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경수 1~2번 손상의 척수장애인 ◯◯◯(28세) 씨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평생을 인공호흡기에 의지하여 호흡을 하여야 한다.

현재는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련한 구형의 인공호흡기를 구입하여 사용을 하고 있지만 부품의 조달이 걱정될 정도로 아주 오래된 모델이다. 호흡기 없이 3시간 정도만 자가 호흡이 가능하므로 외출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휴대가 가능한 신형 호흡기는 장비구입비가 2,000만원의 고가이고, 장비 대여 시 월 70만원의 임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차상위계층으로 10여만 원의 장애인연금을 받고 있고, 활동보조가 24시간 지원되지 않아 낮에는 활동보조인이, 밤에는 이혼 후에 암투병중인 어머님이 보조를 한다고 한다.

최근 들어 중증장애인의 인공호흡기와 관련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이에 대하여 장애계에서는 활동보조 24시간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복지부도 실태조사와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와 함께 인공호흡기의 유지비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공호흡기는 루게릭환자나 근육장애인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알고 있으나 척수장애인들 중에서도 최중증인 경수 1~3번의 경우, 호흡이 곤란하여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스란히 자부담이며, 이로 인해 이중 삼중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호흡기의 가격은 2,000만 원정도이며, 본체 외에 산소포화도 모니터, 석션은 별도로 구입해야 하고, 워낙 가격이 고가여서 임대로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임대의 경우에도 월 70 ~ 80만원이 소요된다. 그리고 서킷(튜브), 가습기 등의 소모품 교체에도 매월 추가 비용이 별도로 필요하다.

알다시피 경수 손상 척수장애인은 전신(사지)마비로 근로능력이 전혀 없어서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매우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루게릭이나 근육병의 경우는 희귀난치질환으로 구분되어 등록만하면 건강관리기금을 통하여 대여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척수장애는 등록이 불가능하여 고스란히 개인의 비용으로 지급해야하는 불합리함을 가지고 있다.

자비로 어렵게 호흡기를 구입한 척수장애인은 수리비용까지도 자부담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호흡기를 사용하는 척수장애인 이준우씨는 얼마 전 300만원을 들여 호흡기를 고쳤다고 한다.

희귀난치성으로 등록이 된 환자들은 장비에 문제가 있거나 교환을 원할 때 기계를 부담없이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척수장애인 이준우 씨. ⓒ이찬우

교통사고 사지마비 중증의 척수장애인 이준우 씨. ⓒ이찬우

교통사고 사지마비 중증의 척수장애인 이준우씨, 그는 호흡기가 생명줄이다. ⓒ이찬우

현재 전국적으로 200여명 정도의 척수장애인이 인공호흡기를 통하여 호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대 분당병원의 경우 년 3~4명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척수장애인이 발생한다고 한다.

인공호흡기는 생명을 유지시키는 필수 장치로써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물품이나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생명 존중 구현에도 위배가 된다고 본다.

인공호흡기의 구입을 전동휠체어처럼 보장구 구입자금으로 지원하거나, 건강보험 적용이 되거나, 루게릭이나 근육병처럼 기금으로라도 대여비를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최중증 척수장애인의 경우, 호흡이외에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와 개호비, 보장구 구입비 등 비용 증가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는 바, 특히 생명유지의 필수장비인 인공호흡기는 당연히 보험적용이나 기금에서 지원되어야 한다.

관계 부처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으나 이런저런 핑계로 해결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200여명의 척수장애인에게 인공호흡기 임대료를 지원하지 못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예산이 없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국가예산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운운할 것이고, 법은 이렇고 형평성은 저렇고 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척수장애인들은 하루 하루 호흡기를 통해 희망없는 세상을 한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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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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