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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렀던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

부산시의회 시각장애인 이경혜 의원을 만나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6-25 09:13:30
희비가 교차했던 6·4 지방 선거가 끝나고 민선 5기의 마무리와 민선 6기의 시작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떠나는 사람과 낙선한 사람에게는 아쉬움과 서운함이 적지 않을 것이고, 새로 시작하는 단체장 및 의원들에게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리라 여겨진다.

우여곡절도 많고 이전투구도 빈번한 정가에서 진한 욕을 얻어 먹어가며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래도 정치 현장은 묘한 중독성 기류가 흐르고 있는 듯하다.

"나라를 위하여", "지역을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거대한 투전판과도 같고, 때로는 말 잘하는 스타를 발굴하는 선수권 대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 긍정적 요소를 하나 찾아내라면, 장애인들의 정계 진출 폭이 넓어져 활동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부산에서도 광역의회를 거쳐 국회로 입성한 장애인 의원이 2명이나 있었고, 상당수의 사람이 지방과 중앙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다하고 있어 장애인의 사회적 지위와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

이즈음이면 새로 진입한 사람들에게 카메라가 집중되고 인터뷰가 이어지게 마련인 데, 오늘 필자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멋진 시각장애 여성 이경혜 부산광역시 의원을 만나 지난 4년 동안 일구어 온 의정 활동을 함께 나누고, 계획과 포부를 들으며 많은 장애인 정치 지망생들에게 소담스럽게 지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어진 시간의 끝자락에서도 의정활동을 멈추지 않는 이경혜 의원
시각장애인이라기보다는 부산광역시 의원이었다. 2010년 5월 7일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을 뒤늦게 받았을 때 부산지역은 술렁였다. 언론은 정책 토론자로 이 의원이 나서자 방송 진행이 어렵다고 난색을 보여 왔고, 의회에서는 시각장애인 의원을 맞이하면서 초래될 문제에 대해 상당히 걱정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평화방송에서 '이경혜의 희망일기'를 진행한 방송 실력으로 섬세한 토론을 이끌어 크게 호평을 받았으며, 의회에 입성해서는 회의장 출입 시에 동료들의 안내를 받았을 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날카로운 현안 질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조례 제·개정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3년 연속 장애인정책 부분에서 최우수 의원상을 받았으며, 전국 시·도 의장 협의회가 수여하는 '제2회 대한민국위민의정 대상'을 당당하게 수상한 멋진 의원이다.

생활 현장을 꼼꼼히 챙기며 민원인을 부지런히 만나 고충을 해결하는 그 모습을 보고 공무원들이 가장 존경하는 의원 1위로 이경혜 의원을 선택했다.

4년 동안 이 의원 본인은 물론, 동료 의원들도 이 의원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고 한다.

요구와 비판보다는 대안과 해답을 제시하며
"조화롭지 못하거나 불편한 현안을 만나면 일방적인 요구와 비판보다는 먼저 공부하면서 현장을 가보고 대안과 해답을 찾았습니다. 방대한 자료와 제출된 의견서 등을 파악하느라 하루에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었습니다."

부지런하고 현실 감각이 넘치는 이 의원이 부산시 공무원들에게 안대를 착용하게 하고 함께 화면해설 영화를 관람하며 일반 영화에 화면 해설을 입히면 아주 편하게 문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로 인해 부산시는 신규 공무원 교육 프로그램에 안대를 착용하고 화면 해설 영화를 보는 과정이 신설되기도 했다.

고집과 열정을 자산으로
"부모님께서 제게 고집과 열정을 물려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답니다."

1979년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졸업을 3개월 앞두고 발병한 '베제트병'이 장밋빛 꿈을 꺾어 놓았지만, 고집과 열정으로 투병생활에 최선을 다해 프랑스 유학과 대학 강단에 서는 일을 계속 해 왔다. 치료하는 의사들과 다정한 친구가 될 정도로 20년 넘게 질병과 싸워왔다.

"강한 고집과 뜨거운 열정이 실명한 후에도 저를 이끌어 주었기에 시작이 요란하기보다는 조용한 완성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는 고집불통이 아니라 고집소통을 만드는 제조기였다. 그는 그렇게 회적 배려대상자 곁에 남아있기로 작정하였다.

포부는 오직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기를!
청사진이 따로 없었다. 거창한 계획서도 만들지 않았다. 차분하게 사무실을 정리하며 어려움과 불편 속에 사는 이웃들의 행복을 디자인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의정활동이 아니라 땀으로 실천하며 소외된 이웃을 가까운 발취에서 챙길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는 사회 행동이나 정치적 활동은 모두 이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뿐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필자는 대한민국 부산광역시의회 민선 5기 이경혜 의원이 무척 자랑스럽다.
그가 꿈꾸는 장애인들의 행복한 세상이, 긍정이 배합된 고집과 열정을 동력으로 우리나라의 차별과 불편을 모두 일소해 주기를 바라며, 향기로운 발자국을 남기고 떠나는 이경혜 의원에게 힘차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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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유석영 (binson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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