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자동화재 속보기 운영 시스템. ⓒ서인환

화재가 발생하면 중증장애인은 대피가 너무나 어렵다. 대피가 어려운 경우 타인의 힘을 빌려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구조에 필요한 출동과 동행 대피에 필요한 시간을 화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주식회사 한흥에서 새로운 화재경보 속보기를 개발했다. 제품명은 '유·무선 자동화재 속보기'이며 모델명은 WTD-2013M이다. 여기서 숫자는 개발한 연도를 의미하는 듯하다. 화재의 급한 소식을 전한다고 하여 속보기라고 한다.

장애인이 화재 사고로 희생되는 경우가 빈번이 일어나자 정부에서는 피난에 필요한 정책 개발을 위하여 솔루션을 만들어 가상실험을 해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2011년 한 복지관에서 화재 경보를 울리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시간을 재는 실험을 하였다.

정부가 장애인정책발전계획에도 명시할 정도의 대단한 계획이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대피정책의 국가수립에 대한 대안이라고 하여 상당한 기대를 하였는데, 민방위 훈련처럼 아주 간단한 실험이었다.

그리고 결과 역시 실망스러웠다.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수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 비장애인 등으로 구분하여 대피에 필요한 시간을 측정하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동 휠체어로 대피하니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들은 대피를 더 잘 하고 빨라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엉터리 실험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던 중, 2012년 가을 여러 장애인들이 다시 화재에 희생되자 정부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대책을 강구하겠노라고 답하였다.

그 방법은 최중증 장애인 가정에 와상 노인들을 위한 화재감시 시스템을 중증장애인에게도 확대하여 설치하는 것이었다. 가정용 전화기를 이용하여 화재경보기와 선을 연결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소방서에 연락이 가는 방식이었다.

현재 이 방식으로 장애인이 화마를 피하였다는 사례보고는 없지만, 노인들은 7만여 가정 설치에서 연 12건 정도의 출동사례가 있었고, 그만큼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는 언론보도를 한 바 있다.

장애인에게 확대한다고 하였으나 국가 예산에서 필요한 예산 항목을 찾아보기 어렵고, 지자체에 필요한 예산을 떠넘기니 사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리고 2013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민주당 박남춘 의원의 조사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 자동화재 속보기는 6,826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그 중 화재신고건수는 1,510건으로, 실재 화재 건수는 단 4건이며, 나머지는 모두 오작동으로 인한 헛수고였다는 것이다. 비율로 따지면 99.7%가 오작동이었다고 발표하였다.

소방법 15조 관련된 별표 5에서 규정한 자동화재속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으로는 업무시설, 공장, 창고 등은 바닥면적이 1천 5백 제곱미터인 층이 있는 시설, 바닥면적 500제곱미터 이상의 층이 있는 노유자 시설과 수련시설 등이다.

그러니 국회에서 밝힌 이 조사는 보상법상 의무설치 시설을 중심으로 조사한 것이고,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 화재가 있었는지 어느 정도 심각한 사태였는지가 없어 효과를 부풀렸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연락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실제 시설이나 주거의 주변에 있는 사람이 가장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방송으로 크게 알려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이웃 등 지인을 정하여 복수로 연락을 취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소방서에 자동으로 연락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간편한 소화기를 보급하여 작은 불이 커지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대피에 편리한 설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소방사건은 콜센터 통제소와 지역 소방서에 동시에 연락되어져야 하며, 가족들은 전화통화 외에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개발된 제품은 이러한 기능을 모두 갖춘 무선 자동화재 속보기다.

현재 법상에서는 자동화재 경보기를 설치하라고만 되어 있지 유선인지, 무선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문법상 문장부호 중점의 경우 ‘또는’인지, ‘그리고’인지 해석상의 어려움이 있고, 각자가 해석하여 가격이 적게 드는 방향으로 설치하게 되니 무선은 아직 거의 설치된 바가 없다.

법적으로 강제규정을 두어 무선을 설치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하면 소방방제청에서는 법에 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하라고 하면 되지 반드시 무선으로 하라는 식의 특정 제품을 편드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유선의 경우 오작동이 많다는 것과 화재시 누전이나 합선으로 인하여 선이 화재로 유선이 손상되면 속보가 전달될 방법이 차단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법 조문에서 이를 명확히 해석하여 모든 조건을 다 갖추도록 하고, 장애인과 노유시설 등에는 국가가 설치비용을 지원하도록 정책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화재 발생시 대피가 늦어서 희생되는 경우는 63.1퍼센트로, 그 만약 장소에 장애인이 있다면 인지가 늦거나 대피가 늦거나 출입구를 찾지 못하는 등으로 화마를 피하기가 어렵다.

새롭게 무선으로 개발한 이 업체는 생산을 무궁화전자에 맡겨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의 혜택을 보고자 하고 있으며, 앞으로 가정용 저가형도 만들어내겠다고 한다.

속보기의 기기는 아파트의 실내 인터폰과 같이 화면과 몇 가지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함부로 버턴을 누르지 못하도록 보호캡이 씌어져 있다. 그리고 비상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마이크와 스피커가 있으며, RF 안테나가 있어 무선으로 작동하게 한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그 동안 활동보조 서비스의 시범과 편의시설 설치 지원, 전동휠체어와 시각장애인용 점자정보단말기 보급 등 장애인의 삶의 질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여 왔는데, 앞으로 이러한 안전과 재난대책의 문제에도 크게 기여하여 준다면 장애인의 안전한 생활이 좀 더 빨리 앞당겨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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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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