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승차서비스 개념도. ⓒ서인환

장애인, 임산부, 노인, 아동 등 교통약자들은 버스를 이용하는 데에 많은 불편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몇 번 버스가 도착했는지 알 수 없고, 정확하게 탑승위치를 몰라 여러 대의 버스가 도착하면 출입문을 찾아 승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지체장애인들은 승차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승차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버스가 발차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노인이나 임산부, 아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교통 약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안내방송 음성의 음량이 적거나 승객의 소란으로, 또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내려야 하는 위치를 놓치는 경우는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현재의 스마트폰 버스안내 앱을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안내방송을 스마트폰으로도 들을 수 있고, 내릴 위치를 미리 예약할 수도 있으며, 안내방송을 스마트폰으로 문자방송으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에 시각장애인들이 음향유도기에 사용하는 리모컨 신호인 복지통신 주파수와 스마트폰 앱에서 사용하는 기능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프로토클을 국가 표준으로 정하여 버스승차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표준화되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버스 알리미 시스템은 1986년에 체신청의 지원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리모컨으로 개발한 적이 있었다.

버스 번호를 미리 입력하면 그 버스가 도착하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으로, 조작이 복잡하고 모든 버스에 송수신기를 설치해야 하는 비용부담이 있었으며, 시각장애인에게도 기기를 보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개발만 하고 단 한 번도 실용화하지 못했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교통약자 버스안내 프로토클 표준은 현재의 앱에서 제공되고 있는 버스 안내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어 큰 비용 부담이 없이 실현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버스를 승차하고자 하는 교통약자가 어떤 장애인인지, 아니면 노인인지 아동인지, 임산부인지를 코드로 입력하고 타고자 하는 버스번호를 선택하면 도착 직전 미리 버스 기사에게 정보가 전달된다.

그러면 버스 기사는 미리 주의해야 할 대상이 있음을 인지하고, 승객 중 교통약자가 있는지 알게 된다. 문을 열어 시각장애인에게 문의 위치를 안내할 수도 있고, 휠체어 장애인에게 승차를 도와줄 수도 있다. 일종의 승차 예약기능인 것이다.

그리고 버스 이용자가 탑승 위치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가 탑승자를 찾아 정확한 탑승 위치를 잡아 편리하게 승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저상버스 덕분에 교통약자가 편리해지고 있으나, 배차시간을 지켜야 하거나, 장애인 등이 탑승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하여 떠나버리는 불편들이 많았다.

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배차 시간의 지연의 사유가 참작되어 모든 버스들이 서로 간격을 조정하여 시민들에게 일정한 배차를 할 수 있고, 배차의 차량 우선의 교통정책이 사람 우선의 정책으로 변하여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해결해 줄 수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차량 IT산업융합협회, 한국클라우드 서비스협회 등이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하며, 책임연구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조평동 전문위원이 맡았다. 그리고 연구원으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도 참여한다.

6월 초에 공청회를 통하여 필요한 기능과 연구 방향을 정하고, 9월까지 표준안을 개발하여 국립전파연구소에 제출하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게 된다.

호주의 경우 저상버스라 하더라도 휠체어 장애인이 승차하기에는 넘어질 우려도 있고, 힘이 들 수도 있으며 위치에 따라서는 단차가 심한 경우도 있으므로 휴대용 경사로를 운전석 뒤에 두었다가 필요시 차에서 내려 승차를 도와준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이 승차하여 자리에 앉아 안전한 자세를 취하기 전에는 절대로 출발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전국적으로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국가에서 표준을 정하면 이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저시력 장애인이 버스 번호를 잘 볼 수가 없어 정류장 앞뒤로 왔다갔다 한다거나, 뛰어가 타려다가 출발하는 버스를 놓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운전자도 휠씬 안전 운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승하차 사고도 사라져 기사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문화가 발전하여 교통약자의 이동을 진정한 서비스로 생각하고 인간 중심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표준안이 적용된 서비스 이용 횟수는 통계적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므로 교통약자에게 서비스를 많이 한 운전자는 배차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불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나 시민으로부터 감사의 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GPS를 이용하여 목적지를 정하면 어디서 버스를 타고 어디서 갈아타야 하는지, 어디서는 버스로 또 어디서는 지하철로 이동하면 편리한지를 서로 연계하여 서비스하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집에 방문하는 손님을 마중나갈 경우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정류장에 나갈 수도 있고, 유치원에 간 아이가 버스를 언제 탔는지도 알 수 있으며, 미리 나가서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현재의 안심승차 서비스가 버스에도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정한 교통복지의 시작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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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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