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영배씨' 첫 장면. ⓒ서인환

‘유쾌한 영배씨’는 QNA 필름에서 제작한 30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금까지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가 여럿 있었다. ‘초원이의 다리는 백만불짜리다’라는 대사가 유명한 ‘말아톤’은 자폐인 청년의 맑은 미소와 영혼, 5살짜리 지능을 가진 순수함, 초코파이와 얼룩말을 사랑하는 천진난만, 마라톤 완주를 꿈꾸는 희망 등 순수와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자폐성 장애인인지 지적장애인지 특성이 섞여 있는 가공된 인물에 비장애인이 장애인 연기를 하는 한계상 가공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말아톤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티브의 역할에서 그치게 된다.

‘포레스트 검프’ 역시 발달장애는 일상생활에서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해학적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순수와 희망을 말한다. 주인공은 지능 75의 지적 장애와 척추가 굽어 사용하는 척추보조기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다.

여러 장애가 뒤섞여 장애를 표현하고, 짖궂은 아이들의 괴롭힘에 도망을 가다가 보조기 없이 달리게 되고, 달리기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달리기 특기로 인하여 월남전에 참전하게 되고, 엉덩이 부상으로 병원에 있으면서 탁구를 배워 국가대표가 되고, 전사한 전우의 꿈을 이루게 하고자 고기잡이 선주가 되어 큰 돈을 벌고 사회에 기부하면서 살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릴레이적 행운과 천사라는 이미지를 장애인에게 보여주고, 장애는 삶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농경사회에서는 지적장애인은 장애인이 아닐 수 있다. 대가족 사회에서 가족들을 따라 씨를 뿌리고 추수하는 행동을 따라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데에 대단한 판단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집단농경 사회에서는 경증 지적 장애인은 편견이나 불편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러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에게는 특기가 있으며 그것이 장점이 되면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모범적 삶을 살 수 있다거나, 현대 사회에서 물욕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오히려 장애인처럼 순수하게 살아간다면 행운이 찾아와 행복을 누리게 된다는 의미에서 마치 홍길동전 같은 분위기까지 느끼게 된다.

‘7번 방의 선물’이나 ‘레인맨’, ‘아이 엠 샘’, ‘허브’, ‘맨발의 기봉이’, ‘날아라 허동구’, ‘생쥐와 인간’, ‘마더’, ‘The other sister' 등의 지적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는 지적장애인을 순수, 극복, 범죄로의 오해, 순수한 사랑 등의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하고, 지적장애인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지적 장애인도 결혼을 하고 양육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에서 장애인은 모두 연기에 의한 것이고, 가공된 장애인상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유쾌한 영배씨’는 3년 10개월 동안 자폐성 장애인을 직접 등장시켜 촬영한 영화로서 가공도 연기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장애인상을 보여준다.

네이버 카페 중에 ‘심도표현을 추구하는 동영상 카페 DOF(Depth Of Field) LOOK’이 있는데, 이 까페 동호인들이 힘을 모아 이 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나누며 서로 격려하며 도움을 준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영화는 황인규 감독 외에도 많은 제작자의 도움이 있었고, 도프룩에서 내부 시사회도 하였다. 도프룩이나 유투브에서 ‘유쾌한 영배씨“의 예고편을 볼 수도 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는 홈 페이지에서 자폐성 장애를 ‘자폐스펙트럼장애’란 표현을 하고 있는데, 누구도 똑같은 특성과 증후군을 가진 아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각자 신체생리학적 특성, 살아온 환경, 가정 안에 흐르는 유전인자, 교육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들이 조합하여 다양한 성향을 보일 수 있음을 설명한다.

마치 햇빛은 한 가지의 색처럼 보이지만 프리즘을 통하면 다양한 색깔로 펼쳐져 보이는 스펙트럼처럼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성장애)를 가진 아동들도 증상적 특성과 성향이 각양각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폐성장애라는 말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첨가하여 사용한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성장애)는 사회성의 결여와 언어적 또는 의사소통의 문제, 제한되고 반복적인 양상을 보이는 행동 등을 특징으로 하는 3 가지의 핵심적인 증상을 특징적으로 보이고 있다.

현재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성장애)는 뇌의 기능적인 면에서 생물학적 결함을 가지는 뇌기능의 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로 이해하고 있다.

