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이란 타인의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고 본인이 하고자하는 활동이나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로써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인권 중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특히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은 정상화, 탈시설화, 사회통합 등과 같은 자립 패러다임의 발달과 함께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 중에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발달·자폐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높으며 발달·자폐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형태의 자기결정과 관련된 훈련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이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자기결정권이라 하면 단지 발달·자폐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전 장애인들에게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필자가 복지관을 방문해 의사결정을 할 때는 주로 부모님의 의견을 묻고 그러한 의견에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강조되고 있으며 종사자는 최대한 장애인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 입장에서 자기결정의 중요성은 이해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자기결정할지는 모호한 것 같다.

일단 재활 과정 중 자기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하기에 필요한 선택사항이 많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재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발휘하여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종류와 양이 많아야 할 것이며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 장애인 본인의 필요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자기결정권을 누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의 종류와 양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장애인이 최대한 자기결정권을 이용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복지관에서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장애인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에 맞춰야하는 상황이라 진정한 의미의 자기결정을 누리는데 한계가 있다.

예컨대 시각장애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개별 시각장애 이용자의 욕구에 따라 제공되기 보다는 전체 시각장애 이용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으로 시각장애복지관에서 이용자를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공무원 교육, 점역사교육, 스마트폰 이용교육 등과 같은 프로그램은 개별 시각장애인의 필요에 맞추어 제공된 다기 보다는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만 제공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주정부 재활 기관에서는 우리나라처럼 특정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보다는 종사자인 재활상담사가 장애인의 재활에 요구되는 서비스 등을 평가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장애인에게 연계·소개한다.

즉 재활 기관 내에 특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재활에 필요한 프로그램·교육·훈련 등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며 선택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 되고자하는 시각장애인은 공무원 입시 교육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용 컴퓨터 프로그램, 보행을 위한 보조기기, 공무원 교육을 위한 교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기 위해 서비스의 종류, 서비스 제공자 등을 장애인이 검토하고 선정할 수 있도록 재활상담사는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종사자인 재활상담사는 공무원 교육을 실시하는 업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교육비용, 강사 수준, 교육 기간 및 시간, 심지어는 이동 거리 등 여러 정보를 장애인에게 제공하여 장애인이 입맛에 맞는 교육 기관을 선택하도록 한다.

당연히 공무원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어서 장애인은 자기결정권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보조프로그램이나 보조기기를 선택할 경우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장애인이 서비스 업체를 선정한다.

미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재활 서비스가 주정부 재활기관을 통해 제공되며 재활상담사는 장애인에게 서비스 업체와 관련된 여러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장애인이 본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 그래서 장애인에게 서비스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재활상담사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 중에 하나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장애인이 서비스 종류나 제공자와 관련된 정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재활상담사는 적절한 의사소통 방법을 사용하여 장애인이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물론 장애인이 비합리적이거나 과도하게 재활 서비스를 요청하는 경우 재활상담사는 적절한 상담을 통해 장애인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로 보장하여 장애인 재활의 주체가 장애인 본인임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재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로써의 권리를 보장한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재활 서비스 선택의 방법과 종류를 장애인이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자기결정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장애인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의 개별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형 개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 체계의 변화를 통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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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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