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기에 장애가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특수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때 아동이 겪는 실패의 경험과 성취의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

장애가 발견되고 진단까지 진행되는 평가는 아동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는 하지만 각 과제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일은 적다. 하나의 과제에서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알게 되면 다음 과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진단평가의 경우 과제 수행의 결과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아동이 경험하는 평가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발달기에 장애가 있는 아동의 경우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많은 반복이 필요하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과제분석을 한다. 하나의 큰 과제를 수행하기 더 쉬운 하위 과제로 나누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하위 과제를 수행하고 나서 그 다음 과제를 시작하기 때문에 매 단계가 최소 한 번 이상의 과제 수행 평가를 포함하게 된다. 이런 평가는 대부분 한 가지만 평가하게 되므로 평가 결과 역시 한 번의 성공, 혹은 한 번의 실패뿐이다.

또 새로운 단계를 시작할 때 실패의 경험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 이전 단계의 평가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더라도 곧 실패를 경험하여 성취감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런 수업이나 평가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많은 상황에서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은 아이들로 하여금 그 과제에 다시, 혹은 다른 과제에 도전하기를 망설이게 한다. 실패의 반복을 통해 무력감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학습되어지는 무력감은 이후 장애 학생의 행동 문제가 되거나 성인이 된 후 자립생활을 하기 어려운 원인이 된다.

영유아기에 시작되는 조기교육에서는 특수교사의 전문적인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부모 역시 교사 못지않게 아동의 교육과 발달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칫 교육의 주체가 교사와 학부모인채로 아동은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게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의 교육이 이 단계만 고민하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특수교육은 아동이 성장한 이후 사회 속에서 생활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자기 주도적 학습은 장애가 발견되지 않은 아동만을 대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다. 발달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교육을 통해 장애가 있는 학생도 스스로가 학습 활동을 계획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선은 앞서 언급한 과제분석과 수행 과정에서 실패의 경험을 줄여주고 성취감을 얻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교육이 실행되기 전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이는 특수교육 교사가 한 번에 담당하게 되는 아동 수가 적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 교육 상황에서 아동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항상 제시해 주는 것이 좋다. 원하는 도구를 선택하거나 두 가지 과제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자주 제공해 주어 아동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수학교에서 중고등학생들을 만났을 때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능력을 필요 이상으로 낮추어 평가하고 과제에 도전하지 않는 경우였다.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때도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선생님이 선택해 주기를 바라거나 무엇을 선택해야 선생님이 좋아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있었다.

학생들의 순종은 당장의 교육에는 조금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순종을 넘어 스스로 선택하고 평가하고 계획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지도해 주어야 한다.

특수교육은 대상 아동에게 개별적으로 맞춰져야 하므로 포괄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독자들께서 현명하게 가려 읽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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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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