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모든 척수장애인은 누구라도 건강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어울림한마당 장면. ⓒ이찬우

지난 8월 28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린 ‘내부 및 소수 장애인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마련 세미나’를 착잡한 마음으로 참석하였다.

안면장애, 심장장애, 신장장애, 장루장애, 뇌전증장애, 근육장애 등이 참석을 하여 열띤 토론을 별였으나, 척수장애가 이 토론회에 초대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의아함을 느낀다. 대표적인 소수 장애인이라고 생각하고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소수 장애인 부류에서 탈출을 한 것인가?

필자가 국내외로 열심히 활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오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모든 척수장애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빙산의 일각을 전체로 호도하지 않아야 한다.

이렇듯 척수장애는 착시효과가 있다. 척수장애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비장애인이 잠시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백조가 겉으로 우아한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빠른 물질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 척수장애이다.

척수장애는 3중장애이다. 중도, 중중, 중복의 장애를 의미한다. 평생을 합병증과 후유증에 시달린다.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의 마비로 뜨겁고 차거운 것도 느끼지 못하니 늘 화상과 동상 위험에 노출이 되고, 알 수 없는 통증과 점점 굳어지는 관절로 제대로 편히 누워서 잠을 자는 것이 소원이다.

소변처리를 제대로 못하면 신장장애처럼 투석을 해야 하고, 배를 뚫어 소변을 뽑아내면 요루장애이고, 배변의 문제로 장루장애처럼 배변주머니를 차는 경우도 있다. 심각한 사고로 호흡기에 의지하여 호흡을 하는 척수장애인도 있고, 평생 먹어야 하는 한 주먹의 약은 간 기능을 점점 약화시킨다.

늘 존재감에 대한 불안으로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척수장애인도 있다. 성기능에 심각한 문제로 늘 자신감 없는 존재가 된다.

장애를 유지하는 비용도 많이 들어 늘 경제적으로 쪼들린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인 209만원이 지원되는 전동휠체어는 지원금의 3~5배가 되는 자부담을 내야 내개 맞는 특수전동휠체어를 탈 수 있다, 수동 휠체어는 47만원의 지원금보다 무려 10배의 자부담이 있어야 근골격계를 예방할 수 있는 활동형 수동 휠체어를 탈 수 있다.

욕창방지를 위한 방석도 고가(50만원산당)로 구입을 해야 하고, 사지마비장애인들의 필수품인 이송용 리프트(250만원)는 엄두도 못내 노모가 허리디스크와 근골격계질환을 끼고 살게 하는 불효자 들이다. 그러니 활동보조인들도 꺼려하는 부류의 인간들이 되어 버렸다.

난치성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한 달에 임대료가 70~80만원하는 호흡기는 오로지 자부담으로 생명을 유지해야 한다. 늘 합병증과 후유증으로 병원을 멀리할 수도 없고 척수장애에 대한 잘 모르는 동네 병원을 못미더워 진료비가 비싼 3차병원으로만 다녀야 한다.

입원을 하면 간병비는 하늘을 찌르고(한 달에 250만원 정도) 보호자 없는 병실이라는 허울 좋은 제도는 척수장애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중중장애라 손이 많이 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혈압으로 방광문제로 당뇨로 다리가 붓는 부종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먹어야 하는 약도 만만치가 않다. 하루에도 5~6차례 강제적으로 빼야하는 소변처리용 소변줄(도뇨 카테타)은 요양급여도 안되어 경제적 부담으로 재사용을 하다 보니 방광염증으로 병원응급실을 다녀오지 않은 척수장애인이 없다.

선천적으로 방광에 문제가 있으면 도뇨 카테타 구입하는 요양비지급이 되고, 같은 증상임에도 후천적인 사고로 방광문제가 발생하면 요양비지급이 안 되는 이상한 논리로 차별을 당하고 있다.

어쩔 수없이 타야하는 내 발과 같은 자동차는 말도 안 되는 궤변에 휘말려 LPG감면혜택이 끊긴지가 벌써 수년이 되었다. 한참 일을 해서 가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에 가족의 짐이 되어버린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같은 척수장애라도 어떻게 다쳤는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니 척수장애인 사회내의 위화감도 조성되고 있다. 누구는 이런저런 지원과 혜택이 있는데 누구는 전혀 없다. 계급사회가 존재하는 세상에 같은 증상의 척수장애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대한민국에 이런 중증의 척수장애인이 도대체 정확히 몇 명인지도 모른다. 외국에서는 척수장애인통계센터가 있어 그 동안에 축적된 다양한 통계를 이용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자료들을 생산하고 있다.

3년마다 하는 장애인실태조사마다 표본조사로 그 수가 들쭉날쭉하다.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정책이 나오고 실태를 알아야 대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임에도 일부의 척수장애인들은 각계각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수의 척수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싶으니 직장을 달라고 기회를 달라고 해도 단지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사고 전의 풍부한 경험은 사장되는 안타까운 일들을 겪으면서 척수장애인들은 점점 소외되어 간다.

그러나 척수장애는 이러저러한 어려움은 있지만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지원만 있다면 스스로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활동을 통해서 세금내는 장애인도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필자는 어느 장애가 더 힘드니 하는 푸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장애마다 어려움이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우리 자신도 커밍아웃을 통해 자존감을 확인하고 역량강화를 통해 신뢰를 형성시켜야 한다. 그리고 소수 장애인들은 더욱더 연대해야 한다. 장애계 내부에서도 소수 장애인들이 이중의 소외와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내면의 두려움을 떨치고 이 사회에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하여 날을 잡아 대한민국 장애인 퍼레이드를 하자. 미국의 시카고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이런 행사를 통하여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의 주류화가 되려는 퍼레이드를 매년 하고 있다.

이 사회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외된 부분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도하는 장애정책을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도 봐야하고 귀에 들리지 않는 것도 들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소수 장애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된 장애사회의 패러다임을 선행하는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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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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