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 ⓒh-debatt.no/innlegg/frihet-betinger-ansvar/

권리와 책임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어느 누구나 권리를 주장하거나 침해된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도움을 얻어서라도 권리를 찾으려고 한다.

과거와는 달리 현대 사회는 인권을 중시하며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권, 활동권, 행복추구권 등등 여러 형태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고자 한다.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장애인들도 기본적인 인권을 누리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사회도 전반적으로 그러한 장애인의 목소리를 무시하지는 못한다.

특히 장차법을 통해서 장애인들도 기본적인 인권을 주장하고 사회적 차별을 줄일 수 있어서 매우 바람직하며, 이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면서 과연 책임은 강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권리와 책임은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기본적인 사회 가치일 것이다. 어느 누구나 권리를 주장하면 그와 상응하는 책임역시 함께 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장애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간혹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책임은 간과하는 장애인을 볼 수 있다.

실례로 필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을 도와주는 활동보조인이나 근로지원인을 대상으로 성적인 추행을 하는 경우를 보았다. 필자 역시 시각장애인이지만 과연 그런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만약 비장애인이 성적 농담을 하면 당연히 성추행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이라서 그러한 농담이 면제된다면 과연 올바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애가 있어 심리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으나 장애인이라 하여 법을 지키지 않을 권리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활동지원인들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과연 장애인 당사자들은 몇 명이나 그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장애인 재활을 위해서는 종사자나 장애인 모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책임역시 준수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간혹 발생하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국이 장애인을 위해서 다양하고 광범위한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을 재활 서비스의 최고 고객으로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장애인 고객의 개별적인 욕구와 재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애인을 담당하는 종사자는 최선을 다한다. 고객은 왕이라는 철학 아래 종사자인 재활상담사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장애인 고객이 재활을 신속하고 올바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장애인 고객이 누리는 최상의 고객 중심의 서비스 이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미국에서는 장애인이 서비스를 받음과 동시에 자신의 책임역시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말하는 장애인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적으로나 선언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서비스의 제공이 중단되거나 심한 경우에는 사례가 중도에 종료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재활 과정 중 장애인 고객과 종사자 간에 체결하는 개별재활계획서에는 장애인과 종사자의 권리를 명시할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책임역시 확실하게 명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장애인 고객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책임의 예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비 혹은 교육관련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학업 정도를 증명하기 위해 성적표, 교사로부터 받은 학업발전평가서 등을 반드시 종사자인 재활상담사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성적이 기준 이하거나 학업성취나 참여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면 교육관련 서비스는 중단된다.

둘째, 장애인 고객은 자신의 재활을 위해 필요한 모든 모임, 약속, 회의 등을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 합당한 이유 없이 3회 이상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에 재활상담사는 장애인이 재활 동기가 부족한 것으로 간주하여 사례를 중도에 종료한다.

셋째, 장애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활상담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재활 과정에 비협조적이거나 재활상담사를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경우에는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혹은 심한 경우 사례를 종료한다.

넷째, 장애인 고객이 장기간 연락이 되지 않거나 주위 사람들과도 연락이 두절된 경우에는 사례를 종료한다.

실제로 필자의 고객 중에서도 객관적으로 능력이 부족하여 원하는 재활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과도한 서비스를 주장하다 심한 욕설을 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이 고객의 사례를 비협조한 케이스로 간주하여 중도에 종료한 적이 있다.

당연히 장애인은 강하게 반발하였으나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여 장애인이 본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경우라면 어느 누구도 장애인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 장애인의 경우 지속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다 경찰에게 연행되었다.

미국이 이처럼 장애인의 책임역시 중시하는 것은 권리와 책임은 분리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사회적 윤리철학에 기초하여 재활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역할을 강조함과 동시에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 고객은 본인의 법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책임까지 지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차별·편견을 줄여야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장애인 스스로도 서비스를 받는 고객으로서 기본적인 법적·도덕적인 책임을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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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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