아스퍼거장애(Asperger's Disorder), 아동기붕괴성장애(Childhood Integrative Disorder), 레트장애(Rett's Disorder), 달리 분류되지 않는 전반적 발달장애(PDD-NOS) 등으로 자폐성 장애를 분류하는 것을 보면 전반적 발달장애란 말이 주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사용되던 ‘전반적인’이란 용어가 2013년 DSM-V 분류기준에 와서는 스팩트럼이란 말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에 들고 있는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나열해 보면, ‘치료가 불가능하고 평생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위험하므로 가까이 가면 안 된다’, ‘무감각하고 냉정한 부모에 의해서 야기된다’, ‘늘 정서적으로 불안하여 속수무책이다’, ‘아동이나 성인이나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 ‘빌게이츠 또는 레인맨과 같다', '백신주사의 부작용이다', '자기 세계에 갇혀 산다', '지적인 가정에서 발생한다', '단명한다' 등을 들고 있다.

자기 세계에 갇혀 사는 것은 오해이며, 외부의 자극을 간과하거나 의사소통 기술의 부족으로 자신의 세계에 갇힌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영배씨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21살의 어엿한 청년이다. 108km 인라인스케이트 마라톤 대회에 4년째 꼬박꼬박 참가하는 열혈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도움을 준 박주현 감독, 나레이션을 해 준 감남훈 등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생을 한 사람은 누구보다 그의 어머니 선민씨일 것이다.

새끼손가락을 연거푸 뒤집어가며 다른 손 손바닥에 두드리는 장면이나 손바닥을 치는 모습, 손뼉을 치면서 껑충껑충 뛰는 영배씨의 상동행동을 여과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이나 카메라 앞에서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 모습도 담겨져 있다. 그리고 자폐성장애 2급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어머니의 심정을 나타낸다.

등급은 중증으로 받아야 복지 서비스 혜택을 보게 되는 것과 중증으로 판정되면 장애가 심하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부모에게는 상처라는 심정을 말한다. 그리고 학교와 복지관을 다니는 경우에는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문제가 없지만, 병원을 가는 날은 디프레스가 되는 날, 잊고 살다가 다시 다름을 알게 되는 깨닫게 되는 날이라고 심정을 말한다.

식사보조나 외출시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과 서비스를 위해 등급심사를 받으러 가지만 판정을 받는 것이 내용면에서는 안 좋은 결과를 확인받는 것이라는 진솔한 심정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부모라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서는 소통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이것이 현실이라는 아픔을 절감하게 된다.

영배씨는 스케이트를 타는 늠름한 모습과 의지에 찬 미소는 비장애인의 대역의 연기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어머니가 뒤에서 안아서 옆으로 춤을 추듯 흔들어 주고 이러한 리듬을 이용하여 다음 단계로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는 소통의 모습은 상호간의 의사소통의 방법을 만들어가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29일 저녁 8시에 삼성2동 주민센터에서 사시회를 가진 바 있다. 행사의 주관은 A.S.M(Autism speaks Movement)이 맡았고, 후원은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와 SK Planet가 하였다.

앞으로 A.S.M.이나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도프룩이 주선하여 지속적으로 영활상영을 주선할 계획이며, 6월 11일에는 국회에서 환노위 위원과 장애인단체를 초청하여 상영회를 가질 계획이다.

영화 "유쾌한 영배씨" 시사회에서의 관객과 대화 장면. ⓒ서인환

5월 29일 시사회에서는 영화 상영에 이어 제작자, 출연진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영배씨 어머니에게 자폐장애인의 부모가 외부노출을 극도로 꺼려하는 편인데 어떤 마음으로 영화제작과 출연에 나설 수 있었는지에 대해 묻자, 자폐장애인은 보호자(부모)가 없으면 기본적인 생활조차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보다 나은 자폐장애인의 삶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솔직하고 진솔하게 있는 모습 그대로 나타내도록 출연하였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고 난 후에 앞으로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기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영배씨 어머니는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진 않는다. 영화가 널리 퍼져서 자폐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답했다.

제작자에게 자폐장애인을 처음 겪었을 때와 10년이 지난 현재의 마음에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묻자, “처음에 영배를 보았을 때는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고, 투명인간처럼 대하였지만, 지금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간혹 자폐성장애인들을 애완동물처럼 교육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폐성장애인들의 특이행동들을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하철이나 다른 곳에서 자폐성장애인을 만나게 된다면 미친 사람처럼 쳐다보지 말고, 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먼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김용직 회장도 “자폐인은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사람들은 자기 중심의 소통방법에 응하지 않으면 갇혀있다고 낙인을 찍는다”며 "이 영화는 겉핥기식 이해가 아닌 진정한 눈높이 맞춤에 의한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운 영화‘라고 평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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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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