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안전'이 화두가 되었던 때가 또 있을까?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안전을 강조하며 해경 폐지, 국가안전처 신설, 수학여행 축소 등 세월호 사고관련 모든 것들을 축소하거나 폐지시킨다.

이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고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다.

겉으로는 좋아보이지만 이를 빌미로 정부는 촛불집회 참가자 연행과 실종자 감시 등 국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부 행태는 거주시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입소자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시설은 그동안 안전을 명분으로 억압과 통제를 정당화 해왔다. 두 얼굴을 가진 안전은 시설 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시설이 생긴 이래로 입소자 부모와 시설 종사자들은 내 자녀 혹은 입소자가 사회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을 때 겪게 될 위험을 늘 얘기한다. 그 중에서도 '끼니'걱정이 가장 많다.

예를 들면 부모의 경우 자신이 사망하거나 부재 시 홀로 남아서 끼니를 거르고 있을 장애인 자녀를 한번쯤 생각한다. 결국, 부모들은 장애인 자녀의 안전을 위해 시설을 선택했다.

입소자 안전을 책임진다는 명분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부모는 입소자의 생존권을 시설에 넘겼고, 이를 빌미로 시설은 억압, 착취, 통제를 정당화한다.

또한, 확고한 명분으로 시설은 지역사회를 위험이 만연에 있는 곳으로 규정해 입소자들에게 숙지시킨다. 이러한 생각들로 입소자는 탈 시설 후 지역사회에 나와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평소 선택권이 없는 채로 살아왔던 입소자는 탈 시설 후 자립생활을 시작하면서 하나 하나 자신이 결정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상황에서 남에게 선택권을 넘기려 하거나 선택을 미루게 된다.

물론, 탈 시설을 한 지 오래된 장애인은 능동적으로 선택하지만 이제 막 탈 시설을 하고 자립생활을 시작한 장애인에게는 선택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장애인에게 생존권이라 할 수 있는 활동보조서비스조차 이들에게는 활동보조에게 이끌리는 등 또 하나의 시설일 수 있다. 이렇듯 '안전'은 탈 시설을 꿈꾸는 시설 장애인들에게 늘 족쇄처럼 따라다녔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안전 인식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안전만큼 억압과 통제를 강화하기에 좋은 명분이 없다는 것을.

특히, 장애인들에게 있어 안전은 늘 '양날의 검'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유두선 칼럼리스트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태어나 13세 때부터 7년간 산 넘고 물 건너 외진 입지의 시설에서 살아왔다. 각기 다른 시설에 3번 입소, 2번의 수술 등 우여곡절 끌에 탈 시설해 이젠 자립을 꿈꾸고 있다. 7년 간 보아왔던 시설의 모습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산 넘고 물 건너 지역 사회로 나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