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로 인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게 되면, 사실조사를 거쳐 위원회에서는 차별인지 아닌지 판정을 하게 되고, 차별로 판정이 될 경우 재발방지를 위하여 후속조치를 권고하게 된다.

진정인이나 피진정인이 판정에 대하여 불만이 있을 수 있어 재심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하여 재심청구를 할 수 없다. 사법부의 형사나 민사재판처럼 삼심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의 진정은 항소가 없다.

그러면 판정 결과에 대하여 이의가 있다고 하여 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을까? 형사적 문제가 아니므로 형사소송을 걸 수도 없고, 민사라 하더라도 민사소송을 걸 수도 없다. 차별에 대하여 판정을 한 것 뿐이고, 개인의 손해에 대하여 보상을 청구할 입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속조치에 대하여 행정적 처분으로 보아, 행정소송을 걸 수 있을까? 민사소송이 성립되지 않은 것처럼 후속조치는 명령이 아니라 권고이기 때문에 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기각이 된다.

권고이니 이행하지 않아도 될까?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악의적 차별로 간주되어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사건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호미를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

차별시정위원회의 시정명령은 권고가 아니라 명령이므로 행정소송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승소한 사례가 없고,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의 차별이라는 판정이 존재하는 한 승소할 확률은 재로에 가깝다.

그래서 결론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에 대한 판정과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안은 조속히 받아들여 수용하는 것이 답이다.

A씨는 하반신 마비의 지체장애 1급이다. A씨는 수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어 개조된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데, 핸드콘트롤러를 사용하여 운전을 하고 있다.

휠체어를 차에서 내리거나 차에 실어야 하기 때문에 폭 2.3m의 일반주차구역에는 주차할 수가 없어 폭 3.3m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필요하다.

A씨는 비전타워 부설주차장에 평소에 차를 주차하였는데, 공사관계로 차를 다른 곳에 주차하여야 하게 되었다. 인근에 위치한 ㈜와이비엠개발이 관리하는 YBM 강남센터에 2012년 10월 15일부터 2개월 간 주차하고자 월정액 주차를 신청하였다.

YBM강남센터는 장애인이 장기 주차계약을 할 경우, 다른 장애인이 이용할 수가 없다며 월정액 주차를 거부하였다. 그리고 같은 회사가 관리하는 바로 맞은편 건물인 웹스탑빌딩 주차장을 이용하라고 하였다.

그곳에는 월정액 주차는 가능하지만, 장애인전용 주차공간이 아니어서 휠체어를 실거나 내릴 수가 없어 그 제안을 거부하였다.

A씨가 YBM강남센터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주차장에서는 월정액 주차가 안 되므로 1일 3만원의 주차비를 내라고 하였다. 1일 주차가 아닌 시간 주차시에는 기본 30분에 2,500원, 이후 10분 당 700원이 부과되었다.

월정액 주차를 할 경우 월 15만원 정도의 주차비가 들어갔을 것인데, 2012년 10월 15일부터 2012년 12월 6일까지 39일간 주차하여 27일간은 1일 주차비로810,000원, 12일간은 시간 주차비로 273,400원을 내게 되어 총 1,083,4000원의 주차비를 내게 되었다. 3배 이상의 주차비를 내게 되자,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차별로 진정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1항에 의하면,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당해 시설물을 접근·이용함에 있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월정액 주차를 거부한 것은 차별이라고 판결하였다.

같은 조 제2항에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의 활동을 돕기 위한 자동차 등 장애인보조기구 등을 시설물에 들여오거나 시설물에서 사용하는 것을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피진정시설의 주차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시설물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조 제15호는 ‘시설물’을「건축법」제2조 제1항 제2호, 제6호 및 제7호에 따른 건축물, 거실 및 주요구조부로 규정하고 있고, 「건축법」제2조 제1항 제2호 및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의4 별표 1의 규정에 따라 주차장은 ‘건축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피진정인은 피해자가 피진정시설에 설치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3면 중 1면을 월정액 주차와 같은 방식으로 장기간 이용할 경우, 피진정시설에 위치한 어학원, 카페, 식당 등의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 장애인들의 주차불편을 야기하고, 그에 따른 시설물 이용 및 접근권을 일부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나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 결국 피진정인의 수익을 늘리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다른 불편이 있다는 것을 입증자료를 피진정인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장애인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피해자가 피진정시설에 설치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공사기간인 2개월을 초과하여 장기간 주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피진정회사가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던 점, 피진정회사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대해서는 장애인들의 이용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단지 불특정 다수 장애인들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대한 피해자의 월정액 주차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 피해자와 같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반드시 필요한 장애인에게는 단기 주차만을 허용하고 장기주차를 허용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비장애인에게 제공하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주차서비스를 장애인인 피해자에게는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해자의 월정액 주차 신청을 피진정회사가 거부한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가 과다하게 부담한 금액을 돌려 줄 것, 피진정회사 직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인권교육을 받을 것, 앞으로 월정액 주차를 허용할 것을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권고했다. 강남구청장에게는 재발방지를 위한 감독을 철저히 할 것과 맞은편 웹스탑빌딩의 주차장에도 장애인주차장을 설치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피진정인은 돌려줄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하였으나, 2014년 2월에 패소하였고, 항소를 포기하였다. 그리고 783,400원을 돌려주고, 기타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였다.

피진정인이 항소를 하였다 하더라도 인권위의 권고는 소송의 대상이 아니므로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소송비용만 더 들었을 것이며, 악의적 차별로 간주될 위험성만 높아졌을 것이다.

권고 이행에 1년이라는 시간을 끌면서 피진정인은 지속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 담당자로부터 독촉과 서류 제출을 요구받았고, 구청으로부터도 이행에 대하여 독촉을 받으면서 피로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이미 시행한 것에 대하여 소급한다는 것과 잘못을 인정하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회사로부터 환급의 절차가 과오를 남기는 것으로 생각되어 승복하지 않으려 했을 수도 있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위의 결정문에 대하여는 조속히 이행하고 인권교육을 통하여 장애인에 대하여 인식을 높이려는 태도가 중요하며, 불복의 길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