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양봉업 재료상을 하는 A(72세) 씨가 지적장애인 B(53세) 씨를 고용하여 25년간 일을 시켰다. 그러나 급여는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2008년 이전에는 전혀 지급하지 않았고, 2008년 이후 월 50만원씩 지급하였으나 미지급된 달이 많았고, 월 30만원씩 저축하여 마련된 약 3500만원의 저축성 보험금을 착복하였으며, 열약한 환경에서 폭언 등 인권침해를 반복적으로 행하였다. 바로 양봉노예사건이라 불리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2012년 전라북도 한 장애인단체가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한 사건으로, 30년간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근거로 직권조사를 해 세상에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적 장애인의 인지적 장애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임금을 착취하고 학대한 행위가 인정된다며 차별로 결정하였으며, 건강을 유지하도록 보호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차별로 판정될 경우 재발방지나 원상회복에 대하여 조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민사적 책임은 별도의 민사소송 절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사실 정신적 장애인이 민사절차를 별도로 밟는다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고, 피해사실 증명의 문제와 비용부담의 문제, 사법절차의 접근성의 문제 등이 있다. 이 사건 결정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포함하고 판결을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보험상품에서의 거부로 인한 결정문을 보면, 보험 가입자와 피보험자에게 각각 200만원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결정을 하고 있어 단순히 인권교육을 받으라는 수준이 아닌 직접적 보상방법을 동원하여 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판결을 내릴 후 후속조치로서 광주지방노동청에 2012년 6월 퇴사하기까지의 미지급된 급여와 퇴직금을 조사하여 조치할 것, 법률구조공단에 대하여는 정신적 손해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권고하였다.

A 씨가 경영하는 C 양봉산업은 벌꿀과 양봉기구를 판매하는 업체로, 직원 수는 2명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30인 이상의 사업장의 차별금지법 의무사항준수 기준이 아닌 장애인 개인을 기준으로 한 차별행위로 판정하였기에, 앞으로 사업장 규모가 적어 우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노동차별금지 대상업체가 아니라는 안이한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함을 보여주었다.

교육에서의 차별금지 중 학원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학원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시설이기도 하므로 법상의 연도별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B 씨는 1987년 9월 18일에 입사하여 2012년 6월 26일까지 근무를 한 지적장애 3급을 가진 자로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임금 일부를 부친에게 송금한 자료가 있었고, B 씨의 계좌로 입금된 것도 있지만 월마다 입금된 증거는 없었다.

B 씨의 부친은 급여를 수령한 경우 확인서를 작성하였는데, A 씨가 제출한 확인서 사본에 의하면, “입사한 날로부터 1992년 2월 4일까지 52개월 15일 동안 월 10만원씩 계산하여 총 5,250,000원을 정산하기로 함”이라고 되어 있다. 그의 부친은 1993년도에 사망하였다. 월 10만원씩 받기로 한 것인지, 받아갔다는 말인지는 알 수가 없다.

A 씨는 급여를 지급한 것을 장부를 만들어 가지고 있었으나 분실하여 2008년 이전의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였고, 2009년 1월 이후의 장부가 제출되었는데, 2009년 10월 30일 B 씨 명의의 농협통장을 개설하였고, 저축성 보험료로 13,500,000원을 입금시킨 사실이 있다. 그리고 6,500,000원을 현금으로 주었다고 하나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42개월에 대한 급여가 2,000여만 원으로 월 급여가 50만원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고, 현금으로 약간의 용돈을 준 것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전북도립장애인복지관의 상단기록에 의하면, 약간의 용돈으로 어렵게 생활을 하여 왔으며, 양봉원의 일을 도맡아 하여 왔고, 드럼통을 어께에 짊어지고 옮기는 등 고된 노동을 해 왔다. 이로 인하여 만성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정상적 생활이 어렵다고 하였다.

전주 소재 한강연합마취통증의학과의원의 진료기록에는 ‘아래 허리 통증-척추의 다발 부위, 허리뼈의 염좌, 및 긴장, 소화불량’, ‘어깨의 유착성 피막염, 경추 상완 증후군, 경추부, 상세불명의 만성위염, 무거운 것 들다가 우측 어깨 목이 아픔’, ‘근육둘레띠 증후군, 경추상완 증후군, 요전추부, 벌통 작업하다가 오른 허리 통증’ 등으로 적혀 있다.

