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교사 43인은 실명으로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아이들, 그리고 국민을 버린 박근혜 정권의 퇴진 운동에 나서는 교사 선언'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리고 14일 '미디어 오늘' 외 몇몇 언론들은 교육부가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다. 법에서 그렇게 정하고 있고, 사회 관념적으로도 그렇다. 문제는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이다. 구체적으로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해 보자.

교사들의 ‘박근혜 정권의 퇴진’ 요구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인가?

단순히 ‘퇴진’을 언급했기 때문에 무조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일개 정당이 아니다. 국가 권력이다. 국가 권력은 당연히 비판을 받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비판 받지 않으려는 권력은 독재 권력뿐인데,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그렇다면 이들 교사의 선언은 ‘퇴진’을 언급했다는 사실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 땅에 마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누구나 아프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족 당사자들을 제외한다면, 가장 마음 아픈 이들은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들과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일 것이다.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에 있다. 학생이 없다면 교사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 존재인 교사들은 지난 한 달 가까이 되는 기간 내내 눈앞에서 학생들이 사라지는 광경을, 시신이 되어 돌아오는 광경을, 돌아오지 못하는 광경을 보아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인재’였다는 말은 부패하고 무지하고 무능한 권력이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옳은 일을 하지 않아 발생한 재난이었다는 의미이다.

대통령은 이 일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재난에 대한 구조 대책은 행정부의 수장이 할 업무는 아닌 것인가?

만약 교사의 업무가 단순히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라면, 교실 안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나든지 교사는 그 일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이다.

교실 뒤편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괴롭히든 말든, 누군가 교실 문을 열고 나가든 말든, 로봇처럼 반듯하게 판서를 하면서 교과내용만 가르친다면 교사는 자신의 일을 다 한 것인가? 교과목 평균 점수에 대한 책임 외에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든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우리 사회는 정말 그런 교사를 원하는 것인가?

국가는 그저 영토와 조직만 있으면 존재 자체로 책임을 다한 것인가? 국가 구성원이 죽든 살든, 그것은 개인의 문제일 뿐 국가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인가? 우리는 정말 그런 국가를 원하고 있는가?

국가 구성원의 죽음을 지켜만 보는 것은 국가가 아니고, 학생의 죽음을 지켜만 보는 것은 교사가 아니다. 선언에 서명한 교사들은 교사로서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의무를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다음번에 바다에 가라앉을 것은 바로 우리들의 자녀이고 우리들 자신일 테니까. 그때에 우리를 위해 선언할 이가 아무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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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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