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 송파구에 사는 근육병 장애인 오지석 씨도 집에 아무도 없는 사이 호흡기가 빠지는 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다.

더욱이 그날은 지석 씨가 송파 장애인축제를 비롯해 ‘420 장애인대회’에 참석하는 등 활발히 활동한 날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근육병 장애인 호흡기 사고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지만 공통점은 찾을 수 있다. 사고 당시 근육병 장애인이 혼자 있었다는 점이다.

즉, 활동보조시간이 부족해 가족이 없는 사이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근육병 장애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턱 없이 부족한 활동보조시간 이제는 늘려야 한다.

지석 씨가 침대형 휠체어로 세상에 나오기 시작한 건 3년 전이다.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본인의 열망과 함께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지원이 컸다.

그 전 만해도 그는 방 침대에 누워 PC 모니터만 바라본 채 세상으로 나오겠다는 꿈을 품고 있었는데 센터 지원으로 집 밖으로 나오게 되자 지석 씨는 활발히 활동했다.

연예인 팬 미팅을 시작으로 장애 청년학교 입학과 동료상담, 연극, 자작시 전시회 개최, 재작년 ‘솔로대첩’ 참가까지 그는 비장애인도 쉽게 할 수 없는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늘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부족한 활동보조시간이었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지석 씨는 독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비로만 360시간 이상이 지원되는 독거장애인 특례 적용도 받지 못하고, 한 달에 총 278시간(복지부 118시간, 서울시 100시간, 송파구 6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만을 받고 있었다.

하루에 24시간도 채 안 되는 활동보조시간이 그는 물론이고 그의 어머니 발목을 잡는다. 호흡기 없이는 자가 호흡이 힘든 지석 씨 경우를 볼 때, 누군가가 항상 옆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일 어머니는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 조차 마음대로 아플 수 없는 이 현실이 참 답답하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故 허정석씨 경우도 활동보조시간이 없어 집에 혼자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지금까지 근육병 장애인의 호흡기 사고는 부족한 활동보조시간이 호흡기를 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석 씨는 늘 “누워서 보는 세상이 참 아름답다.”고 말했다. 결국 그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빼앗아 간 것은 이 나라다.

지석 씨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되찾아 달라고 말하진 않겠다. 다만, 호흡기 사고로 늘 불안한 근육병 장애인들에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독거가 아니어도 충분한 활동보조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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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선 칼럼리스트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태어나 13세 때부터 7년간 산 넘고 물 건너 외진 입지의 시설에서 살아왔다. 각기 다른 시설에 3번 입소, 2번의 수술 등 우여곡절 끌에 탈 시설해 이젠 자립을 꿈꾸고 있다. 7년 간 보아왔던 시설의 모습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산 넘고 물 건너 지역 사회로 나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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