈라지면서 지게 된다. 여러 번 시도해보면 힘을 부드럽게 쓰는 편이 이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절개의 상징 소나무에서 부드러움의 묘미를 느껴보며 숲 탐방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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