2012년 6월 26일 국가인권위의 조사과정에서 매우 열약한 주거환경이 드러났는데, 숙소는 사무실 뒤편의 구석진 창고 같은 곳이었고, 환기가 잘 안 되어 악취가 심하였고, 시멘트 바닥 위에 침대 같은 것이 있었고, 이불은 굉장히 더러웠고, 말라붙은 밥과 반찬이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져 있는 등 동물 사육 수준이었고, 고용주 A 씨가 B 씨를 부르는 호칭이 ‘이 새끼, 저 새끼’였다.

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전착취, 학대, 37조에 규정하고 있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특정 정서나 인지적 장애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불이익을 준 행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일부 장애인단체나 악덕 업자가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노리고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여 고용장려금이 나오면 그것만 주기로 약속하고, 그래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역량 강화를 핑계로 업무를 시키면서 임금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서류상 최저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하여 다시 돌려받는 방법으로, 말로는 장애인을 위해 노력한다는 사람이 아직도 일부 있는데, 이것은 분명한 착취에 해당하며 인지적 장애를 이용하여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판단됨을 확실히 한 판례이다.

그리고 노동부에 특별히 임금에 대한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면 중증 장애인이라 하여 최저임금 이하를 주는 경우, 최저임금을 모두 차후에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2008년 12월 10일 삼성생명으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34,997,825원을 A 씨의 통장으로 옮긴 것은 착취이며, 그 후 급여를 일부 지급한 것 역시 이 금액의 일부를 돌려 준 것일 수 있으며, 청결하지 않은 주거환경의 제공 역시 정서적 학대로 판단하였다.

노동청은 50만원의 급여는 최저임금이 아니므로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욕설을 한 행위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을 들어 근로기준법과 근로자 퇴직금여보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하였다.

검찰청은 임금체불에 대하여 A 씨를 벌금 700만원에 처하였고,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의 시효는 3년이므로 3년간의 최저 임금을 적용 지급해야 할 금액은 34,474,793원으로, 인권위 직권 조사 후 통장으로 29,550,000원을 입금하였고, 현금으로 3,600,000원을 지급하였으므로 현재 미지급액은 1,326,793원으로 보았다.

근로기준법 적용 외에 검찰은 보험금의 사용에 대하여 횡령을 적용하여 현재 재판 중이다.

A씨가 고령인임을 감안하여 장기적 학대를 이유로 구속을 고려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서적 학대와 질병 치료에 대하여도 앞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는 형사적 책임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검찰에 고발조치할 수 있으며, 민사의 경우에도 판결에 포함시켜 판결할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임을 장애인이나 사업주 등은 알아야 한다. 이러한 다방면의 압박은 차별을 하면 망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차별을 했는가의 사실과 사법기관의 절차 적용만이 아니라 유관 기관과 상부 기관 모두에게 주의와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하는 처리를 하고 있다.

또한 법적 해석만이 아니라 인권적 보호의 후속 조치도 하도록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B씨는 진술을 거부하기도 하고,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등 조사에 많은 어려움과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사건 처리 후에 실직을 하였는데 어떻게 소득을 보장받고 있는지, 취업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한지, 기초생활 수급 등 각종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권리를 누리고 있는지를 장애인단체와 국가인권위에 모니터링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통장에 들어 있는 금액이 다른 가족이나 이웃으로부터 재착취당하는 일은 없는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보았다.

인권 사각지대의 장애인에게 어떤 사건이 있은 후 그 사건의 재발방지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복지서비스와 의료 서비스 등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지, 정신적 치유와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피해자가 사회에 복귀하여 제자리를 찾아가는 데에 어떠한 어려움이 없는지 지원해야 한다.

사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하여 원고나 피고의 손 중 하나만 들어주면 법적행위가 끝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나 차별시정위원회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경험을 가진 사각지대에 노출된 사건에 대하여 그 사건만이 아닌 생의 전반에 대하여 인권옹호 시스템이 작동되어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도록 적극적 조치를 해야 한다.

해당 기관에 권고를 결정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극적 보상을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도 하며, 복지부나 지자체에 복지서비스도 요구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보다 완성된 인권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장애인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을 착취하는 사례가 이렇게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나오는 장애인연금 보험의 유리한 조건을 장애인 명의를 빌려 악용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어 감시망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민사 문제에서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권고하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얼마든지 적극적 조치를 통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살아 움직이는 실효성 있는 법이 되도록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