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사람이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사회이다. 처음으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형성되는 곳이고, 이 관계는 나중에 더 큰 사회 속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절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사회의 최소 단위로서의 가정은 그 특수성 때문에 다른 사회와는 구분지어 말한다. 사회의 최소 단위이지만, 다른 ‘사회’와 구분하여 ‘가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에서의 행동과 ‘사회’에서의 행동이 조금씩은 다르다.

이러한 행동의 차이를 가지고 그 사람의 인품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인간적인 모습 또는 사회적으로 마땅히 해야 할 예의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이 차이에 대해, 때로는 같은 행동을 하도록, 때로는 다르게 행동을 하도록 끊임없이 가르친다.

어떤 모습이 더 나은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부모에게서 배운 것, 학교에서 배운 것, 사회생활을 통해 보고 배운 것, 책이나 다른 정보들을 통해 배운 것 등을 종합하여 스스로 가치관을 만들고 자신의 행동을 정하게 된다.

발달기에 장애가 있는 아동을 가르칠 때 가장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사회적 행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발달기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조기교육 기관이 각 아동의 개인적 역량을 발달시키는 것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이다.

아이들의 행동이 집에서와 밖에서 다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그 중 하나는 교육 기관에서 교사의 말은 잘 따르는데 집에 와서 부모의 말은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 왜 밖에 나오면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전자다. 아이들은 분석하고 계산하기 이전에 집과 교육기관, 부모와 교사의 차이를 본능적으로 안다.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져야하는 상황이 많다. 그러나 교육기관이라는 제한적 환경과 교육이라는 상황, 또 이것이 자기 생활의 전부가 아닌 일부라는 점에서 아이들은 교사를 따르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모가 자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이다. 장애를 인정하거나 수용할 수 없는 경우, 또 상황이 힘들어 아이를 통제하기보다 원하는대로 해주는 경우 등이다. 가정에서 원하는대로 해주었기 때문에 통제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고, 또 장애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아예 문제를 보지 않는 것이다.

때때로 한글만 가르쳐 달라는 부모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단 한글을 떼면 다른 건 문제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규모의 조기교육 기관은 이런 부모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대 일 개인 교습을 통해 한글 학습을 우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후 학급에 적응하지 못한다.

일대 일의 상황에서는 책상 앞에 앉아 글씨를 쓰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착석을 하지 못하고 교사의 통제에 부딪힐 때마다 과격한 행동을 나타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던 아이가 학교에서만 그렇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용납되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뿐이다.

사회적 행동은 가르치지 않아도 생활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고, 경험을 통해 배우려면 시간과 공간과 그 대상이 필요하다. 조건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생활을 통해 배울 수가 없다.

가정은 편안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매 순간이 교육의 상황이 되어 스트레스를 쌓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유로운 휴식과 무절제는 구별되어야 한다.

발달이 지체된다는 것은 지금 잠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장기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간격은 더 커진다는 의미이다. 성인이 된 후 사회에 통합되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그 행동을 어려서부터 단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교육기관을 통해 배우는 것이 좋다. 일대 일의 학습 상황보다는 소규모의 그룹 상황을 통해 교사의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교육 받아야 한다.

교육기관에서 통제받은 행동은 하나씩 가정으로 옮겨 수행하되, 가장 우선되는 행동부터 시작하여 생활 중에서 안정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하나씩 늘여 나가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동수정도 설계 과정에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통제는 스트레스를 늘이게 되므로 부모나 아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해결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하며,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은 자란다. 언제까지나 작고 귀여운 어린이의 모습으로 남지 않는다. 가정 안에서 아이의 행동을 볼 때 한 번쯤은 벽과 울타리를 넘어 사회 속으로 들어간 모습으로 비추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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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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